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관장과 소송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요동 경영권 분쟁 가능성
[메가경제=장익창 대기자] 날로 긴밀해지는 지구촌 시대, 글로벌 경제에서 기업들의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함께 일컫는 ESG 경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괄목할 성과를 거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 후진적 구조로 평가받는 순환출자 고리 등을 끊지 못하는 곳들도 상존한다. 이에 본지는 국내 대기업집단들의 지배구조 현주소를 짚어보고 각각의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신인 선경그룹 창업주인 백부 고 최종건 회장과 2대 회장인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으로 38세 때인 1998년부터 SK그룹을 이끌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주회사인 SK㈜의 최대주주로서 그룹을 장악하고 있지만 지배구조와 관련해 커다란 두 이슈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제들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과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계열 분리 여부다. 이중 SK디스커버리의 경우 SK그룹과 지분 정리가 완전히 일단락된 상태여서 계열 분리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SK네트웍스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른 하나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건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 원을 넘는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그룹 지배구조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그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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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
SK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지정 자산총액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 그룹으로 올라섰다. 이달 공정위 지정에서도 SK그룹 산하 계열사 수는 198개로 30대 그룹 중 가장 많다. SK그룹 자산총액은 327조원으로 전년비 35조원이상 늘어나며 3위인 현대차그룹과 자산 격차를 1년새 34조원에서 57조원으로 더 벌리며 재계 2위 자리를 수성했다.
선친인 최종현 2대 회장이 1998년 향년 68세로 갑자기 별세하면서 그룹 경영을 승계하게 된 최태원 회장은 한 동안 0%대 지분율에 그쳤던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SK㈜에 대한 취약한 지배력으로 2003년과 2004년 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소버린은 2003년 3월부터 SK㈜ 지분을 늘리기 시작해 15% 가까운 지분을 확보했고, 같은 해 8월 최태원 회장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내 여론이 소버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최 회장을 지원하는 우호지분이 늘어나면서 최 회장은 2005년 3월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최종 승리했다.
2007년 최 회장과 SK그룹은 SK㈜를 기존 에너지와 화학 사업부문을 SK에너지로 분리해내고 순수 지주회사로 전환시켜 SK그룹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수년간 SK그룹 지배구조는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시스템 통합(SI)업체인 SK C&C를 통해 SK㈜를 간접 지배하고 SK㈜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이른 바 '옥상옥' 형태가 지속됐다. SK C&C는 SK㈜ 최대주이지만 최 회장이 직접 보유한 SK㈜ 지분은 극히 미미했었기 때문이었다
최 회장에게 SK㈜ 지분 확대는 여전한 숙제였다. 결국 SK그룹은 2015년 SK C&C와 SK㈜를 1대 0.74를 비율로 합병을 단행하면서 해결책을 찾았다. 그 결과 출범한 SK㈜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홀딩스와 SI 등 사업부문인 SK주식회사C&C로 분리됐다. 이렇게 SK그룹은 현재의 지배구조인 '최태원 회장→SK㈜→계열사'를 완성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SK㈜ 최대주주는 17.5%를 보유한 최태원 회장이다. 그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6.5%, 남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겸 SK온 대표가 0.6% 등을 보유 중이다. 다만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들의 SK㈜ 지분율은 25.98%로 여전히 경영권 안정 지분율 기준인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SK㈜는 그룹의 주요 사업부문 중심축 계열사들에 대해 안정적인 지분율을 확보한 상태다. SK㈜는 에너지 화학부문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 지분 33.77%, 정보통신(ICT) 부문 축인 SK텔레콤 지분 30.01%, 반도체 소재 부문 축인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로 지분 20.07%를 보유한 SK스퀘어 지분 30.01%를 갖고 있다. 또한 SK㈜는 SK매직과 SK렌터카를 거느린 SK네트웍스 지분 39.14%, 2차전지와 반도체 소재기업인 SKC 지분 40.64%, 액화천연가스(LNG)와 도시가스 사업을 하는 SKE&S 지분 90%,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44.48%, 반도체 소재 전문기업 SK실트론 지분 51%를 보유 중이다.
