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보험·학계 용어 다 달라...다학제 연구 위한 소통 우선해야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최근 로스앤젤레스(LA) 대규모 산불 원인을 놓고 극한 기후 현상이 지목되면서, 인류는 기후 변화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 기후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정확한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높이고, 선제적인 지역별 기후 리스크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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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보험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센터에서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영향, 보험산업의 기후리스크 관리체계 발전 방안은'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메가경제] |
16일 보험연구원은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센터에서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영향, 보험산업의 기후리스크 관리체계 발전 방안은'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보험연구원은 이날 코리안리, 고려대, 포항공대, 이화여대, 중국 칭화대와 기후리스크 관리 국제 공동연구를 위한 6자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중요하게 논의된 부분은 산학 연구진들의 소통 및 협력에 대한 방안이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마리얌 골나라기(maryam golnaraghi) 제네바 어소시에이션 연구실장은 지속가능한 금융을 위한 보험업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그린수소, 탄소포집 둥 에너지기술 개발에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며 “이는 보험업계의 기후리스크 관리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모델링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등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가 건강 위험 악화를 통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기후리스크 대응의 불확실성을 설명했다.
뤼디거 키셀(Ruediger Kiesel) 독일 뒤스부르크대 교수도 “기후리스크는 헷지가 어렵고 가격을 매기기도 어려워 기존의 자산과는 다른 특징을 갖는다”며 “이 때문에 적정한 규제 시스템 도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재 글로벌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 평가 방법으로는 전문가 판단, 위험 지도(Hazard Map), 발자국(Footprints), 기후행동추적(Climate Aaction Tracker·CAT) 등 네 가지 모델이 사용된다.
백천우 코리안리재보험 박사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합리적인 기후변화 손실 평가모델로 풋프린트와 CAT을 권하고 있다”며 “CAT모델은 빈도는 낮지만 심도가 큰 거대 재해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광민 포항공대 교수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측면에서도 리스크 매니징을 통한 관리 프로세스 확립이 중요하다”며 “기후변화의 추세, 지역별 기후리스크 차이를 고려해 CAT모델을 현재보다 고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데이터 수집과 연구 협력 차원에서의 각계 소통이 얼마큼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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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데이터 수집과 연구 협력 차원에서의 각계 소통이 얼마큼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사진= 메가경제] |
정동휘 고려대학교 교수는 “극단에 해당하는 자연재해 이벤트가 다가왔을 때 보험산업이 리스크 모델링 체계를 잘 갖추려면 더욱 데이터가 중요해진다”며 “관련 데이터는 상당부분 공공분야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러 보수적인 논리로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전했다.
이어 “학계에서도 전공에 따라 언어가 너무 달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학제 연구를 위해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룬환 펑(Runhuan Feng) 중국 칭화대학교 교수는 “업계는 단기적인 성과를 원하고 학계는 장기적인 변화를 원하는 등 각계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도 걸림돌”이라며 “기후리스크 차원에서 글로벌 매커니즘을 형성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뤼디거 키셀 교수는 “보험산업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을 위한 데이터 수집은 큰 의미가 없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접근법에 대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예견된 비극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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