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이준 기자] 특정 시행자문사 대표와 가족을 중심으로 각종 논란이 일면서 서울 영등포구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현장이 사실상 무법지대로 전락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시행자문사 대표 형제의 자금 유용과 불법 리베이트 수수 의혹, 불법 계약과 조합 장악 시도 정황이 불거지며 사법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영등포 1-3재정비촉진구역과 영등포 1-2재정비촉진구역에 관여한 시행자문사 대표 형제에 대해 구청은 물론 검찰과 경찰이 배임·횡령 및 사기 혐의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 ▲ 영등포 1-2재정비촉진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정비사업정보몽땅] |
우선 지난 2020년 정비사업이 완료된 영등포 1-3재정비촉진구역의 경우, 조합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정한 경쟁입찰 절차 없이 55건, 총 320억원 규모의 용역·공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 금융 수수료와 분양 비용 등 53억원도 구체적 내역 없이 집행돼, 투명성 논란이 제기된 자금 규모는 총 373억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시행자문사 영등포티디에스의 대표와 친인척,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들이 다수 계약을 수주한 정황이 드러나 이해충돌 및 자금 편취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시행자문사 대표의 친형·형수 회사에 수십억 원대 계약이 입찰 절차 없이 돌아갔다는 점에서 ‘페이퍼컴퍼니’ 의혹까지 불거졌다.
또 영등포 1-3조합이 보유하던 인접 영등포 1-2구역 내 토지 지분 일부(약 1㎡)가 조합원 총회 결의 없이 영등포티디에스로 이전되면서 횡령·배임 소지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영등포 1-3조합 측은 “모든 계약은 구청 인가를 거쳐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도 모두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독기관인 영등포구청은 다수의 민원이 접수됨에 따라 현재 영등포 1-3조합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영등포 1-2구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등포티디에스의 A 대표는 영등포 1-3조합으로부터 양도받은 영등포 1-2구역 토지 지분을 근거로 정식 조합원 지위를 확보했다.
이후 A대표는 동생 B씨, C씨와 함께 설립한 또 다른 법인 HIS개발을 시행자문사로 선정해 달라고 요구해 총회를 통해 의결됐다. 이는 영등포 1-2구역 조합원 수가 17명에 불과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행자문사로 지정된 HIS개발은 약 48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조합 사업 연계를 명목으로 외부 인물들로부터 최소 10억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HIS개발 법인 계좌를 확인한 결과, 투자금 중 약 30억원이 유흥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됐고 나머지 자금 역시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에 HIS개발 공동 설립자였던 C 씨가 A·B 씨 형제를 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현재 A·B 씨 형제는 피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A·B 씨 형제는 영등포 1-2구역의 현 시행자문사인 에스엔티산업개발 관계자로부터도 사기 혐의로 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
| ▲ 영등포 1-2재정비촉진구역 배치도 [사진=서울시 정비사업정보몽땅] |
논란은 시행자문사 선정 문제를 둘러싼 조합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각종 문제로 영등포 1-2구역 시행자문사에서 배제된 A·B 씨 형제는 새 법인 ‘일라이랜드’를 설립한 뒤, 과거 조합에서 불법 자금 수수로 구속된 전 조합장과 공모해 조합 총회를 열고 시행자문사 지정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조합장이 보유한 가족 명의 의결권을 활용해 조합 의사결정 구조를 장악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2월 초 열린 총회 결과 일라이랜드가 시행자문사로 다시 지정됐으나, 조합 측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법원에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현재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조합 내부에서는 해당 총회가 도정법 제29조 제1항과 조합 정관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는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B 씨 형제 측은 일부 조합원들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자문사를 둘러싼 연속적인 위법 의혹은 도정법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정비사업을 특정인들의 수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로 비칠 수 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에게 사실 확인을 위한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