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유지훈 기자] 아리랑TV '더 포인트(The Point)'는 스튜디오 출연 전문가와 현지 전문가를 통해 세계 정세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3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되는 이번주 ‘더 포인트’는 ‘한일갈등, WTO로 해결되나?-파스칼 라미 전 WTO 사무총장 특집’이라는 타이틀 아래, 2005년부터 8년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지낸 파스칼 라미 전 총장(72)과 화상연결을 통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라미 전 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WTO에서의 한·일 간 격돌과 관련된 전망과 국가 간 무역 분쟁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스튜디오에는 존 박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가 출연해 국제법률 지식에 기반한 WTO 한일전 전망 등과 관련한 의견을 나눈다.
먼저, 라미 전 총장은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간 갈등이 WTO 제소로까지 이어진 현재 상황에 대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한, 정치적인 의도의 무역 규제는 시행할 수 없다”며 WTO의 근본 정신을 상기했다.
라미 전 총장은 이번 WTO 소송의 쟁점을 짚으며 “한 가지 쟁점은 과연 일본의 안보가 위협을 받았는가에 대한 것”이라면서 “만약 그렇다면 일본의 수출 규제 강도가 그들이 느낀 안보적 위협에 상응하는 수준이었는지 판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미 전 총장은 미중 무역 전쟁이 한일 무역갈등에 미친 영향에 대한 생각도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을 예로 들면, 미중 무역전쟁이 정치적인 이유로 발발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무역적인 이유를 들먹이면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규제를 무기화해서 중국을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한국과 일본처럼 세계 무역의 규칙을 준수하고 모범적인 행보를 보였던 나라들이 WTO 정신에 위배되는 일에 관여되는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라미 전 총장은 또한 “정치적인 이유로 무역을 무기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유엔 헌장이 의례적으로 안보적인 위협이 발생한 지역 국가에 대해 무역 규제를 허용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며, 그렇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알기로는 한일의 경우 일본이 WTO나 유엔에 어떤 보고나 협의 없이 규제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한일 무역 분쟁의 해결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WTO를 통한 해결방안 외에 외교를 통해 푸는 해법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양 국가가 WTO를 통해 사안을 해결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일단 WTO가 정한 규칙을 따라서 이 건을 진행해야 하며, 이외 다른 방법으로는 외교라인을 이용하는 것”이라면서 “한국과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이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최근 한일 외교장관들이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외교 채널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미 전 총장은 “한일 갈등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것과,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민감한 사안이란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수출규제를 이용하는 현실을 경계했다. “내가 가진 두려움은 정치적인 이유로 시작된 수출 규제가 WTO에서 허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는 점이며, 점점 더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라면서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통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한일 갈등도 그런 의미로 매우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측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양측이 협의를 통해 최대한 해결을 해서 최종 판결까지 가지 않거나, 판결이 나올 때 받을 피해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파스칼 라미 전 총장은 프랑스 출신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무역담당 집행위원을 거쳐 2005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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