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을 잡스는 죽었지만, 애플의 폐쇄성을 구글의 개방성에 대응해볼 때, 그의 정신은 여전히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어이 너희 구글 연대들, HTC, 모토로라, 삼성, 너희는 내 아이폰을 훔쳤어. 너희는 도둑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야.”
물론 애플은 특허를 훔쳤다는 생각만큼이나 아이러니하게 아이폰 개발 당시 애플의 이사 중 한 명이 구글의 전(前) 회장 에릭 슈미트라는 사실, 한때는 한 진영에 섰었던 자와 대항점에 섰다는 사실이 가장 잡스를 화나게 한 일 중의 하나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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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제공] |
위와 같은 애플의 사례로 볼 때, 후발주자인 기업은 그 분야의 강자들에 비해서 자신의 제품과 기술을 보호해줄 중무장한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데 비해, 시장의 강자들은 이미 오랫동안 무기를 갖고 있으므로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법제도인 특허제도가 때에 따라서는 기술혁신을 가장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물론 애플은 그렇지 않지만 스스로 상품의 제조와 생산은 하지 않아 특허침해 소송을 당할 우려는 없게 한 뒤 특허권 행사만을 통해 많은 기업을 괴롭히는 특허 괴물의 등장은 특허 제도를 원점에 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IT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점차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표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고 표준화를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품의 수명에 따른 것이다. 제품수명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로 전개될 수 있고 국가는 표준화에 대한 개입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여야 한다.
즉, 시기별로 사실상 표준과 업계 표준, 표준화기구에 의한 표준을 결합하여 표준을 할지 아닐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 때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상호운용성이다. 복수의 표준이 시장에 있게 되면 소비자는 기기를 바꿀 때마다 전체적인 시스템의 재구매를 요구받고 추가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의 특성과 DRM의 상호운용성에 대한 주요국의 동향을 되돌아보자.
“(DRM은) 저작물이 공적 영역에 편입되는 것을 방해하고 공적 영역에서 공중이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문제 등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세계 각국은 DRM의 상호운용성(상이한 포맷과 기기 상호 간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것)의 확대를 중요한 과제로 제시·강조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05년 7월1일 방송콘텐츠가 P2P 시스템으로 권한 없이 재전송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방송플래그 정보를 디지털 텔레비전 신호를 수신하는 모든 기기에 넣도록 하는 명령을 제정하기도 하였으며, 프랑스 하원은 위 애플사 사건을 계기로 2006년 3월21일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세계 최초로 온라인 콘텐츠서비스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는 법안(이른바 DRM해제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위 법안은 같은 해 5월 10일 상원에서 수정되어 ‘호환성 보장을 위한 기술공개의무조항’이 삭제되고, 다만 기술적 보호조치의 호환성 보장을 위한 필수정보 공개를 조정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그에 대한 반대가 있어 헌법위원회는 2006년 7월27일 일부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여 DRM의 폐쇄적 운용을 차단하고자 하였던 상호운용성은 그 활용범위가 축소되게 되었다. 그밖에 독일도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한 자에게 그 조치의 해제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한 바 있으며, 덴마크 정부는 2006년 3월26일 2007년까지 DRM의 상호운용성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추진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 2007.12.27. 선고 2007누8623판결)
애플의 아이폰 저작물을 삼성 갤럭시로 옮기는 일이 여전히 불가능한 가운데, 구글은 더 많은 제조사들을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개방성으로 끌어들이고 제조사들의 다양성과 증가하는 고객을 자신의 무기로 삼고 있다. 물론 구글의 성장이 애플의 충성도 고객을 건드리지는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전쟁의 시작은 구글이 제조사들에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시작했고,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수익의 하락을 가져오게 하였다. 구글 동맹의 제조사들이 모두 이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이었으나 이제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나누어주는 구글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리가 침해된 것이다. 이 쯤에서 순진한 생각일지 모르나 상호운용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에서 보던 저작물을 아이폰에서 보는데 불편하여 어쩔 수 없이 계속 쓰던 휴대폰의 다음 단계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법관 중 하나인 홈즈 대법관은 “친애하는 시민들이 지옥으로 가려한다면 돕겠다. 그게 내 일이니까.”라는 말을 했다. 즉, 대중의 의견을 바꾸기보다는 그 의견에 정당성을 지지해주고 그들을 끌어안는 것이 법의 역할이고 법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시장의 고객은 우수한 제품을 선택해 줄 것이라고 믿고 능력에 따른 분배를 꿈꾼다. DRM해제법안이 없더라도 교차하여 더 다양한 제조사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말할 때가 된 것 같고, 스마트폰 시장의 표준화를 논의할 만큼 성숙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박정인 단국대 연구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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