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탐구] 홀로그램, 5G 올라타고 맘껏 날아오르다

4차산업혁명 / 류수근 기자 / 2019-03-09 11:25:37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홀로그램(hologram)은 그리스어로 완전함을 뜻하는 '홀로스(holos)'와 그림을 의미하는 '그래마(Gramma)'의 합성어로, '완전한 그림'을 뜻한다. 최근 홀로그램을 이용한 인공지능(AI)이나 실시간 영상통화가 본격 구현되면서 홀로그램 기술이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의 미래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케이라이브(K-Live)에서 펼쳐진 마이클 잭슨 헌정 앨범 '더 그레이티스트 댄서'(The Greatest Dancer)의 첫 번째 싱글 '렛츠 셧업 앤 댄스'(LET'S SHUT UP & DANCE) 발매 기념 회견장은 5G시대에 실현될 디지털 홀로그램의 단면을 잘 보여줬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공상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 연출됐다. KT는 이날 상암동 케이라이브에 구축된 플로팅 홀로그램 시스템에 5G 모바일핫스팟(MHS)을 연동해 한국과 미국 LA 간 약 9500㎞의 거리 차를 홀로그램으로 지연 없이 연결했다. 홀로그램 시연 주인공은 LA에 머무는 제리 그린버그 7SIX9 엔터테인먼트 회장으로,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이자 친구이며 이번 헌정 앨범을 주도적으로 기획한 인물이었다.



3월 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K-Live에서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한국-미국 대륙간 홀로그램 시연 모습. 영국 런던에서 뮤지컬 '캣츠'를 촬영 중인 가수 제이슨 데룰로(맨왼쪽)와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였던 제리 그린버그 7SIX9 엔터테인먼트 회장(맨오른쪽)이 KT 뉴미디어사업단 김훈배 상무, KT 마케팅부문장 이필재 부사장과 나란히 무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홀로그램은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혼합현실(MR)에서 각광받는 첨단 영상기술이다. [출처= KT]
3월 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K-Live에서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한국-미국 대륙간 홀로그램 시연 모습. 영국 런던에서 뮤지컬 '캣츠'를 촬영 중인 가수 제이슨 데룰로(맨왼쪽)와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였던 제리 그린버그 7SIX9 엔터테인먼트 회장(맨오른쪽)이 KT 뉴미디어사업단 김훈배 상무, KT 마케팅부문장 이필재 부사장과 나란히 무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홀로그램은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혼합현실(MR)에서 각광받는 첨단 영상기술이다. [출처= KT]


또한, 이날 회견장에는 마이클 잭슨 첫 번째 싱글을 공동 프로듀싱한 제이슨 데룰로가 홀로그램 영상으로 깜짝 등장해 앨범 참여 소감과 함께 KT 5G 기술에 대해 감사 인사도 전했다.


이날 행사와 관련, KT는 5G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미 간 '홀로그램 텔레프레전스' 시연행사를 세계 최초로 가졌다고 밝혔다.


홀로그램 텔레프레전스는 텔레프레전스 기술에 홀로그램 기술이 더해진 것으로, 영화 킹스맨, 어벤저스 등과 같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왔던 홀로그램 회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텔레프레전스는 ‘텔레’(tele·원거리)와 ‘프레전스(presence·참석)의 합성어로, 실물 크기의 화면으로 상대방의 모습을 보며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홀로그램은 2차원(2D) 화면을 벗어나 3차원(3D) 영상으로 재생되는 입체사진으로, 홀로그램 영상은 실감 미디어 영상의 궁극적인 단계로 꼽힌다.


홀로그램이라면 ‘스타워즈’와 ‘아이언맨’ 속 장면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에서 주인공 레아 공주가 위험에 처한 자신의 상황을 제다이 전사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전하는 장면,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로봇의 슈트를 띄워 홀로그램 영상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며 조작하는 장면 등은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홀로그램은 영화 속 판타지가 아니다. 평소 좋아하던 가수의 실물같은 홀로그램이 무대에서 역동적인 댄스와 함께 공연을 펼치고 눈 앞에 있는 가상의 아바타와 대화를 나누는 시대가 됐다.



지난 1월말 '한국 CES'에서 전시된 SK텔레콤의 '홀로박스' 모습.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바타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지난 1월말 '한국 CES'에서 전시된 SK텔레콤의 '홀로박스' 모습.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바타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 홀로그램 영상은 1990년대 이후 고해상도 CCD(전하결합소자) 카메라와 고속 컴퓨팅 시스템의 발전과 더불어 실현됐다. 하지만 그동안 홀로그램은 특정 무대나 예술작품, 영화 속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허상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을 특성으로 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의 도래와 함께 홀로그램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5G 상용화와 관련한 세계 최초 기록을 잇따라 세우고 있다.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 때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12월 1일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6월에 할당받은 주파수를 활용해 일제히 세계 최초로 5G 첫 전파를 발사했다. 그리고 올봄에는 세계 최초로 단말기(5G폰) 상용화에 들어간다. 디지털 홀로그램이 5G의 총아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홀로그램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려면 대용량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설탕 한 개 크기인 홀로그램 1㎤를 생성하려면 1기가바이트(GB) 수준의 데이터 용량이 요구된다. 1GB는 1024메가바이트로, 2시간짜리 일반 동영상 파일이 대략 700메가바이트(MB)인 (MB) 점을 감안하면 홀로그램의 데이터양이 얼마나 큰 지 실감이 간다.


