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iew] 미세먼지보다 더 답답한 정부 대응

칼럼 / 류수근 기자 / 2019-03-08 11:12:47

대한민국이 미세먼지 공습에 신음하고 있다. 그 바람에 계절적으로 가장 활기가 넘쳐야 할 도심 거리는 인적이 줄어들면서 썰렁한 모습을 연출하기 일쑤다. 다수 국민의 칩거에 따른 활동량 감소는 국가경제에까지 타격을 입힐 지경이 됐다.


삼일절을 전후해 짙어진 미세먼지는 지난 5일까지 우리나라 전역을 무겁게 짓눌렀다. 연일 큰 길 건너 건물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거리를 덮은 미세먼지는 전국민의 숨통을 조였다. 그러나 미세먼지보다 더 답답한 것은 정부 당국의 대응이었다. 이 때까지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매일 환경부 명의로 안전안내문자를 전송하는 게 전부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정부의 가시적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5일 환경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급보고’를 하고, 대통령이 이러저러한 지시를 내린 때부터였다. 별 실효성도 없어 보이는 행동들이었지만 그 때부터 각부 장관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초등학교 교실에 가서 공기청정기를 살펴보는 장관, 마스크 쓰고 건설현장을 찾아가 근로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장관 등등의 모습이 뉴스를 통해 전달됐다.


그 이상은 없었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대통령의 지시사항 정도였다. 중국과의 미세먼지 공동예보 및 공동대응,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필요시 추경 편성 추진 등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잠재우기엔 턱없이 부실한 ‘찔끔’ 대책들이긴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대변한 것 중 하나가 6일 청와대 앞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벌어진 환경보호 단체 관계자들의 1인시위와 기자회견이었다. 환경재단 및 녹색연합 관계자들은 이같은 행동을 통해 정부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요구 사항중 공통적이면서도 대표적인 것이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중단이었다.


석탄화력발전은 경유차 운행과 함께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양대 주범으로 꼽힌다. 특히 석탄발전은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40% 이상을 감당할 만큼 비중이 크다. 서풍이나 북서풍이 없는 날 충남북과 전북 북부, 수도권 남부의 미세먼지 농도가 유독 높게 나타나는 것은 당진이 세계 최대의 석탄화력발전소 밀집지역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깊다.


이곳의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경유차를 완전히 추방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아니고서는 국내 발생 미세먼지를 유의미하게 줄일 수 없다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는 자국 관련설을 부인하는 중국을 움직여 공동작업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치들이다.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쇄키로 했다지만 향후 7기를 더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계획대로 간다면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 의존도는 장기간 높은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석탄발전 비중은 문재인 정부 들어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41.8%를 기록했을 만큼 여전히 높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30% 감축 공약이 무색할 정도다.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원전 비중의 감소다. 우리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9.9%에서 지난해 23.4%로 급감했다.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4대 전력생산 에너지원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은 LNG였다. 하지만 LNG는 석탄보다 미세먼지를 덜 발생시킬 뿐 미세먼지와 무관한 에너지원은 아니다. 혹자는 “LNG 역시 미세먼지의 주범”이라 말한다. 값이 비싸다는 것도 LNG가 지닌 한계다.


이상에서 보듯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국내 발생 미세먼지 해소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이는 곧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게 유일한 해법임을 의미한다. 그 해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석탄화력발전의 조기 중단이다. 그리고 그것을 대체할 확실하고도 유일한 방법은 미세먼지 제로의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비중을 늘리는 일이다.


화석연료와 달리 원자력은 환경적 측면에서 관리가 가능한 에너지원이다.. 더구나 한국은 그 기술의 최고봉임을 자랑하는 나라다. 그 기술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혁신성장 정책과도 잘 부합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사안은 정부의 결정 권한 밖에 있다. 따라서 정부 또한 국민들 못지않게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표필자 편집인 류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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