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플랫폼·AI 검색·마케팅... 카드사별 데이터 전략 각양각색
[메가경제=신승민 기자]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데이터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축적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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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카드사들은 지난해 대비 부진한 실적을 냈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으며, 수익성 지표도 하락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주력 수익원이 흔들린데다, 카드론 등 금융상품의 규제 강화로 취급 한도가 제한되면서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탓이다.
본업 중심의 성장에 한계를 느낀 카드사들은 새로운 돌파구로 데이터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 개발, 마케팅, 외부 기업과의 협업 등에 활용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현대카드는 금융사에서 테크기업으로의 전환을 장기 전략으로 설정하고, 지난 10년간 데이터 분야에 약 1조원을 투자해왔다. 그 결과물이 데이터 기반 AI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다.
유니버스는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행동 성향과 소비 패턴을 정밀하게 분류하는 초개인화 AI 플랫폼이다. 성별·연령 등 기존 분류 체계를 넘어, 특정 행동 패턴을 가진 고객군에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일본 신용카드사 SMCC에 유니버스를 공급하는 수백억 원대 수출 계약에 성공하며 글로벌 진출의 첫 발을 내디뎠다.
현대카드는 향후 유니버스의 추가 수출도 검토 중이다. 마케팅 분야를 비롯해 전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금융사뿐 아니라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어느 업종이든 적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콘텐츠와 혜택을 제공하는 ‘큐레이팅 디지털 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핵심 전략은 고객 취향을 분석해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체 앱 ‘디지로카(DigiLOCA)’를 통해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하며 회원 수를 확대하고, 마케팅 효율성도 끌어올리고 있다.
롯데카드는 이런 전략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데이터 기반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BC카드는 결제 데이터를 AI 기술과 접목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검색 스타트업 ‘라이너(LINER)’와 협업해 혼잡 시간대, 고객군 특성, 인근 상권 정보 등을 분석해 제공하는 맛집 추천 서비스를 출시했다.
AI 기반 검색 기능에 실제 결제 데이터를 접목해 이용자에게 보다 정교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다.
또한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소상공인 및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데이터 기반 정책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공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고, 정부와 연계 정책 설계와 실질 효과 제고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보유한 방대한 결제 데이터는 산업 전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자산"이라며 "다만 수익 모델을 정착시키기까지는 상당한 투자와 인력이 필요한 만큼, 데이터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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