수출 성장률 두 달 연속 한 자릿수...1~7월 누적 무역적자 66년만에 최대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 상회…고공행진 에너지가 무역적자 주도
3대 에너지원 수입액 185억달러...에너지 가격 상승에 여름철 수요 확대 겹쳐
정부 “정책지원 필요한 시점...규제개선 등 종합 수출대책 발표 계획”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늘어나면서 무역수지가 7월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4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발표한 ‘2022년 7월 수출입 동향’에서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4% 늘어난 607억 달러, 수입은 21.8% 증가한 653억7천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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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7월 수출입 실적.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이로써 7월 무역수지는 46억7천만 달러(약 6조900억 원) 적자를 보였으며,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6월(25억7천만 달러)보다 21억 달러로 82%나 급증했다. 4월과 5월 적자는 각각 24억8천만 달러와 16억1천만 달러였다.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연속으로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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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이후 월별 수출입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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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이후 월별 수지.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무역수지가 넉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이로써 올해 1∼7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액은 150억2500만 달러에 달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다.
이에 ‘쌍둥이(재정+경상) 적자’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쌍둥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가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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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수출액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올해와 달리 지난해 7월에는 수출 554억4천만 달러, 수입 536억7천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17억6천만 달러 흑자였다. 1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었다. 이후 무역수지는 10월(16억9천만 달러)까지 18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었다.
7월 수출액은 두 달 만에 다시 600억 달러대를 기록하며 역대 7월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 실적인 지난해 7월보다 50억 달러 넘게 많았다. 일평균 수출액도 전년 대비 14.1% 증가하며 역대 7월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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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7월 총 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지난해 3월 이후 17개월 연속으로 해당 월의 역대 1위 수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6월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 수출 증가율인 5.4%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9.4%에 그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 증가세마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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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수출 증감률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7월에 품목별로는 15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선박·이차전지·철강·차부품 등 7대 주요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이중 석유제품의 수출 증가율이 86.5%로 가장 높았다.
7개 품목 중 석유제품을 비롯, 선박(29.2%), 자동차(25.3%), 이차전지(11.8%) 등 4개는 두 자릿수대 수출 증가율을 보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도체는 2.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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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반도체(25개월 연속)를 비롯, 철강(19개월)과 석유제품(17개월)은 장기간 수출 증가세를 이었다.
역대 최고 수출실적을 경신한 석유제품·자동차에 더해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7월 최고실적 달성을 이끌었다.
대형 해상플랜트(11억 달러) 인도 등 선박 수출(29.2%)이 크게 늘어났고,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이차전지 수출(11.8%)도 두 자릿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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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9대 주요 지역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지역 중 중국과 일본 등을 제외한 5개 지역에서 수출이 늘어났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20.9%), 미국(14.6%), 유럽연합(EU·14.6%) 등 주요 수출시장과 중동·인도로의 수출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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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주요 수출대상국 비중 변화.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대(對) 미국 수출은 100억 달러에 이르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고, 아세안 수출은 9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했다.
미국·인도는 역대 월 기준 1위이고 아세안·EU는 역대 7월 중 1위다. 대미 수출은 23개월 연속, 대 아세안·인도 수출은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긴축정책 등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 영향으로 대 중국 수출이 2.5% 줄어들었고 일본·중남미·CIS(독립국가연합) 수출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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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對) 중국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특히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30년 만에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7월의 對 중국 수출(132억4천만 달러)은 지난해 7월(135억9천만 달러)보다 소폭 줄었다.
코로나 방역 등 여파로 중국의 2분기 경제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중국 내 제조업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로 반도체 수출은 증가했으나, 무선통신과 컴퓨터 등 품목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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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수입액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최근 수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공급 불안정성 심화로 높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이 지속되면서 3월부터 5개월 연속 600억 달러대를 상회했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185억 달러로, 지난해 7월(97억1천만 달러) 대비 87억9천만 달러나 급증하며 수입 증가세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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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수입 증감률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산업부는 3대 에너지원의 가격이 모두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인 가운데 여름철을 맞아 에너지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입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1~7월 올해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064억7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9억 달러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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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주요품목 월 수입액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우리 산업생산을 위한 핵심 중간재인 반도체 수입(25.0%)도 크게 증가했으며, 밀(29.1%)·옥수수(47.6%) 등 농산물 수입도 큰 폭으로 늘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위기로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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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7월 신(新)성장품목의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산업부 이창양 장관은 “주요국 긴축정책에 따른 경제 성장세 둔화와 전년 동월의 높은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21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에너지 가격과 하절기 에너지 수요가 복합 작용하며 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6월 이후 수출증가율도 한 자릿수에 머물며 수출 성장세 둔화와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산업·무역을 둘러싼 리스크 관리와 함께 우리 수출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8월 중 그간 우리 수출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해온 규제의 개선과 현장의 애로해소 방안, 주요 업종별 특화지원 등을 망라한 종합 수출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에 이르는 총체적 지원을 통해 우리 산업·무역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혁신적 산업 생태계 구축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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