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SK 하이닉스가 정부의 지원으로 날개를 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집적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SK 하이닉스의 요청을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에 착수했다.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용인이 반도체 클러스터로 확정될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수도권 규제 완화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용인 반도체 산단 구성을 위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이 SK 하이닉스와 정부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업계 정상을 노리고 있는 SK 하이닉스와 신성장·혁신기술이 바탕되는 고급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정부, 두 집단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산업단지 공급물량 추가공급(특별물량)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222/p179565866185920_259.jpg)
2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산업단지 공급물량 추가공급(특별물량)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날 SK 하이닉스는 반도체 제조공장(FAB) 4개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약 448만㎡(약 135만평) 규모의 부지 확보를 위해 용인시와 경기도를 통해 산업부에 수도권 산업단지 특별물량을 요청했다.
수도권은 원칙적으로 추가개발이 제한돼있다. 하지만 정부 수도권정비계획에는 국가적 필요에 따라 관련 중앙행정부처의 장이 요청하고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산업단지 물량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산업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국토부에 용인 부지 공급을 요청한 것이다.
산업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타당성을 자체 검토한 결과 그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반도체가 수출 1위 품목으로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반도체 소재·장비 등 후방산업 육성을 위해 클러스터를 조성,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산업부는 강조했다.
강경성 산업부 소재부품산업정책관은 "삼성 기흥·화성공장에서 SK하이닉스 이천·용인·판교, 경기 남부 반도체 협력사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등 후발주자의 메모리 반도체 추격에 맞서고 소재부품장비와 시스템 산업의 발전의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계획대로 된다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2021년 토지 수용 및 부지 조성공사를 시작하고 2022년 1기 공장을 착공한다. 제품 양산은 2024년부터 시작된다. 제조 공장은 단계적으로 4개로 늘어나고 50여 국내외 협력사도 차례로 입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백군기 용인시장 [사진 =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222/p179565866185920_333.jpg)
용인시는 SK 하이닉스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우리 시를 선택한 기업과 정부의 결정이 옳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입주기업의 불편이 없도록 경기도, 중앙정부와 협의해 스마트 첨단산업단지의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설립이 승인된다면 SK 하이닉스의 상승세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이천-용인-청주로 이어지는 '반도체 삼각벨트'가 완성된다. 이 삼각 벨트 안에는 500곳 안팎의 국내외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이 모이게 된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진다. 원가 경쟁력은 물론 물류 등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한 수도권에 위치하는 만큼 우수 인재 유치도 수월해져 인력 경쟁력 확보도 가능해진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용인은 국내외 우수 인재들이 선호하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지역에 클러스터가 조성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역시 반도체 삼각 벨트 완성을 통해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 아래 2014년부터 200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2011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 인수를 강행했다. 그 결과 반도체는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챙기는 주력 사업으로 떠올랐고,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K 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한국판 '실리콘 밸리'의 시초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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