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부동산 '지분형 정책' 고심...한은 "리츠 제도 등 논의 중"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우리나라 부동산 신용규모가 매년 100조원 가량 증가하는 등 부동산 중심의 가계·기업대출 비중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당국과 금융연구원은 이를 사업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한편 부동산 ‘지분형 정책’의 도입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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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컨퍼런스' 특별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금융연구원은 지난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신용집중 개선을 위한 공동 정책 컨퍼런스’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부동산 신용집중의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과 부동산업 및 건설업 기업대출을 주요국과 비교하면 GDP 대비 비중이 모두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가계부채 누증 시 가계의 부담이 연체율 상승,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GDP 대비 부동산업 및 건설업 기업대출 비중 증가세가 매우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대출의 72.4%는 담보대출이며, 담보대출의 94.3%가 부동산 담보다.
이 연구위원은 “은행 대출이 기업대출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담보‧보증대출 위주의 보수적 영업 관행은 지속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신용평가 등에 따른 자본 배분 기능이 저하돼 생산적 부문에 대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동산 금융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중심의 금융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성 중심의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4121조6000억원으로 전년(3937조원) 대비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처음으로 400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컨퍼런스에서 “부동산 정책과 금융정책의 관계를 중립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정책성 대출을 놓고 가계부채 등 건전성 차원에서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대출 중심’에서 ‘지분 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금융위는 최근 ‘지분형 모기지’ 정책 도입을 고심 중이다. 김 위원장은 “(집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돈이)100이라고 하면, 자기자금 10에 은행에서 40을 빌리고 나머지 50은 주택금융공사가 지분으로 취득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부채를 지분으로 바꿔 부동산 금융비용을 줄이는 한편,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적절한 가격 형성을 도모한다는 장점이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부동산 가격의 지나친 변동성에 대응해 가격 협상력을 갖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주택시장 전체를 지분형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은에서도 리츠 제도를 통한 방법에 대해서 논의했는데, 지분형에 리츠도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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