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시 사무총장 주변국 우려에 "모든 사람의 목소리 수용할 것"
기시다 총리 "건강·환경에 악영향 있는 오염수 방류 인정 안해"
일본, 올여름 방류 강행 예고…해저터널공사 이어 시운전도 완료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예상대로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일본 정부가 올여름 강행을 예고한 오염수 해양 방류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위해 기다려온 중요 관문은 모두 거친 셈이 됐다. 이제 방류 개시는 결국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최종 출발 신호만 남겨놓게 됐다.
일본 내 어민들의 반대 등 국내외 반발을 고려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적절한 방류 개시 시점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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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왼쪽)이 4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
연합뉴스와 NHK 등 외신에 따르면, 도쿄전력 후쿠시마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희석해 바다로 방출하는 계획의 안전성을 검증해온 IAEA는 4일 종합 보고서에서 “일본의 계획이 IAEA의 안전기준에 부합한다(Japan’s plans are consistent with IAEA Safety Standards)”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이는 삼중수소(트리튬) 등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기준 이하의 농도로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IAEA에 안전성 관련 세부 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IAEA는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2021년 7월 11개국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해부터 조사단을 일본에 파견했다.
태스크포스는 지난 2년 동안 부문별 중간 보고서를 냈으며 이날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종합 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의 검토는 오염수 방류의 모든 핵심 안전 요소를 ‘보호 및 안전 평가’, ‘규제 활동 및 프로세스’, ‘독립적 샘플링‧데이터 확증 및 분석’의 세 가지 주요 구성요소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IAEA는 결국 보고서에서 방류 계획 전체에 대해 ‘방류에 대한 일본의 계획은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또 “후쿠시마 원전 운영 회사인 도쿄전력이 현재 계획하고 평가한 대로 오염수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방류한다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의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 negligible radiological impact)”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오염수 방류는 일본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며, 이 보고서는 그 방침을 권장하지도 승인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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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IAEA는 종합보고서를 통해 "일본 측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냈으며 도쿄전력이 계획대로 오염수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EPA=연합뉴스] |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일본기자클럽이 도쿄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를 만나 종합 보고서를 전달했다면서 이 같은 결론을 전달했다.
그는 “2년간에 걸쳐 평가를 했다”며 “적합성은 확실하며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보고서가 과학적으로 답을 낸 것이라고도 했다.그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IAEA가 현장에서 활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IAEA는 앞으로 수십 년간 모니터링과 평가 등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물을 희석하는 공정은 새롭지 않다”며 “일정한 양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을 방류하는 것은 중국, 한국, 미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주변 국가의 우려에 대해서는 “포괄적이고 중립적이며 과학적인 평가가 필요하고 그 점에서 자신 있다”며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객관적인 답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기자회견 시점과 거의 동시에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발표된 보고서가 “IAEA의 검토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보여준다”면서도 “우리의 임무는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AEA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검증된 사실과 과학에 의존해 이 문제에 대한 이해를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알릴 수 있도록 국제 사회에 투명성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또, “IAEA의 안전성 검토는 방류 단계에서 계속될 것이며, 지속해서 현장에 상주할 것”이라며 “방류 시설에서 웹사이트에 실시간 온라인 모니터링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종합 보고서를 전달한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라며 “일본과 세계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이 있는 방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높은 투명성을 갖고 국내외에 정중하게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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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주요 일지. [서울=연합뉴스] |
일본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출 개시 시점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그간 늦어도 올해 여름 무렵에 방류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해왔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계획에 맞춰 약 1㎞ 길이의 해저터널 공사를 약 두 달 전에 이미 마쳤고, 지난달 27일에는 방류 설비의 시운전도 끝냈다. 도쿄전력은 방류 개시가 결정되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탱크에 보관돼있는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해저터널을 통해 태평양으로 흘려보낼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IAEA의 이번 종합 보고서가 오염수 해양 방류에 상당한 명분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앞으로 국내외 설득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7일까지 일본에 머문 뒤 오는 7∼9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진보당 도쿄원정단은 이날 일본기자클럽 앞에서 IAEA 종합 보고서 공개를 비판하는 항의 시위를 열었다.
강성희 의원은 “IAEA는 오염수 투기에 면죄를 주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핵 오염수 투기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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