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 중징계 CEO들 제재 수위에도 영향 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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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이 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손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이 제재 이유로 삼은 '내부통제 준수의무'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 과정에서 비슷한 사유를 근거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여타 은행·증권사 CEO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27일 손 회장 등 2명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문책경고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3월 금감원은 우리은행장을 지냈던 손 회장과 정채봉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에게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부과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DLF 불완전판매가 우리은행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에서 기인했다는 판단에서다.
손 회장 등은 이에 불복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함께 낸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간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이를 토대로 손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최종 승소하지 않으면 향후 3년간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한 처분 사유로 ▲상품선정위원회 생략 여부 ▲리스크 관리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및 결과 미비 ▲투자자 권유 사유 정비 미비 ▲점검체계 기준 미비 등 5가지를 들었다. 법원은 이 중 세번째 근거인 ‘금융상품 선정 절차 마련 의무 위반’ 만이 인정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4가지 처분 사유는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직원 개개인의 일탈 문제를 넘어, 우리은행의 상품 선정 절차가 그 견제 기능과 관련한 정보를 최종 경영 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정보 유통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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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사진= 연합뉴스] |
이번 판결은 금감원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은행 최고경영자(CEO)를 징계할 권한이 있는지 판단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1심이긴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 패소로 무리하게 금융회사 CEO 제재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또,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다른 은행·증권사 CEO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관련 금융사들은 줄줄이 취소 행정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제재 정당성이 무너지면서 감독정책에 대한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검사의 방향이나 내부통제와 관련한 감독 방식에 변화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금감원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로 제재 대상에 오른 금융사 CEO들의 징계는 아직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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