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김세영 공동 9위…김효주·박인비는 각각 공동 15·23위
여자마라톤 최경선 '투혼의 완주', 2시간 35분 33초 34위
다이빙 우하람·김영택, 10m 플랫폼 결승 진출 실패
‘만능스포츠맨’을 가리는 근대5종에서 한국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이 나왔다. 근대5종 출전 57년만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종반부에 한국 선수단에 금메달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야구와 여자골프는 인상적인 기억을 남기지 못한 채 ‘노메달’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전웅태(광주광역시청)는 7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5개 종목 합계 1470점을 획득해 조지프 충(영국·1482점), 아메드 엘겐디(이집트·1477점)에 이어 3위로 동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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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 레이저런 경기에서 한국 전웅태가 동메달을 획득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
전웅태와 함께 출발했던 정진화(LH)도 합계 1466점으로 4위의 호성적을 거뒀다.
한국은 1964년 도쿄 대회부터 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 출전해왔으나 메달 획득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근대5종의 기존 최고 성적은 11위였다. 남자부에선 1996년 애틀랜타 대회의 김미섭과 2012년 런던 대회의 정진화(LH)가 11위에 올랐고, 여자부에선 전날(6일) 김세희(BNK저축은행)가 11위에 오른 바 있다.
전웅태의 동메달은 한국 선수단에서 나온 닷새만의 메달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일 체조 남자 도마 신재환(제천시청)의 금메달과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이후 메달 가뭄에 시달려왔다.
한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이번 도쿄 대회 메달 순위에서 14위를 달리고 있다.
1912년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을 한 명의 선수가 모두 치르는 종목으로, 체력과 스피드, 정신력까지 골고루 발휘해야만 가능한 종목이다.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피에르 쿠베르탱이 ‘근대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은 경기에서 승리를 하든 못하든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이다’ ‘근대5종 선수만이 올림픽 대회의 진정한 선수로 불릴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완전한 인간을 추구한다는 올림픽의 진정한 이념을 반영하는 종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태동한 종목의 특성상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획득하기는 어려운 종목으로 인식돼 왔다. 이번 전웅태의 동메달이 2012면 런던 대회 때 차오중룽(중국)의 남자 개인전 은메달에 이어 두 번째라는 사실도 이를 대변한다.
근대5종 경기는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 순으로 진행한다. 이중 레이저 런 경기는 3종목(펜싱·수영·승마) 종합 성적의 순위로 출발(핸디캡 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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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에 출전한 한국 정진화(왼쪽)와 전웅태가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레이저런 경기 결승선을 통과한 후 숨을 고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
전웅태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를 소화할수록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합계 점수를 높인 끝에 동메달 시상대에까지 오르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전웅태는 지난 5일 펜싱 랭킹 라운드(라운드로빈 예페 1분 경기)에서는 35경기 중 21승으로 9위(226점)를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이날 첫 경기인 수영(자유형 200m)에서는 1분 57초 23의 기록으로 전체 6위에 오르며 316점을 추가했다. 펜싱 보너스 라운드(30초 승부)에선 발랑탱 프라드(프랑스)에게 져서 보너스 점수를 얻지 못했다.
전웅태는 승마(말추첨 배정·장애물비월)에서는 제한시간 1분 20초를 4초 넘기고 12개의 장애물 중 하나를 떨어뜨려 300점 만점에서 11점이 감점돼 289점을 얻었다.
펜싱과 수영 두 경기를 소화했을 때까지 542점으로 8위였던 전웅태는 승마까지 마친 뒤에는 중간 합계 831점으로 4위로 점프했다.
육상과 사격을 결합한 레이저 런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여온 전웅태는 그 실력을 마지막 경기인 레이저 런에서 아낌없이 발휘했다.
핸대캡 출발하는 레이저 런에서 전웅태는 중간 성적 1~3위인 조지프 충, 정진화, 얀 쿠프(체코)에 이어 4위로 출발했다. 1위보다 28초, 3위보다 7초 늦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전웅태는 네 번의 사격 중 첫 사격부터 쾌조의 페이스를 보이며 3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후 정진화 등과 3위권 경쟁을 벌이다 경기 막바지엔 단독 3위를 달렸다. 그리고 결국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두 팔을 벌려 메달권 진입을 자축했다.
근대5종에서 역사적인 메달이 나온 이날, 이번 도쿄 대회 개막 전부터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여겨졌던 야구와 여자 골프는 나란히 메달 획득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야구는 ‘요코하마 참사’로 오래도록 기억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잇따라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끝에 끝내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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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메달 획득이 좌절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날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졌다.
이로써 한국 야구대표팀은 4일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 5일 미국과 ‘패자 준결승’, 이날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까지 3게임 연속 무릎을 꿇으면서 6개 참가국 가운데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예선부터 3승4패의 초라한 성적표다.
이번 도쿄 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보여준 경기력은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9전 전승으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명성과는 전혀 걸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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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8회초에 등판해 대량 실점한 오승환이 강판당하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이날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은 1회초 4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2-5로 뒤지던 5회말에는 6-5로 전세를 뒤집으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6회와 7회 2이닝동안 무실점으로 잘 막은 조상우(키움) 이후에 확실히 믿을 만한 마운드의 부재를 절감해야 했다.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특급 불펜으로 활약했던 오승환이지만 불혹의 노련미만으로는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을 억누를 수 없었다. 8회초 오승환이 5점이나 대량실점하면서 도쿄올림픽은 한국 야구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대회가 되고 말았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야구 결승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일본은 예선리그부터 5연승으로 우승했다.
세계 랭킹 2∼4위인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과 6위 김효주가 나섰던 여자골프도 대회 2연패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메달 획득 자체에 실패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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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영(왼쪽)과 고진영이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마지막 4라운드 18홀에서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이타마=연합뉴스] |
김세영과 고진영은 이날 일본 사이타마현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골프 여자부 최종 4라운드에서 나란히 3언더파 68타를 쳐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9위를 차지했다.
김효주는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로 공동 15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는 5언더파 279타로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여자골프 금메달은 17언더파 198타를 친, 현재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에게 돌아갔고, 은메달은 이나미 모네(일본)가, 동메달은 교포 선수인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각각 차지했다.이나미와 리디아 고는 코다에 1타 뒤진 16언더파를 나란히 기록, 연장전을 벌인 끝에 은, 동메달의 색깔이 정해졌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열린 여자 마라톤에서는 최경선(제천시청)이 2시간 35분 33초를 기록해 출전 선수 88명 중 34번째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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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선이 7일 일본 삿포로 오도리 공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마라톤 경기 중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
이날 여자 마라톤은 무더위 때문에 예정보다 1시간 빠른 오전 6시에 출발했다. 그럼에도 88명 가운데 73명만 완주했고, 15명은 레이스 도중 기권했다.
최경선은 레이스 도중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최경선과 함께 나섰던 안슬기(SH공사)는 2시간 41분 11초로 57위에 올랐다.
여자 마라톤 금메달은 2시간 27분 20초를 기록한 페레스 제프치르치르(케냐)가 가져갔다.
다이빙 남자 10m 플랫폼 준결승에 나섰던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과 김영택(제주도청)은 나란히 상위 12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우하람은 6차 시기 합계 374.50점으로 18명 중 16위로 밀렸고, 김영택은 우하람보다 높은 점수인 374.90점을 얻어 15위에 자리했다.
우하람은 지난 3일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4위에 올라 한국 다이빙 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새 역사를 쓴 선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4차 시기에 입수 때 큰 실수가 나와 못내 아쉬웠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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