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악용 심각성 인식 90% 육박…플랫폼 대응·디지털 시민교육 병행해야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편리함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딥페이크’·‘AI 보이스피싱’ 같은 신종 범죄와 사이버 폭력, 허위정보 확산 등 새로운 사회문제도 낳고 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의 소외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올바른 AI 활용부터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 등 기술 발전의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디·세(모두를 잇는 신뢰의 디지털 세상)’를 통해 AI와 디지털 기술이 만든 변화와 그 이면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남긴 댓글 한 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학교나 직장에 가기 두려운 이유가 될 수 있다. 화면을 닫아도 그 안에서 받은 모욕과 불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8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피해가 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로 조롱 이미지와 합성 영상까지 손쉽게 만드는 환경에서는 공격을 막는 기술과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플랫폼의 신고·차단 체계뿐 아니라 학교·직장·가정의 디지털 시민교육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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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면 밖으로 이어지는 사이버폭력 이미지. [사진=챗GPT] |
◆전체 경험률 감소에도 피해 증가…청소년 37.5%·성인 12.0%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2025년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2024년 결과와 비교하면 청소년 피해 경험률은 37.1%에서 37.5%로 0.4%p 상승했다. 성인도 10.2%에서 12.0%로 1.8%p 높아졌다.
다만 청소년의 전체 가해·피해 경험률은 42.8%에서 42.3%로 낮아졌다. 그러나 가해 경험률이 22.5%에서 19.1%로 내려간 반면 피해 경험률은 올랐다. 전체 경험률 감소만으로 피해 상황이 개선됐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성인은 전체 경험률이 13.5%에서 15.8%로, 가해 경험률도 4.8%에서 7.2%로 높아졌다. 예방 대상을 청소년에 한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이버폭력은 학교나 직장을 벗어난 뒤에도 이어진다. 스마트폰으로 공격적인 메시지가 전달되고, 삭제한 게시물도 저장된 화면이나 복제된 내용을 통해 다시 퍼질 수 있다. 집단 공격에서는 작성자에게 한마디인 댓글이 피해자에게는 수십·수백 개의 모욕으로 쌓인다.
◆성인 피해자 27.7% 우울·불안·스트레스
사이버폭력 피해를 경험한 성인의 27.7%는 우울·불안하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전년 24.8%보다 2.9%p 상승했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사귀기 힘들었다는 응답은 21.9%, 불면증·두통·복통 등의 증상이 생겼다는 응답은 18.7%였다. 평소 하던 일이 하기 싫어졌다는 응답도 18.6%였다.
청소년 피해자의 우울·불안·스트레스 응답은 16.0%로 전년 18.0%보다 낮아졌다. 평소 하던 일이 하기 싫어졌다는 응답은 12.6%, 친구를 만나거나 사귀기 힘들었다는 응답은 7.3%였다.
피해 이후 상대방을 차단하거나 자신의 ID·이메일을 삭제·변경했다는 응답은 청소년 45.7%, 성인 45.9%였다. 전년보다 각각 3.7%p, 7.5%p 높아졌다.
반면 주변에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청소년 11.9%에서 11.0%, 성인 15.1%에서 12.6%로 줄었다. 웹사이트·상담센터·경찰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청소년 4.1%로 같았고, 성인은 8.1%에서 5.4%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신고 버튼의 유무를 넘어 절차의 편의성과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자가 신고 절차를 쉽게 찾고, 처리 상황과 결과를 확인하며, 반복 공격과 재유포에 대해 추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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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악용 방지와 디지털 시민교육 이미지. [사진=챗GPT] |
◆AI 악용 심각성 인식 90% 육박
AI 활용 사이버폭력 인식 문항에서는 청소년 89.4%, 성인 87.6%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심각하다고 응답한 청소년의 48.7%는 쉽게 만들 수 있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는 AI 악용에 대한 인식으로, 실제 피해 경험률이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아니다.
특정인의 얼굴을 조롱하거나 하지 않은 행동을 한 것처럼 꾸민 콘텐츠가 퍼지면 피해자는 삭제 요청과 사실관계 해명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보는 사람이 합성물임을 알더라도 특정인을 웃음거리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모욕과 낙인이 이어질 수 있다. 직접 제작하지 않았더라도 재미있다는 이유로 전달·재게시하면 피해 범위를 넓히게 된다.
최근 1년간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청소년 90.0%, 성인 10.0%였다. 2024년 각각 89.7%, 9.2%보다 높아졌지만 성인의 교육 경험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성인 교육 경험자의 91.5%는 교육이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성인에게도 예방교육 기회를 넓힐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이버폭력을 목격하고도 행동하지 않은 청소년 가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는 응답은 23.1%에서 27.7%로 4.6%p 늘었다. 잘못된 행동임을 아는 것과 실제로 개입하거나 도움을 연결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학교와 가정, 직장의 교육은 나쁜 댓글을 달지 말자는 당부를 넘어 구체적인 상황을 다뤄야 한다”며 “조롱성 게시물을 다시 전달하지 않는 행동, 피해자의 어려움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태도, 신고와 도움 요청 방법을 함께 배우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작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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