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조원 '시장 성장세' 기대됐지만, 결국 '구운몽'으로 남아
[메가경제=정호 기자] 한때 새로운 아이돌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전망 받던 메타휴먼(가상인간)을 내세웠던 업체들이 멀어진 대중의 관심 속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가 하락하면서 열풍이 사그라든 것이 주된 이유로 지적됐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 열풍이 불던 2020년과 2022년 사이 그 관심은 메타휴먼까지 확대됐다. 밀도 높은 그래픽으로 구현된 메타휴먼은 딥러닝 기술을 토대로 실제 인간처럼 표정을 지으며 사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타휴먼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광고 모델·뮤직비디오·쇼핑호스트 등으로 진출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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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브.<사진=넷마블> |
한때 메타휴먼은 향후 연예인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받았다. 현재 넷마블의 메이브(MAVE),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도 활동이 줄어 들었으며 크래프톤의 '애나'는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롯데홈쇼핑의 가상인간 '루시' 또한 굿즈 제작과 음원 발표 등 활동 반경이 줄어들었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생산이 줄어드는 현 상황을 두고 결국 '거품'이 꺼진 것이라는 지적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 메타휴먼은 음주운전, 학교폭력 등 과거가 재조명될 위험이 적고 활동 반경이 넓다는 점으로 관심을 받아왔다"며 "다만, 앞다퉈 출시해 왔던 기대와는 시간이 지날수록 반대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활동 범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배경으로는 ▲메타버스 시장의 축소 ▲장기간 팬덤을 유지하기 어려운 가상 환경의 한계 ▲콘텐츠의 질적 성장세 저하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가상의 공간에서 활동하는 아이돌그룹 메이브가 2023년 활동을 시작한 이후 공개한 뮤직비디오 '판도라'는 전날인 10일을 기준으로 유튜브 조회수 기준으로 2490만회를 기록했다. 1년 뒤에 선보인 '원더랜드(WONDERLAND)'는 앞선 기록에 한참 못미치는 조회수 25만회를 기록했다.
메이브 사례를 봤을 때 현실 아이돌처럼 활동 반경이 가상 환경이라는 한계에 부딪힌 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메타버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팬층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조차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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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휴먼 루시를 모델로 기용해 촬용한 화보.<사진=롯데홈쇼핑> |
콘텐츠적으로도 메타휴먼의 활용이 감소하고 있다. 메타휴먼이 한창 알려지기 시작한 2021년과 2022년에는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와 롯데홈쇼핑의 '루시'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한유아는 옥수수수염차와 선글라스 CF를 찍는 등 활동 반경을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소비재까지 넓힌 바 있다. 이는 한유아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조회수 600만회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은 데 기반됐다. 현재 한유아는 음악 활동과 CF 촬영 등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루시 또한 인스타그램 활동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접점을 넓혀갔지만 현재로서 쇼호스트로 활동 외에 플랫폼, 브랜드 전시 등과 같은 협업 사례는 찾기 어려워졌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은 현재 가상인간 루시를 앞세운 TV홈쇼핑 패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며 "여행상품 방송에 인공지능 기술로 구현한 디지털 쇼호스트를 등장시키는 등 꾸준히 활용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에서 개발한 메타휴먼 '애나' 또한 행방이 묘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애나는 솜털과 잔머리까지 구현했다는 기술력을 앞세워 2023년에는 버튜버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현재 애나는 잠정 활동 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크래프톤 내 AI를 도입한 게임 캐릭터 개발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애나는 버추얼 아티스트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라며 "향후 활동 계획은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사례들을 종합해 봤을 때 결국 650조원으로 전망 받던 메타휴먼 시장의 정체를 살펴볼 수 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 측은 오는 2030년까지 메타휴먼의 시장 규모가 5275억8000만달러(약 6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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