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18억원 규모 컨설팅 추진 배경·공정위 간이심사 적정성 문제 제기
14일부터 3개 차수 청와대 앞 집회…공정위·수은·방사청·한화 국감 검증 요구
[메가경제=심영범 기자]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의 KAI 인수 시도에 반대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국정감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상경투쟁에 나선다. 한화의 지분 확대와 경영참여 공식화로 KAI의 독립경영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KAI 노조는 오는 14일부터 3개 차수로 나눠 청와대 앞에서 상경투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집회를 통해 한화의 KAI 경영참여 확대가 항공우주산업의 경쟁구도와 국가 전략산업에 미칠 영향을 알리고, 정부와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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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조합] |
노조에 따르면 한화는 KAI 지분을 15.89%까지 확대하고 경영참여를 공식화했다. 노조는 수출입은행과 공정거래위원회, 방위사업청, 국회 등을 상대로 한화의 지분 확대에 따른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관계기관들이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KAI의 독립경영 유지 여부와 방산시장의 경쟁구도다. 한화가 엔진과 항공전자, 무장, 우주 분야에 이어 완제기 체계종합업체인 KAI의 경영에도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사업상 이해충돌과 시장 집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우려다.
노조는 특히 KAI를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KAI가 국산 항공기 개발과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만큼, 지분 거래에 대한 판단 역시 산업 경쟁력과 국가 차원의 육성 정책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 수출입은행 18억원 컨설팅 추진 배경 쟁점
노조는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추진하는 18억원 규모의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컨설팅의 추진 배경과 목적, 의사결정 과정, 관계기관 간 협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다.
노조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 5월 노조가 KAI 매각과 지배구조 개편 검토 여부를 문의했을 당시 정부 차원에서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한화가 KAI 지분을 확대하고 경영참여를 공식화한 시점에 수출입은행이 관련 컨설팅을 추진하면서 노조는 사업의 목적과 추진 경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컨설팅에는 기업별 분석과 항공우주산업 앵커기업 육성 방안, 추진 로드맵, 재원조달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아닌 수출입은행 투자금융부가 컨설팅을 추진하는 배경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이 컨설팅이 KAI 매각이나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라면, 그 근거를 명확히 설명하고 최대주주로서 KAI의 독립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게 노조의 요구다.
◆ 공정위 간이심사·방사청 독과점 대응도 도마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방식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노조는 공정위가 한화의 KAI 지분 15.89% 취득을 간이심사 절차로 승인한 것이 KAI의 독립경영과 방산시장 경쟁을 보호하기에 충분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정위가 현 단계에서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간이심사를 진행하고, 향후 지배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면 다시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화 측 인사가 KAI 이사회에 진입해 주요 경영정보에 접근하거나 의사결정에 참여할 경우 지분율과 별개로 독립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공정위가 간이심사 결정의 근거를 설명하고, 한화의 경영참여 확대가 경쟁제한에 미칠 영향을 보다 엄정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사청을 향해서도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한화가 엔진과 항공전자, 무장, 우주 분야에 이어 KAI의 경영 영향력까지 확대하면 방산업체 간 경쟁과 협력 관계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정 기업으로 산업이 집중될 경우 가격과 납기, 품질에 문제가 발생해도 대체 업체가 부족해 방사청의 사업관리와 통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노조는 방사청이 수직계열화와 독과점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문제가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데 그치지 말고, 방산시장의 경쟁구도를 유지할 수 있는 사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정감사 증인 채택 요구…정부 정책 방향 검증 촉구
노조는 이번 상경투쟁을 계기로 국정감사를 통한 진상규명 요구도 강화할 방침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과정과 수출입은행 컨설팅 추진 배경, 방사청의 대응, 한화의 KAI 경영참여 계획 등을 국회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정위와 수출입은행, 방사청, 한화 관계자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관계기관 간 협의 여부와 주요 의사결정 과정, 향후 KAI 지배구조에 관한 계획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KAI의 출범 배경과 국가 전략산업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KAI는 1999년 항공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출범했으며, KF-21을 비롯한 국산 항공기 개발과 국내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담당해 왔다. 노조는 이러한 성과가 국가의 장기적인 투자와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축적된 만큼, 기업 지분 거래만으로 KAI의 미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KAI를 방문해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경남의 항공우주산업 중심지 육성 의지를 밝힌 점도 거론했다. 노조는 정부가 당시 제시한 산업 육성 방향에 맞춰 KAI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투쟁을 시작으로 국정감사를 비롯한 관련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의 진상을 규명하고 정부의 답변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3800여명의 조합원을 기반으로 KAI의 독립경영과 고용안정,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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