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 수출규제와 관련, 우리 기업들의 수입 의존도가 꽤 높지만, 역으로 일본 기업들도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제재가 길어질 경우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1일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품목들에 대한 대일 수입 현황을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시행하는 품목은 TV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의 핵심 재료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반도체 제조용 소재)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필요한 리지스트(OLED 디스플레이용 재료) ,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이다.
에칭가스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소재이고 리지스트는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재다.
![일본 정부가 1일 기습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렸다. 이에 한국 정부는 신속히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는 등 한일 양국간 대치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픽=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702/p179565921697850_228.jpg)
무협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으로 리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드 폴리이미드에 대한 대일 수입의존도는 각각 91.9%, 43.9%, 93.7%이다.
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3개 품목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인 데다 일본업체가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이 모두 거의 전적으로 일본업체의 공급에 의존한다.
업계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소재·부품 재고물량 2~3개월치를 확보하고 있어 오는 8~9월까지 버틸 수 있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그 이상 계속된다면 생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다만 일본도 한국시장 비중이 상당해 장기화될 경우 그 부담이 만만찮다. 이에 따라 양국이 경제 보복 조치를 잇따라 내놓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초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한국판 CES'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웨이퍼. [사진= 메가경제 DB]](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702/p179565921697850_204.jpg)
일각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현실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과잉재고를 소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 수입 심사기간을 견딜 수 있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인데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소재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자치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반대로 일본 소재업체가 받을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관련 산업 특성상 국내 업체들이 해당 소재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바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허가 절차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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