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불타는 태양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탐사선이 역사적인 대장정을 시작했다. 인류 최초의 태양 탐사선이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사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일요일인 12일 오전 3시 31분(한국시각 12일 오후 4시 31분)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에서 '파커 태양 탐사선'(Parker Solar Probe)을 발사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전했다.
탐사선의 크기는 대략 소형차 크기다. 이날 탐사선은 델타Ⅳ 로켓에 실려 상공으로 쏘아 올려졌다. 발사 2시간 2분 후인 오전 5시33분, 미션운영관리 책임자는 탐사선이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업에는 15억 달러(한화 약 1조7천억원)가 투입됐다.

파커 탐사선은 기념비적 임무를 부여받았다. 태양 대기층의 가장 바깥에 있는 코로나를 통과하며, 태양에서 불어오는 강력한 바람인 태양풍을 포함해 태양의 대기를 탐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오는 10월께 금성을 빠르게 지나 11월에 태양의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7년간 태양 주위를 24차례 근접해 선회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12월에 첫 과학 관찰 결과를 전송할 예정이다. 지구상의 생명체를 가능하게 하는 별에 대한 이해에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NASA는 기대한다.
파커 탐사선의 임무는 우주기후 사건들에 대한 예측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NASA는 내다본다. 우주기후 사건들이란 인공위성을 손상시키고 궤도상의 우주 비행사들에게 해를 입히고, 무선통신를 교란하고 가장 심각한 곳에서는 전력 그리드를 압도할 가능성이 있는 현상들이다.
NASA의 과학미션 관리자인 토마스 주루첸은 “이번 임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우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지 영향을 주게 될 인류 최초의 별 방문이다”라며 “우리는 수십년 전에 과학 소설 분야에서만 존재했던 것을 성취하게 됐다”고 탐사선 발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파커 탐사선은 앞으로 두 달 동안 금성 쪽으로 '행성궤도 접근비행(flyby)'을 해 10월 초에 핸드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첫 번째 금성 '그래비티 어시스트(Gravity assist)'를 수행하게 된다. 이것은 금성의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을 채찍질하듯 튕기는 것이다. '그래비티 어시스트'란 '스윙바이(Swingby, 새총효과)'라고 불리는 우주 탐사선의 항법 중 하나다.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궤도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우주선이 행성의 궤도를 지날 때 그 중력에 끌려들어가다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듯 속력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우주선은 다른 행성으로 안전하게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첫번째 스윙바이를 통해 11월 초에는 파커 탐사선이 태양으로부터 1500만 마일까지 근접할 것이다. 코로나로 알려진 불타는 태양 대기권이다. 코로나는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인류가 그동안 간 적이 없는 태양의 최근접 위치다.
파커 탐사선은 7년 간의 임무를 통해 6회 이상의 금성 접근비행과 태양의 총 24회 통과를 통해 태양 380만 마일에 근접할 때까지 꾸준히 여행할 것이다. 이 때 탐사선은 시간당 약 43만 마일의 속도로 움직이며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기록도 세울 전망이다.
파커 태양 탐사선은 태양에 대한 오래고 근본적인 신비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코로나를 목표로 삼을 것이다.
태양 표면보다 300배 이상 뜨거운 코로나(corona)의 비밀은 무엇일까? 무엇이 초음속 태양풍(Supersonic solar wind)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태양계 전체를 통해 부는 태양 물질의 끊임없는 흐름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이 태양에 있는 입자들(solar energetic particles)을 가속시킬까요? 태양으로부터 로켓을 발사할 때 빛의 반 속도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파커 태양 탐사선은 1958년에 태양풍의 존재를 처음으로 이론화한 물리학자 유진 파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따라서 파커 탐사선은 생존 연구원의 이름을 딴 최초의 NASA 미션으로 기록되게 된다.
기존에 태양에 가장 근접했던 탐사선은 1976년 발사된 헬리오스 2호였다. 파커 탐사선이 올가을 태양 대기의 22번째 궤도에 진입하면 헬리오스 2호의 기록을 깨고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이어 파커 탐사선은 코로나에 더 깊이 진입해 시간당 69만㎞의 속력으로 움직이며 운행이 이뤄진다.
NASA는 전날인 11일 오전 파커 탐사선을 발사하려 했으나, 발사 직전 마지막 순간에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발사일이 하루 늦춰졌다.
이날 탐사선의 발사를 지켜보기 위해 수천 명이 모였다. 이들 중에는 60년 전 태양풍의 존재를 예측한 유진 파커(91) 박사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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