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 은행 비중 51%지만 AI 답변 상위 6곳은 증권사
네이버페이·KB국민은행·키움증권 등 금융 분야별 AI 추천 브랜드 엇갈려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할 때 실제 시장 점유율과는 다른 브랜드 구도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은행이 차지하고 있지만, 연금저축·개인형퇴직연금(IRP) 관련 AI 답변에서는 증권사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AI가 금융 소비자의 정보 탐색과 상품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금융사들의 콘텐츠 경쟁력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AI 브랜드 분석업체 에이아이빅스랩(AIBIX lab)에 따르면 연금저축·IRP, 간편결제, 은행, 주식앱(MTS), 예적금·파킹통장, 신용카드 등 금융·증권 6개 부문 17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AI 브랜드 경쟁력지수(AIBIX)를 분석한 결과, 연금저축·IRP 부문에서 미래에셋증권이 59.3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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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에이아이빅스랩] |
이번 조사는 9월 20일부터 10월 2일까지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등 4개 생성형 AI의 한국어 답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브랜드별 AI 답변 등장 비율과 최초 언급 비중 등을 분석해 금융상품별 경쟁력을 비교했다.
연금저축·IRP 부문에서는 31개 브랜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이 49.7점으로 2위에 올랐고, 한국투자증권(44.6점), NH투자증권(36.4점), 키움증권(30.0점), KB증권(24.5점)이 뒤를 이었다. 상위 6개 브랜드를 모두 증권사가 차지했다.
전체 AI 답변에서 브랜드가 언급된 비율은 삼성증권이 69.2%, 미래에셋증권이 68.3%로 비슷했다. 그러나 답변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비중은 미래에셋증권이 36.7%로 삼성증권의 9.2%를 크게 웃돌았다. AI가 관련 브랜드를 답변에 포함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제시하는지에서도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다만 AI 서비스별로는 추천 결과가 달랐다. 제미나이와 퍼플렉시티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종합 1위를 기록한 반면, 챗GPT와 클로드에서는 삼성증권이 1위에 올랐다. 동일한 금융상품에 관한 질문이라도 이용하는 AI에 따라 브랜드 경쟁력이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퇴직연금 시장의 사업자별 비중과도 차이가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553조9000억원 가운데 은행이 약 51%를 차지했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비중은 각각 약 30%, 19%였다.
그러나 연금저축·IRP 관련 AI 답변에서는 증권사들이 상위권을 독식했다.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KB국민은행으로 14.9점을 기록하며 8위에 머물렀다. 보험사에서는 삼성생명이 7.5점으로 12위에 올랐다. 실제 적립금 규모와 AI 답변에서 나타나는 브랜드 경쟁력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간편결제 부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 하루 평균 이용액은 1조2264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은행·카드사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였다. 반면 KB Pay와 신한 SOL페이 등 은행·카드사 간편결제 서비스 9곳의 AI 답변 내 언급 점유율은 합산 1.1%에 그쳤다.
간편결제 부문 종합 1위는 네이버페이였다. 네이버페이는 76.1점을 기록했으며, 조사 대상 4개 AI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실제 결제 시장에서의 사업자별 비중과 별개로 AI 답변에서는 특정 브랜드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것이다.
은행과 신용카드 부문에서는 KB금융 계열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은행 부문에서는 KB국민은행이 67.9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다만 AI 답변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비중은 카카오뱅크가 35.0%로 가장 높아 종합 점수와 최초 언급 비중 사이에 차이가 나타났다.
신용카드 부문에서는 KB국민카드가 48.8점으로 24개 브랜드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삼성카드가 41.5점, 신한카드가 41.0점으로 뒤를 이었다.
에이아이빅스랩은 KB국민카드의 금융 콘텐츠 운영에도 주목했다. KB국민카드는 공식 홈페이지와 KB금융그룹의 금융 콘텐츠 플랫폼 'KB의 생각(KBthink)', 티스토리 등을 통해 카드 상품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분석 과정에서는 KB의 생각과 티스토리가 AI 답변의 근거 출처로 활용된 사례도 확인됐다.
회사는 금융상품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 운영이 AI 브랜드 경쟁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결과만으로 특정 콘텐츠가 브랜드 순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식앱 부문에서는 키움증권이 66.5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최초 언급 비중은 토스증권이 37.5%로 가장 높았다. 투자 입문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토스증권이, 시세와 기업 정보 관련 질문에서는 키움증권이 주로 먼저 언급되는 경향을 보였다. 금융 서비스의 이용 목적에 따라 AI가 제시하는 브랜드가 달라진다는 분석이다.
예적금·파킹통장 부문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카카오뱅크가 59.2점으로 1위에 올랐고, 토스뱅크(43.6점), 케이뱅크(41.5점)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다만 파킹통장 금리를 묻는 질문에서는 저축은행 브랜드의 언급이 두드러져 상품 조건에 따라 추천 결과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6개 부문 전체로 보면 4개 부문에서 AI별 종합 1위 브랜드가 서로 달랐다. 4개 AI가 모두 동일한 브랜드를 1위로 선정한 부문은 간편결제의 네이버페이와 예적금·파킹통장의 카카오뱅크 등 두 곳뿐이었다. AI 서비스마다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과 참고하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하나의 AI에서 높은 평가를 받더라도 다른 서비스에서 같은 경쟁력을 확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실제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AI 답변에서 언급되는 비중에는 차이가 있으며, 같은 금융상품이라도 질문의 목적과 AI 종류에 따라 먼저 등장하는 브랜드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 입장에서는 상품별 조건과 혜택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비자 역시 세액공제 조건이나 금리 등은 금융사의 공식 안내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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