최 회장과 SK그룹에게 남은 지배구조 숙제는 SK텔레콤으로부터 2021년 11월 인적분할로 설립된 투자전문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에 대한 보유지분을 현재보다 약 10%포인트 높은 30%까지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SK그룹은 기간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기업 인수합병(M&A)과 투자 제한을 해소하기 위한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위해 SK스퀘어를 설립했다. 다만 2021년말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로 인해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는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사인 SK하이닉스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올 4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65조원 안팎에서 형성된다는 점에서 10%포인트 늘려야 하는 SK스퀘어로서는 단순 지분매입 방법을 쓸 경우 6조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SK그룹에게는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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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사옥. [사진=SK] |
SK그룹 지배구조에 있어 관심사는 최태원 회장 사촌 형제들의 계열 분리 건이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는 이미 SK다른 계열사들과 지분 정리를 완료했고 현재 소그룹 형태로 독립경영 중이어서 언제든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룹 지주회사인 SK㈜는 SK디스커버리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SK디스커버리는 각각 코스피 상장사들인 SK케미칼 41.03%. SK가스 74.25%, SK바이오사이언스 68.18% 최대주주다.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를 통해 굵직한 상장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전 회장이 이끌었던 SK네트웍스의 경우 4월 10일 기준 SK㈜가 41.20%를 보유한 최대주주여서 SK디스커버리와 달리 당장 분리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 나온다. SK네트웍스는 코스피 상장사인 SK렌터카 지분 72.95%, 비상장계열사인 SK매직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2021년 10월 최신원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그의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이 사장으로 승진해 회사를 이끌게 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성환 사장은 2021년 이후 SK네트웍스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해 지분율을 올 4월 10일 기준 2.77%까지 끌어 올려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최 사장은 아버지 최신원 전 회장의 지분율 0.88%를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앞으로도 최 사장은 SK네트웍스 지분 매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K디스커버리와 SK네트웍스 분리 가능성에 대해 SK 측은 "정해진 것은 전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SK그룹 지배구조와 관련 다른 중대 관심사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결과다. 최 회장은 1988년 9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 장녀인 노소영 관장과 결혼해 슬하에 장녀 윤정 씨, 차녀 민정 씨, 장남 인근 씨 등 1남 2녀를 뒀다.
최 회장은 2015년 사실혼 관계인 김희영 현 티앤씨재단(T&C) 이사장과의 사이에 2010년생 딸의 존재와 노 관장과의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하려 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후 조정에 이르지 못하면서 최 회장은 노 관장을 상대로 2018년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노 관장도 지속적으로 이혼을 반대하다가 2019년 12월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최태원과 노 관장 사이 이혼소송의 최대 쟁점은 단연 재산분할 규모다. 노 관장은 소송 제기를 통해 위자료 3억 원과 함께 최태원이 보유한 SK㈜ 지분의 42.3%를 재산분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가로 1조원을 넘는 수준이다. 노소영 관장은 이달 현재 SK㈜ 주식 8616주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율을 0.01%에 그친다. 그러나 노 관장이 완전 승소한다면 SK그룹 지배구조는 요동치고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2018년 11월 자신이 보유한 SK㈜ 지분 329만 주(4.68%)를 동생인 최재원 SK수석부회장 등 친족들에게 증여했다. 당시 시가로 9000억원을 넘는 규모였다. 증여 전 23%에 육박했던 최 회장 지분율은 18% 초반대로 떨어졌다. 최 회장은 취임 20주년을 맞아 그룹 성장에 기여해 온 친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증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 회장은 노 관장과 슬하의 세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이혼소송과 맞물려 뒷말을 낳고 있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 1심 법원인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는 지난해 12월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노소영 관장은 최태원 회장의 SK 주식이 상속증여받은 특유재산이 아니며 혼인기간에 매수한 주식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고, 최 회장도 맞대응 차원에서 항소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법정 싸움은 갈수록 격화 양상이다. 올 3월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위자료 30억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했다. 노 관장 측은 "김 이사장이 혼인 생활에 파탄을 초래했고 그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이 주장하는 내용은 ‘불법 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불법행위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한다. 노 관장이 이혼의 반소를 제기한 2019년 12월부터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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