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의 창] 테라-루나 악몽, 또 불거진 코인게이트와 MZ조폭 그림자

칼럼 / 장익창 / 2024-02-16 23:45:23
연초 연예인·스포츠인·정관계 거물 동원 스캠코인 의혹
사업가 타이틀 양지로, 자금세탁·외화반출 용이해 대세

[메가경제=장익창 대기자] 2022년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는 암호화폐(코인) 위험성과 관련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었다.

이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할 수 있지만 새해 벽두부터 국내에서 연예인, 인플루언서, 스포츠인은 물론 정관계 거물 등을 얼굴마담으로 앞세운 코인게이트가 다시 열릴 태세다.

이 과정에서 '폼생폼사' 사업가라는 타이틀로 양지로 나온 MZ세대 조폭세력 그림자도 짙게 드리운다. 작전주, 보이스피싱, 현재 대세인 코인. 그 이후 이들은 어떤 진화된 먹거리로 학습 효과를 터득한 피해자들을 농락할 것인가.

 

 

▲ 2022년 5월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폭락한 루나 차트가 띄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논란의 주역은 W, G, T 세 개 코인이다. 이중 W코인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G코인과 T코인의 경우 코인거래소에 상장되지 못하거나 폐지, 홈페이지 폐쇄, 투자자들의 투자금 인출 불가 등 스캠 코인(암호화폐 사기) 논란에 서 있다. 이중 T코인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은 물론 정치계와 심지어 종교계 연루 의혹에 이어 중국 기업 자본의 돈세탁 창구 의혹 등 갈수록 그 실체의 판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들 코인 연루 의혹에 지목된 인물 대다수는 "전혀 무관하다"거나 코인 홍보와 관련한 영상에 올라온 자신들에 대해선 "친분과 관련 없이 찍힌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진땀을 쏟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인물은 금전거래를 부인하다가 번복하고 인정하기도 했으며 일부 인물은 홍보대사 해촉을 요구하고 법적 대응을 표명하는 등 복잡하고 혼탁한 상황이 표출되면서 논란은 갈수록 배가되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되어 하나둘 실태가 드러나면서 MZ세대 조폭 관여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나서고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 만큼 성역 없는 조사로 그 실체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MZ세대 조폭들은 과거처럼 위압감을 조성하는 외모에 완력을 앞세우는 것을 지양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들은 잘 차려입은 말쑥한 외모에 사업가라는 타이틀로 음지와 양지의 세계를 오가고 있다.

군사 정권 시절에는 집권 정당화를 위한 사회 정화 명분으로 조폭세력 척결에 나서면서 이들이 음지로 숨어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군사 정권이 종식된 1990년대 이후 조폭 자본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대거 흘러 들어갔다.이로 인해 2000년대 초반부터 조폭물이나 조폭을 미화한 영화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이러한 영상물들을 보고 영향을 받아 조직 세계에 몸을 담은 이들이 MZ세대 조폭들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사업 영역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 맞물려 이전과는 달리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조폭들은 무자본 M&A,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 2010년대 이후에는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불법 사금융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코인을 통한 자금관리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코인산업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완벽한 통제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이로 인해 조폭들에게 음지에서 벌인 사업 자금을 세탁하고 당국의 자금추적과 외화반출 감시망을 뚫기 위한 총아로 자리 잡게 되었다.

코인 주동세력들은 홍보를 위해 연예인, 인플루언서는 물론 정관계 거물 인사까지 얼굴마담으로 내세운다. 문제가 발생하면 여론의 표적이 이러한 유명인들을 향하는 특성을 악용해 쉽게 꼬리 자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루된 유명인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면 주동세력과 공모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묻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는 사이 주동자들은 해외로 도피를 하는 식이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빼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주동자들의 신병까지 확보된다 해도 '나 몰라라'는 식으로 나오거나 투자자들의 투자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도 태반이다.


다시 처음에 언급했던 루나-테라 사태를 반추해 보자. 2022년 5월 코인 개발자 권도형 씨가 설립한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테라와 그 가치 유지를 위한 자매 코인인 루나가 대폭락했다. 개당 10만원에 달했던 메이저 코인이 순식간에 개당 1원도 되지 않는 수준까지 처참하게 붕괴된 사건이었다. 이 사태는 코인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종 역할을 톡톡히 했다.

주식의 경우에는 투자에 앞서 공시를 통해 다양한 자료들을 확보하거나 기업 탐방 등 상당한 정보 접근이 가능하다. 그리고 기업이 상장을 위해선 민과 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여러 단계를 거치고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만 한다.

그러나 코인은 제한된 내용의 백서와 상장도 민간에 맡겨져 있어 위험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하기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일부 대형 코인을 제외한 알트(잡)코인 사업에 음지의 세력들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올해 7월 19일부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관련 법률'이 시행된다. 이 법의 골자는 가상자산 예치금 보호규정, 가상자산 보관 방법,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등이다. 하지만 보다 촘촘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사기 혐의가 있다면 속히 재산 은닉하는 걸 막아야 하는 특단의 대책과 법제화가 절실하다.

한 때 메이저 코인으로 취급받던 테라-루나 사태도 있었는데 유명인을 앞세워 코인 광고를 하고 있거나 실체 없는 알트코인에 대해선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도피 행각을 하다 지난해 3월 남동유럽의 작은 나라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돼 아직도 구금 중인 권도형 씨가 남긴 말이 최근 코인 사태와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어에 능통한 권 씨는 사태 직후에 자신의 트위터(현 X)에 이 글을 트윗했다. 'If you get burned by a textbook ponzi scheme you have no one but yourself to blame.' (만약 당신이 전형적인 폰지사기에 당했다면 그건 당신 책임이다. )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장익창 장익창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