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승부처 ‘발행’ 아닌 ‘연결’…기관 인프라 선점전

증권 / 이상원 기자 / 2026-09-11 16: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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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정산·수탁 연결성이 시장 경쟁력 좌우
금융사·플랫폼 합종연횡…규제 전 기술 검증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경쟁의 무게중심이 ‘누가 발행하느냐’에서 ‘어디에서 쓸 수 있느냐’로 이동할 전망이다. 은행 계좌와 지급결제망, 가상자산 거래소, 전자지갑, 수탁(커스터디) 서비스를 연결하는 기관용 금융 인프라가 시장 주도권을 결정할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매매에 집중됐던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도 금융기관과 대형 플랫폼이 참여하는 결제·정산 시장으로 외연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물론 토큰화 예금과 토큰증권, 실물연계자산(RWA)이 함께 거래되는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쟁축이 거래량과 이용자 확보에서 기관용 금융 인프라 구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쟁축 변경 이미지. [사진=챗GPT]


최근 금융기관과 디지털자산 사업자 간 협력이 늘면서 사업 영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반 송금, 토큰증권, 커스터디, 디지털자산 관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사의 전략 역시 단순한 가상자산 투자·거래 지원을 넘어 실제 금융 서비스 구축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코스콤은 최근 리포트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패가 발행 기술이나 최초 출시 여부보다 활용처 확보에 달릴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회사와 기업이 결제·송금·자금관리·토큰화 자산 거래 등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이용자가 늘어나고, 이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계좌와 지급결제망은 물론 가상자산 거래소, 지갑, 커스터디, 토큰화 자산 플랫폼 등과 얼마나 폭넓게 연결되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수 있다는 의미다.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의에만 집중할 경우 정작 상용화 단계에서 필요한 유통·결제 기반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화와 달러 기반 디지털 결제수단을 연결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결제·정산 수단으로 활용되는 만큼 원화 생태계만 독립적으로 구축할 경우 국경 간 송금과 무역대금 결제, 글로벌 자금관리 수요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토큰증권과 RWA 시장의 확대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를 자본시장으로 넓힐 가능성이 있다. 블록체인상에서 자산 이전과 대금 지급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된 현금성 자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경쟁하거나 상호 보완하는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여러 자산과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공존할수록 ‘상호운용성’의 중요성도 커진다. 특정 블록체인의 처리 속도나 개별 플랫폼의 성능보다 서로 다른 자산·통화·네트워크를 기존 은행 및 지급결제 시스템과 얼마나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느냐가 기관시장 진입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사업 방식도 독자 구축에서 파트너십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자산 서비스에는 블록체인 기술뿐 아니라 지급결제, 커스터디, 지갑,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대응 역량 등이 동시에 요구된다. 단일 금융사가 모든 기능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보유한 고객·계좌·결제망과 디지털자산 사업자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 주요 사업모델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경쟁 역시 개별 기업 간 대결보다는 금융사와 거래소, 플랫폼, 커스터디 사업자 등이 구성하는 ‘연합 생태계’ 간 경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규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운용, 이용자 보호 체계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상용화에 나설 경우 향후 규제 변화에 따른 사업 위험을 떠안을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제도 확정 전에도 기술 검증과 커스터디 구조 설계, 결제·정산 시스템 연계, 파트너십 구축 등은 선제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콤 관계자는 “유럽의 가상자산시장법(MiCA)과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 글로벌 제도화가 진행되는 동안 국내 금융권도 상용화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향후에는 최초 발행 여부보다 기관과 기업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결제·정산·커스터디 환경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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