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무비] '내부자들' 충성한 자의 반격, 카카오 임지훈의 정조준

칼럼 / 이동훈 / 2024-04-29 16:41:42
'하이브', '카카오', 내부자들의 반격...재계에 파장
김범수의 남자 전면전, 598억 성과급 놓고 법정 공방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니 나랑 영화 한 편 하자,", "복수극으로 가자고 화끈하게” -영화 '내부자' 중 안상구(배우 이병헌 분) 대사. 

 

영화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추는 창이다. 복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이야기’에서 현대 영화까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는 모티브의 하나로 작용한다.

특히 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감독:우민호 / 출연: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는 개처럼 충성한 안상구가 배신을 당해 불구가 되면서 벌이는 ‘복수극’을 스펙터클하고 화끈한 카타르시스로 승화시켜 흥행한 수작이다. 최근 카카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위원장과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와의 갈등 등 현실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 영화 '내부자'의 포스터 일부 [자료=네이버영화]


비슷한 사례는 동서양 역사 곳곳에 숨어있다. 조선시대 무관 박원종은 성종의 친형 월산대군의 처남이며 윤임과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의 외숙부이다. 또한 세종의 부인인 소헌왕후는 박원종의 할머니의 언니이기에, 그는 왕족에 준하는 위치였다.

그렇기에 연산군이 술과 여자에 빠지고, 아첨꾼에 둘러싸여 국고를 퍼줘도 왕조에 충성을 다했다. 연산군의 신임도 대단해 그는 중추부지사 겸 경기도 관찰사, 함경도 병마절도사를 지낸 다음 평성군에 봉해지고 도총부 도총관을 겸직했다. 그러나 월산대군 부인이자 누이였던 박씨가 연산군에 범해졌다는 추문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자, 충신 박원종은 지독한 배신감에 치를 떨며 중종반정을 일으킨다.

조직에 상처받은 이가 조직을 상대로 향한 분쟁은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진실 공방처럼 현실에서는 더욱 극적인 방법으로 펼쳐지기 마련이다.

이는 국내 최고의 종합IT 기업인 카카오도 예외일 수 없다.

내달 3일 오후 2시 10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재판이 서울고법 민사18-2부(박선준 진현민 왕정옥 고법판사)에서 열린다. 주인공은 카카오벤처스와 이 회사의 임지훈 전 대표. 양 측은 임 전 대표에게 지급해야할 성과급 589억 3687만 6132원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펼칠 전망이다.

임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의 전신인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지냈다. 이 회사는 김범수 카카오의 창업주가 100%지분을 가진 회사인 만큼, 임 전 대표는 ‘김범수의 남자’로 불리며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임 전 대표는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최우수 졸업한 인재로 컨설팅 전문기업인 액센츄어에서 IT애널리스트, 네이버 기획실 전략매니저,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수석심사역을 지냈다. VC업계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두각을 나타냈다. 2010년 애니팡이 카카오와 만나 대박을 터뜨린 것도 그의 작품이다. 임 전 대표는 당시 30억원을 애니팡에 투자했다.


▲ 임지훈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 천재라는 수식어가 가장 어울리는 경영자. 그는 두나무에 2억원을 투자해 3천억원이 넘는 수익을 회사에 안겼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와중 2011년 카카오가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 ‘로티플’을 인수할 당시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이었던 임 전 대표는 로티플 투자자로서 김 의장과 협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이 임 전 대표를 눈여겨봤다는 후문이다. 김 의장은 2012년 케이큐브벤처스란 초기벤처 전문 투자사를 설립하고 임 전 대표에게 전권을 넘겼다

그가 2013년 주도해 조성한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펀드’는 설립 당시 115억6000만원에 불과했지만, 10년만에 1조원을 웃도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카카오벤처스의 수익 역시 3천억원을 웃돈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임 전 대표는 두나무 창업 초기에 2억원을 투자했는데, 2021년 기업가치가 1만5000배나 뛰며 지분 가치 2조원을 넘어서는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임 전 대표는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하루 15시간 일할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하지만 이런 임 전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황당한 급여서였다. 임 전 대표는 본래 카카오벤처스와 성과급 우선 귀속분의 70%를 받는 성과 보수계약을 체결했는데, 2015년말 70%에서 44%로 보상률을 낮추는 대신 근무 기관과 상관없이 성과급 전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이후 그는 카카오 대표에 올랐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22년 카카오벤처스는 임 전 대표에게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한다. 반면 임 전 대표에 따르면 정신아 당시 카카오벤처스 대표(현 카카오 대표)는 임 전 대표와 달리 260억원 가량의 성과급을 수령했다. 정 대표의 계약조건도 비슷했다고 한다.

당초 카카오벤처스는 현금 30억원 가량, 두나무 주식 12만1천106주를 임 전 대표에게 정산하겠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당시 시가로 환산하면 600억원 이상 규모이다.

카카오는 지급 약정 당시, 카벤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카카오는 “주총과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이 없는 등 흠결이 있단 사실을 결산 시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모두 지적했다”면서 “법무, 세무 문제를 재검증해 법원 재판에서 성과급 지급 유무와 범위가 결정되면,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회계·법무법인에서)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어쩜 ‘간도 쓸개도 내주고 뒤통수 맞은 격’이란 이런 때를 가리키는 말일까? 결국 임 전 대표는 2022년 3월 김범수 창업주와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성과급 미지급으로 임지훈 전 대표에게 피소당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사진=연합뉴스]

임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과급 계약을 체결하는데 있어 주주총회는 필요 하지 않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만약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카카오벤처스는 100% 지분을 보유한 1인 주주회사이다. 성과급 계약은 김범수 의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의 승인에 따라 체결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원고패소 판결로 카카오 손을 들어줬다. 주총 결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JD샐린저의 단편소설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에는 킬러 블랑카가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는 장면이 있다.

“상처 입은 맹수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과연, 카카오와 김범수 창업주 그리고 임 전 대표를 둘러싼 이 드라마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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