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강력 반발에 현대건설 측 책임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 재개발 입찰전에서 이미 사업권을 따낸 한남3구역 부지를 활용한 제안을 조합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도시정비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조합원들에게 한남3구역의 부지를 활용해 우회도로를 만들어 금융비용과 공사비를 절감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홍보 인쇄물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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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사옥을 들이받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경찰 과학수사대가 조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해당 자료에는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한남3구역 내 계획도로를 이용한다"는 내용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3구역 계획도로를 활용하면 사업 기간을 12개월가량 줄일 수 있고 4구역 조합 사업비를 약 2200억원, 가구당 분담금은 약 1억9000만원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해당 자료 내용이다.
문제는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 부지를 활용해야 하면서 한남3구역 조합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한남3구역 조합은 현대건설 해당 관리 책임자와 한남4구역 수주 책임자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대건설 관리자와 미팅을 한 당일(4일)은 한남3구역 조합의 이 모 이사가 현대건설 본사 출입문을 자동차로 들이받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이 모 이사는 곧장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 재개발 사업 관련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3구역 커뮤니티에는 “사안이 사전 논의 대상임에도 얼마나 우습게 보였기에 (조합이) 무시당하고 있었나”며 “(한남3구역은) 정령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을 받고 그들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가”라는 비판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한남3구역 조창원 조합장은 “해당 자료는 우리 조합과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용된 것”이라며 “최근 현대건설이 보이는 행태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불신을 수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밝혔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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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4구역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현대건설 홍보자료 [사진=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현대건설의 정비사업 내 평판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대건설이 잦은 시공비 갈등 탓에 정비업계 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최근까지 반포1·2·4주구와 공사비 갈등을 벌였고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부산진구 범천1-1구역 재개발, 둔촌주공 재건축,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 등과 공사비 탓에 갈등 및 법정 다툼까지 벌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제시한 입찰 조건과 다른 공사 진행, 조합원 합의 없는 의사 결정 등 이런 부분이 노출되면 아무래도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남3구역은 총 38만6395㎡ 대지에 지상 22층 197개동, 6006가구가 지어지는 서울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구역이다. 지난 2020년 6월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총사업비는 7조원, 공사비 1조7387억원이다.
한남4구역은 내달 시공사 입찰을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의 건설사들이 관심 있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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