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억제 후 염증·섬유화↓…새로운 대사질환 치료 가능성 제시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비만과 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에서 염증과 섬유화를 일으키는 핵심 단백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해당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하자 지방조직의 염증과 섬유화가 감소하는 현상도 관찰되면서 대사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새로운 연구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체중이나 지방의 양을 줄이는 기존 비만 치료 접근에서 나아가 지방조직 자체의 건강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치료 표적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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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희·문준호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김종경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
4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내분비대사내과 최성희·문준호 교수와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 공동연구팀은 한국인의 내장지방을 세포 단위로 분석해 염증과 섬유화를 유발하는 단백질 'THBS1(트롬보스폰딘-1)'의 역할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술받은 한국인 21명의 내장지방 조직을 확보해 분석했다. 대상자는 정상 체중 8명, 비만 5명, 비만과 당뇨병을 함께 가진 환자 8명으로 구성됐다. 정상 체중 그룹은 신장 기증자였으며, 나머지 13명은 위소매절제술을 받은 환자였다.
연구팀은 단일세포핵 RNA 분석 기술을 활용해 약 8만6000개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사하고, 질환 단계에 따른 내장지방의 세포 구성과 변화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지방줄기세포와 지방세포 가운데 THBS1을 많이 생성하는 특정 세포 집단이 확인됐다. 이들 세포에서는 염증과 섬유화 관련 유전자 발현이 높게 나타났으며, 정상 체중 그룹보다 비만 그룹에서, 비만 그룹보다 비만·당뇨병 그룹에서 더 많이 관찰됐다.
지방세포 내 THBS1 수치 역시 정상 체중, 비만, 비만·당뇨병 순으로 증가했다. 체질량지수(BMI)와 최근 2~3개월간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당화혈색소(HbA1c)가 높을수록 THBS1도 증가하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특정 대식세포(SLC11A1 양성 대식세포) 역시 비만과 당뇨병을 함께 가진 그룹에서 크게 늘었다.
연구팀은 THBS1이 지방조직을 손상시키는 구체적인 작용 과정도 확인했다.
세포와 지방조직 배양, 동물실험 결과 THBS1은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를 자극해 섬유화 신호물질 'TGF-β'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지방조직에 콜라겐이 축적되고 염증 반응이 증가했다.
THBS1은 지방줄기세포가 정상적인 지방세포로 분화하는 과정도 방해했다. 이미 형성된 지방세포에서는 포도당 흡수 능력과 인슐린 신호 전달 기능을 떨어뜨렸다.
생쥐의 내장지방에서 THBS1을 증가시킨 실험에서도 콜라겐 축적과 염증성 면역세포의 유입이 확인됐다. 이는 THBS1이 지방조직의 구조적 변화뿐 아니라 대사 기능 저하에도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지방세포가 커지는 등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활성화되는 'YAP/TAZ' 신호가 THBS1 유전자의 발현을 직접 조절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THBS1의 작용을 차단하는 실험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비만·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 조직에 THBS1 억제 항체를 처리하자 염증과 섬유화 관련 유전자 발현이 감소했다. 고지방식으로 비만을 유도한 생쥐의 지방조직에 같은 항체를 투여한 실험에서도 섬유화가 유의하게 줄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THBS1이 대사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으며, 혈액검사를 통해 지방조직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의 인체 분석 대상은 21명으로 제한적이다. THBS1의 진단 정확도와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THBS1 억제에 따른 염증·섬유화 감소가 확인됐지만, 사람에게 항체를 투여해 비만이나 당뇨병 치료 효과를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는 아니다.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같은 체중이라도 내장지방이 얼마나 건강한 상태인지에 따라 당뇨병 등 대사질환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지방조직을 병들게 하는 핵심 인자를 한국인 환자 조직에서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THBS1을 표적으로 한 진단·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지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달 27일 게재됐으며, 연구팀은 관련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도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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