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도 '예외' 인정 러시아 수출통제 'FDPR' 면제 국가 포함...4일 관보 실어 바로 시행

글로벌경제 / 류수근 기자 / 2022-03-04 20:06:01
통상본부장-미 고위급 협상…“한미동맹 굳건한 신뢰공조 확인”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미국이 내놓은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수출통제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대(對)러 수출통제 이행방안이 국제사회의 수준과 잘 동조화(well-aligned) 됐다고 평가하고, 한국을 러시아 수출통제 관련 FDPR 면제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도 FDPR 관련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우리나라가 FDPR 면제국에 포함돼도 강화된 수출통제 조치에 따라 기업들은 특정 품목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미국 상무부 돈 그레이브스 부장관과 면담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FDPR(FDP rule)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다면 미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미 상무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달 24일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센서·레이저, 항법장비, 해양장비, 민간항공기 구성품 등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목적은 러시아 산업 기반에 대한 기술적 투입과 주요 분야에 대한 접근은 물론 러시아의 국방, 항공우주, 해양분야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발표 당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대러 제재를 취하기로 한 유럽연합(EU) 27개국과 호주, 영국,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32개국은 FDPR 적용을 면제받았으나 그동안 한국은 적용 예외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FDPR 적용 면제국에 포함되기 위해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부차관보 등 양국 통상당국 간 국장급 실무협의를 이어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 오후 12시45분(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상무부 돈 그레이브스 부장관과 달립 싱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 미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와 연쇄 면담을 가졌다.


양측은 이번 면담에서 ▲ 한-미간 대러 수출통제 공조 및 FDPR 면제국가 협의, ▲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협력방안, ▲ 철강 232조 등 양국간 주요 현안에 대해 고위급 논의를 진행하고, 한미동맹 및 경제협력의 굳건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산업부는 “양국은 이번 한국의 대러 수출통제 방안 이행과 FDPR 면제국 인정은 그간 산업부와 미 상무부 국장급 실무협의 등이 신속하고 긴밀하게 이루어진 결과라고 평가하고, 국제 사회에서 한미동맹 및 대러 수출통제의 굳건한 신뢰 공조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미국이 4일께 한국을 FDPR 적용 예외 국가에 포함하는 내용을 관보에 올려 곧바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미국의 한국에 대한 FDPR 면제 결정과 함께 미국 등 국제 사회와 유사한 수준의 추가적인 수출통제 조치에 들어가게 된다.

여 본부장은 “이번 양국간 합의를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대러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강화된 수출통제조치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결과가 됐다”고 평가했다. 

 

작년 기준 러시아는 우리나라 수출의 1.6%, 수입 2.8% 비중을 차지하는 10위 교역대상국이다. 승용차와 부품, 철 구조물 등이 수출품의 절반을 차지하고, 나프타와 원유, 유연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품이 전체 수입의 70%에 해당한다.

현재 러시아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포스코, 오리온 등 120여개 기업이 법인 및 공장을 보유하고 비즈니스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미는 이번 고위급 면담에서 러시아 수출통제 외에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논의를 갖고 향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무역, 공급망, 인프라, 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이슈들에 대한 포괄적인 협력을 위해 IPEF를 추진중임을 설명했다.

이에 여 본부장은 미국의 아・태 지역 리더십 복귀를 긍정적인 진전이라 평가하고, IPEF가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 원칙에 따라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하며,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경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PEF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7일 발표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한 포괄적인 경제협력 구상으로,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중전선’의 경제 연대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 본부장은 또 이번 면담에서 핵심 동맹국인 한‧미간 공조기반 강화를 위해 주요 현안인 철강 232조치 개선협상이 조속히 개시될 수 있도록 미측 협조를 강하게 요청했다.

철강 232조 조치는 우리나라가 2018년 미국과 합의해 263만t(쿼터) 한도까지만 철강을 무관세 수출하도록 한 것이다. 263만톤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대미 철강 수출물량의 70%에 그친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최근 미국과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철강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미 간의 철강 조치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미측에 쿼터 확대와 운영의 신축성 검토를 요구하며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출처=산업부·미상무부 홈페이지·연합뉴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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