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 비상경영 돌입… 노조 “사실상 구조조정” 반발

유통·MICE / 심영범 기자 / 2025-06-23 16:13:15
관리직은 물류센터, 현장직은 캐셔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돌입
노조 “무급 전환·퇴직 강요”… 고용노동부 특별감독 촉구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5년 만에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이랜드리테일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는 이번 조치를 “사실상의 정리해고”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4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관리직의 물류센터 발령 ▲현장직의 계산대 배치 ▲주차·보안 도급계약 해지 등을 잇달아 단행하며 인력 조정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인건비 절감을 명분으로 사실상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 지난 20일 이랜드노동조합원들이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정규직 물류 전환, 계산대 배치 등 노조 “인사권 남용” 주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이랜드노동조합(이하 이랜드노조)은 19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회사 측의 일방적인 인사 발령과 도급 계약 해지에 항의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이랜드리테일은 20년 이상 본사에서 근무한 관리직 직원들을 천안 물류센터로 발령, 일부 여성 현장직 직원은 대형마트 계산대에 직접 투입했다.

 

정주원 이랜드노조 사무국장은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을 유도하면서, 동의 없는 전환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며 “인사권을 동원한 구조조정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차·보안 등 협력업체와 계약을 종료하고 해당 인력을 해고한 뒤, 이를 정규직 전환으로 채우려는 방식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모두를 압박하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실적 압박 속 닫히는 점포… 인력 구조조정은 예고된 수순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수년간 코로나19와 내수 부진 여파로 매장을 잇따라 철수해왔다. 2016년 52개였던 점포 수는 현재 43개로 줄었고, 2020년 이후 NC백화점 커넬워크점(인천 송도), 2001아울렛 수원점, 뉴코아 아울렛 안산점·모란점 등이 폐점했다. 이달 말에는 인천 논현점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추진하던 편의점 사업도 중단하는 등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 중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 흐름 속에 이랜드리테일은 2020년에 이어 두 번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적자 점포 철수 △온라인 중심 재편 △인건비 절감 등의 자구책을 추진 중이다.

 

▲ 정주원 이랜드노조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재무 리스크도 부담… 신용등급 하향, 노사갈등 심화 우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랜드리테일의 기업신용등급을 BBB+ (부정적)에서 BBB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의류부문(이랜드글로벌)은 명품 병행 수입 부진과 내수 위축으로 실적 개선이 지연되고 있으며, 마트 부문인 킴스클럽은 원가율 개선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 외형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랜드 노조는 “이 같은 재무 부담을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킴스클럽 계산대 운영 역시 기존 협력업체 도급 계약을 해지하고 직영화하면서 본사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은 별다른 보상 없이 인력 재배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연봉 동결, 구조조정 압박이 결합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물류센터의 경우 개인의 건강, 출퇴근시간, 가족돌봄 등 개인의 고충을 최대한 고려하여 선정했다"면서 "1일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하여 7시간 근무토록하고 교통비 지원과 통근버스를 제공하여 출퇴근의 어려움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차 및 주간보안 지원에 대해서는 "안전관리팀이 현장 위험성 평가를 통해 위험성이 있는 부분은 제외했다"면서 "직원들이 쉽게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 진행되며 사전에 매뉴얼 및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계산대 인력 재배치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점 업무 전반에 걸쳐 사무보조 뿐만 아니라 계산대 등 현장직 업무에 대해 순환배치를 해왔다"면서 "이번에 계산대 도급계약을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배치 범위도 넓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대상자분들은 과거 계산대 업무를 보다가 현재 직무로 순환됐다. 직무 면담 대상자 선정에 경력 등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소통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회사는 직원설명회와 개인별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별도로 임시노사협의회를 진행해 노조와 합의하고 매주 1회이상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사업구조 재편과 더불어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기존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컨텐츠 강화 및 신규 투자로 올해 실적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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