이같은 대용량의 홀로그램은 현재의 4세대(4G) LTE네트워크로는 실시간 전송이나 저장이 어렵다. 하지만 5G는 최대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다. 현재 LTE 속도 400~500Mbps보다 무려 40~50배 빠르고 처리 용량도 100배나 많아 홀로그램 전송에 적합하다. 5G의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특성은 실시간 원거리 회의나 원격 진료는 물론 영화같은 홀로그램을 우리 곁에서 가능케 한 것이다.



SK텔레콤의 홀로박스 설명도 [출처= SK텔레콤]
SK텔레콤의 홀로박스 설명도 [출처= SK텔레콤]


홀로그램이 향후 인공지능과 같이 실시간 서비스와 결합해 실제 사람과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지금보다 수백~수천 배 많은 데이터 전달이 필요하다.


홀로그램은 5G를 만나면서 날개를 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31주기를 맞은 가객 유재하가 홀로그램 뮤직비디오로 부활했다. 제작진은 영원한 가객인 유재하 생전 표정과 손동작, 몸짓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실감나게 표현했다. KT 홀로그램 기술과 지니뮤직의 연출로 유재하와 선후배 뮤지션들이 음악적인 교감을 나누며 공연하는 모습이 완성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 2018'에서 사람 모습을 한 아바타와 대화할 수 있는 홀로박스를 선보여 시선을 잡았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플랫폼 ’누구‘와 홀로그램 기술을 결합해 사상의 인공지능 아바타와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홀로박스 기기 없이도 스마트폰의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모바일로 아바타 캐릭터를 불러낼 수 있다.


홀로박스는 높이 365㎜, 지름 170㎜ 크기의 원통형 디자인으로, 대화 맥락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몸짓과 표정을 구현하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음성 입출력이 가능한 마이크 등으로 구성됐다.


SK텔레콤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도 ‘홀로박스’를 공개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관람객이 말을 걸면 홀로그램으로 전신이 구현된 사람 모습의 아바타가 몸짓과 표정을 바꿔가며 실시간으로 대화에 응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는 3D 캐릭터 인공지능과 소통할 미래를 앞서 경험할 수 있었다.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안주명이 지난 2017년 6월 발표한 ‘홀로그래피 기술 및 시장동향’에 따르면, 현재 세계 홀로그램 시장은 연평균 14%씩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2020년 348억 달러, 2025년 74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2020년에는 8155억 원에 이르고, 2025년에는 1조4394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이나 PC 등으로 전달되는 영상은 보고 듣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홀로그램 시대에는 촉감까지도 전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디지털파빌리온에서 열린 KT·지니뮤직 기자간담회에서 그룹 스윗소로우가 고 유재하의 홀로그램(왼쪽)과 함께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8월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디지털파빌리온에서 열린 KT·지니뮤직 기자간담회에서 그룹 스윗소로우가 고 유재하의 홀로그램(왼쪽)과 함께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존 홀로그램은 공기에 레이저를 쏴서 플라즈마 형태로 바뀐 분자가 입체영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레이저를 받은 공기분자의 온도가 화상을 입을 정도로 높이 올라간다는 문제가 있다. 일본 연구진은 레이저를 쏘는 시간을 펨토초(fs·1000조분의 1초)까지 줄여 입체영상의 온도를 낮추면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 손을 갖다 대면 영상의 형태가 변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홀로그램은 영화제작은 물론 사람의 골격구조를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의료분야 연구와 교육, 건축, 자동차,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 현지의 사람과도 실재처럼 원격회의가 가능하고 무대에서는 죽었던 가수가 되살아난 듯 노래 부른다. 상대방의 실물같은 홀로그램을 보며 전화를 거는 홀로폰의 시대도 눈앞에 와있다.


홀로그램은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카드나 신용카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홀로그램은 아날로그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것이다.


디지털 홀로그래피는 화소로 구성된 장치에 의해 디지털 홀로그램을 획득·생성하고 파면(波面)의 복원이 가능하다. 이같은 디지털 홀로그램 기술이 5G를 만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상상력과 현실을 조합시키고 있다. 홀로그램은 앞으로 상품 등의 전시 분야, 과학기술 분야와 의료분야, 산업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응용되며 확산할 것이다.


홀로그램은 빛의 파동을 똑같이 재생해내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착시를 이용하는 3D 디스플레이 기술과 달리 피로감을 주지 않고 현실감 높은 3차원 디스플레이를 구현한다. 특히 공간에 연출되는 홀로그램은 인간의 감성을 직관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가상현실(VR)에서 경험하는 멀미를 느끼거나 방향감각을 잃지 않는다.


홀로그램은 레이저 등의 파동 간섭현상을 이용해 물체의 정보를 입체적으로 기록하는 기술이다. 어떤 한 방향성을 가진 단면에 불과한 사진과 달리 입체인 홀로그램은 모든 각도에서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문서·사진·음성·동영상 등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저장하고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스토리지(저장장치)로서 주목받는 이유다.


‘5G 기술과 홀로그램의 만남.’ 최근에는 홀로그램이 K팝의 열기를 이어가는 한류 확산의 견인차 역할도 하고 있다. 정부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가상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증강현실 등 복합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청사진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5G 상용화와 함께 홀로그램이 열어갈 미래는 우리의 상상을 현실화시켜준다는 측면에서 그 어떤 기술보다 직관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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