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장찬걸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약 2조원)에 대한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부사장(CFO)은 3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에도 산업은행이 동일한 (인수) 제안을 하게 된다"며 "2월 28일까지 한 달의 검토기간을 주고, 삼성중공업의 검토에 따라 (계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중공업이 포기할 경우 3월 8일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경우에 따라 본계약 일정이 3월 8일 이전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131/p179565852324292_755.jpg)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규모의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다만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과 노조 반발, 독점 논란 등 인수 확정 후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양사 노조는 이 소식에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업 영역이 유사한 두 회사 간 결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우려한 노조가 반대 기류를 보이고 있어서다.
당장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 인수 추진 소식에 이날로 예정됐던 임금 및 단체협약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연기했다.
노조는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현대중공업과 겹치는 업무를 하는 조합원들의 고용불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경영이 어렵다며 구조조정을 했던 회사가 이제 와서 막대한 돈을 들여 대기업 인수에 나선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과 합치려면 국내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 자체가 통상적으로 수개월 걸리는데다 초거대 조선사의 탄생이 독점 체제 논란을 불러올 소지도 있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물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얻을 시너지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 조선이 선점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선종 수주전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고히 다질 수 있다.
지난해 한국 조선업은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국가별 연간 수주실적 1위를 달성했다.전 세계 선박 발주량(2860만CGT)이 2017년(2813만CGT)과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한국이 큰 격차로 중국을 따돌릴 수 있었던 건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일감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클락슨 집계를 보면 작년 1∼11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총 65척 가운데 국내 대형 3사가 수주한 실적은 56척(86.2%)에 이른다.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25척, 대우조선해양이 17척, 삼성중공업이 14척을 각각 수주했다. 단순 계산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질 경우 전 세계 LNG선 발주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을 확보할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를 밝히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조선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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