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대출 감소폭 전 연령대 중 가장 작아…장기연체 비율 2.3%로 상승
개인회생·채무조정 제도 사각지대 지적…예방부터 재기까지 통합 지원 필요
[메가경제=심영범 기자]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청년 10명 중 약 6명은 2개 이상의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대출 보유 비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감소폭이 작았고, 저신용과 장기연체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 대출 규모 자체보다 여러 대출이 중첩되고 상환 여력이 취약한 구조가 청년 부채 문제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나원희 부연구위원이 한국평가데이터(KODATA)의 금융기관 대출·연체 이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19~34세 청년 중 대출을 보유한 비율은 55.5%로 집계됐다. 청년층 절반 이상이 금융기관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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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청년 10명 중 약 6명은 2개 이상의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
청년층의 대출 보유 비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감소세도 더뎠다. 2020년 말과 비교해 2024년 기준으로 제시된 분석에서 청년층의 대출 보유 비율 감소폭은 1.7%포인트(p)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작았다. 60대 이상은 4.6%p, 50대는 2.6%p, 40대는 2.0%p 각각 감소했다.
대출을 보유한 청년 409만6660명 가운데 58.9%인 241만1587명은 대출이 2개 이상인 다중채무자로 조사됐다. 대출을 2개 보유한 청년 비율은 18.7%, 3개는 10.6%, 4개는 7.2%, 5개는 4.9%, 6개는 3.7%였다.
특히 대출이 7개 이상인 청년 비율은 13.6%에 달했다. 40대와 50대, 60대 이상 채무자 가운데 대출이 7개 이상인 비율이 모두 10%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청년층의 다중채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종류별로는 신용대출이 41.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학자금 대출 29.3%, 지급보증담보대출 24.9%, 전세자금대출 18.8% 순이었다. 20대에서는 학자금 대출 비중이 39.0%로 가장 높았다.
다만 청년층의 대출은 총액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소액 구간에 집중돼 있다. 대출 보유 청년의 총대출액은 500만원 미만이 21.7%, 1000만~3000만원 미만이 21.8%였다. 보고서는 청년 부채의 취약성이 대출 규모 자체보다는 여러 대출이 중첩된 구조와 낮은 신용도, 불안정한 상환 여건에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대출 보유 청년의 49.8%는 신용평점이 7등급 수준인 829점 이하의 저신용자로 분류됐다. 20대에서는 이 비율이 60.7%까지 높아졌다. 대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신용도가 낮으면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추가 자금 조달이나 정상적인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연체 지표도 악화했다. 90일 이상 장기연체 상태에 놓인 청년 비율은 2020년 말 1.8%에서 지난해 6월 2.3%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장기연체 증가폭이 전 연령대 중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청년 연체의 45.8%는 1년 이상 3년 미만 구간에 집중돼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고 중기적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보고서는 청년층이 이용하는 채무조정제도의 한계도 지적했다. 지난해 9~10월 채무조정제도 이용자와 비이용자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현장 전문가 집단면접 등을 토대로 제도 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개인회생의 경우 변제율 산정 과정에서 채무액과 소득이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지만, 연체 일수나 채무가중도 등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양가족이 없는 청년 1인 가구는 생계비 인정 수준이 낮아 실제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변제 기간 중 소득이 급격히 줄거나 중단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개인회생은 정해진 기간 변제를 완료하면 잔여 채무를 면책받을 수 있지만,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청년은 소득 변화에도 변제액을 조정하거나 상환을 유예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변제 완료를 앞두고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으로 전환하거나, 변제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다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 역시 협약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채무를 중심으로 감면이 이뤄지는 데다 조정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변제 과정에서 다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가 제기됐다.
보고서는 청년 부채 문제가 금융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는 청년 상당수는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심리·정서 문제, 고용 불안, 주거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겪고 있지만, 현재 지원 체계는 상담 과정에서 고용·복지 제도를 안내하고 신청을 권유하는 수준에 머물러 사후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청년 부채 정책을 사후적인 채무조정 중심에서 예방과 재기 지원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채무조정제도 진입 전 단계에서 청년의 경제적 위험을 줄이고, 이미 제도를 이용하는 청년에게는 고용·복지·주거 지원을 연계한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청년의 재기를 위한 통합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 진입 이전 단계부터 지원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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