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작공간·신촌패스로 상권 활성화…14개 동 주민자치회 11월 출범 추진
[메가경제=박성태·박선영 기자] “신촌의 주인이자 주체는 청년입니다. 그동안 관 주도로 이뤄졌던 신촌 활성화 정책을 청년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서울 서대문구가 신촌 상권 활성화와 교통망 확충, 노후 주거지역 정비라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대학과 청년 인구가 밀집한 신촌은 청년들이 머물며 창업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서부선 경전철과 강북횡단선의 사업 지연을 해소하고 지역 간 교통·생활환경 격차를 줄이는 일도 시급하다.
민선 9기 취임 100일을 맞은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은 메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촌을 청년 중심의 문화·창업 공간으로 바꾸고,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교통·도시정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 ▲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은 메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촌을 청년 중심의 문화·창업 공간으로 바꾸고,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교통·도시정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
박 구청장이 강조한 구정 운영의 핵심은 주민 중심 행정이다. 구청장이 정책 방향을 미리 결정해 주민에게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의견을 먼저 듣고 행정이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신촌에는 청년창작실험공간 'SYNC-X'를 조성하고 2027년에는 '서대문청년청'을 마련한다. 지역 상권과 문화시설을 연결하는 '신촌패스' 도입도 추진한다.
교통 분야에서는 서부선과 강북횡단선의 조기 착공을 위해 서울시·중앙정부와 협력을 강화한다. 54곳의 도시정비사업은 주민 의사와 투명성을 기준으로 관리하고, 유진상가·인왕시장 개발을 통해 홍제역 일대의 중심 기능을 높일 방침이다.
주민자치 분야에서는 11월 14개 동 주민자치회 출범을 추진하고 주민추천 동장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박 구청장에게 취임 100일의 변화와 앞으로의 구정 운영 방향을 물었다.
| ▲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이 지난 7월 1일 취임 첫날 ‘주민자치회 활성화 추진 계획’을 1호로 결재한 뒤 결재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서대문구청 제공] |
◇ 취임 1호 결재는 주민자치…주민 중심 행정으로 전환
박 구청장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바꾸려 한 것은 행정 운영 방식이다. 구청장 중심의 의전과 형식적인 행사를 줄이고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행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행사 규모를 키우거나 주민을 동원하기보다 자발적인 참여와 정책 성과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의전을 간소화하고 업무상 필요한 범위에서만 지원하도록 당부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구청장이 정한 방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주민 의견을 먼저 듣도록 했다.
지난 9월에는 14개 동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과 소통했다. 현장 소통 과정은 유튜브로 생중계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주민 1226명을 만나고 289차례 현장을 찾았다. 구는 현장에서 수렴한 의견을 2027년 사업계획과 예산에 반영할 방침이다.
청년들과의 소통도 정례화했다. 지난 7월부터 매달 다양한 분야의 청년들과 만나는 '청년 로그인' 간담회를 열어 지역 현안과 청년정책에 관한 의견을 듣고 있다.
박 구청장이 주민 중심 행정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꼽는 것은 주민자치회 복원이다. 그는 지난 7월 1일 취임 첫날 '주민자치회 활성화 추진 계획'을 1호로 결재했다. 주민들이 지역 현안을 직접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치 기반을 다시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서대문구는 지난 9월 주민자치회 위원을 공개 모집하고 주민자치학교 사전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위원 선정 절차를 거쳐 14개 동 주민자치회의 11월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지역 의제 발굴과 자치계획 수립, 주민총회 운영 등에 참여하게 된다. 박 구청장은 주민들이 생활 속 문제를 직접 제안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노동·기후환경·사회연대경제 분야도 보강할 계획이다. 노동 분야에서는 전담부서나 팀을 신설해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과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계획을 마련한다. 기후환경 분야에서는 전문가들과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발굴하고,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는 지역과 기업의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박 구청장은 취임 100일을 주민들과 소통하며 변화의 출발점을 마련한 기간으로 평가했다. 앞으로는 현장에서 확인한 과제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연결해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 ▲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이 지난 1일 명지대학교에서 열린 ‘찾아가는 청년정책상담소’에서 청년들과 식사하며 청년정책과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서대문구청 제공] |
◇ 신촌의 주인은 청년…문화·창업으로 상권 활성화
신촌 상권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박 구청장은 청년이 직접 지역의 문화와 경제활동을 만들어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 대학이 밀집한 신촌의 강점을 살리되 단순히 방문객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머물며 창업하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은 신촌 연세로 32-1에 조성할 청년창작실험공간 'SYNC-X'다. 이곳에는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상주하며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공연과 전시 등 신촌만의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이를 지역 상권과 연결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동교동 마스타빌딩에 '서대문청년청'을 조성한다. 신촌과 홍대, 연희동을 잇는 청년 밀집지역에 들어서는 이 시설은 청년들이 정책을 발굴하고 모임을 조직·운영하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박 구청장은 두 공간을 신촌·이대 지역의 행사 거점으로 연결해 청년 문화활동이 지역 소비와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상권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사업으로는 '신촌패스'를 추진한다. 신촌의 문화시설과 음식점, 판매점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패스권을 판매해 방문객들이 지역의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2027년 도입과 연계사업 시범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 상인과 주민, 학생,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소상공인 상생협의체도 운영해 상권별 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할 방침이다.
청년 창업자와 문화예술인의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촌·이대 지역 건물주에게 친환경 건축물 건설을 지원하고 이를 임대료 인하와 연계하는 구상이다. 임대료 부담이 낮아지면 청년 창업자와 문화예술인의 입주를 유도해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건축 지원과 임대료 인하를 연계하는 방안은 아직 구상 단계로,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신촌 활성화의 성과를 일회성 행사나 방문객 증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청년들이 실제로 머물며 문화활동을 하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얼마나 마련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부선·강북횡단선 조기 착공 추진…교통 소외 해소
교통 분야에서 박 구청장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은 것은 서부선 경전철과 강북횡단선의 사업 지연이다.
그는 철도사업을 경제성만으로 판단하면 교통 소외지역은 계속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교통복지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부선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가 확정되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민간투자사업을 재공고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과 재정사업 두 가지 방식을 함께 검토하는 상황이다.
박 구청장은 사업 방식이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조기 착공을 위해 서울시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북횡단선도 조속히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꼽았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 관련 계획 승인을 요청했으며, 연내 승인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예비타당성조사 재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기존에 제시된 홍제역, 서대문구청앞역, 명지대역, 가재울뉴타운역 등 관내 4개 역사 계획을 유지하면서 간호대역 신설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박 구청장은 철도망 확충이 단순한 이동시간 단축을 넘어 주민의 이동권과 지역 간 생활환경 격차를 줄이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사업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주민들과 함께 조기 착공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사업 모두 관계기관의 행정절차와 사업성 검토 등이 남아 있어 실제 착공 시점을 확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대문구의 조기 착공 추진이 실질적인 사업 진전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 ▲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오른쪽)이 지난 9월 3일 신촌동 자치회관에서 열린 ‘신촌동 주요업무보고회’에 참석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서대문구청 제공] |
◇ 정비사업 54곳…주민 의사와 투명성에 무게
재개발·재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주민 의사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서대문구에서는 홍제역세권활성화사업과 연희1구역 등을 포함해 총 54곳의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주민이 원한다면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원하지 않는 사업은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해제를 검토하는 '주민 중심 서대문구형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판단이다. 정비사업은 주민 간 의견 차이와 소송 등으로 장기간 지연될 수 있어 갈등을 사전에 조정하는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시정비·법률·금융·감정평가 등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갈등관리책임관 운영을 확대한다. 사업장별 갈등 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주민과 조합 사이의 의견 차이를 조정해 불필요한 사업 지연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공정관리 회의와 보고체계도 운영해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조합의 자율적인 시정과 개선을 유도하고 정보공개 모니터링과 전자투표 활성화를 통해 운영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
박 구청장은 정비사업을 무조건 빠르게 추진하는 것보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갈등을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마련해야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고 주민들의 신뢰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홍제역 일대 개발·주민추천 동장제…서대문의 다음 과제
앞으로 4년 동안 서대문구의 도시 경쟁력을 높일 주요 사업으로는 유진상가·인왕시장 개발을 제시했다.
박 구청장은 홍제역 일대의 중심 기능을 강화해 서대문구를 서울 서북권의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구는 정비사업 운영점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유진상가·인왕시장 사업의 시행 방향과 회계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서울시의 지원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참여가 필요하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 행정2부시장과 SH 사장을 만나 개발 방향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사업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개발 방식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주민자치 분야에서는 '주민추천 동장제' 도입을 추진한다. 주민들이 지역 현안 해결 능력을 갖춘 공무원을 직접 선택해 동장 후보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구상에 따르면 5급 공무원과 승진예정자를 대상으로 후보군을 모집하고 공개 설명회와 투표를 거쳐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정된 동장에게는 3년의 임기와 일부 예산권 등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박 구청장은 동장이 지역 현안을 책임지는 '작은 구청장'이 되고 주민자치회는 '작은 의회' 역할을 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주민추천 동장제는 아직 도입 계획 단계다.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후보 선정 절차와 권한 범위, 인사 운영 기준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박 구청장이 제시한 '서대문 전성시대'는 철도망과 도시 개발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청년들이 머물며 취업과 창업에 도전하고 주민들이 지역의 미래를 직접 결정하는 도시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철도사업은 관계기관의 협조와 사업성 확보가 필요하고 신촌 활성화 사업은 청년과 상인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정비사업 역시 주민 간 갈등 조정과 투명한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박 구청장은 구청장이 미리 정한 답을 주민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소통과 협치를 통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취임 100일 동안 주민 의견을 듣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구체적인 정책과 성과로 연결해야 할 시점이다. 신촌의 청년 활력과 교통망 확충, 도시정비와 주민자치가 주민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박 구청장에게 남겨진 과제다.
[편집자주]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아 메가경제는 전국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주요 현안과 구정 운영 방향을 살펴보는 기획 인터뷰를 이어간다. 취임 이후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앞으로 남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주민과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지 묻는다. 이번 기획을 통해 각 자치구의 정책과 실천 방안을 조명하고, 그 성과가 주민들의 실제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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