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민원엔 '묵묵부답' 벤츠코리아, 브랜드 신뢰 '시험대'
[메가경제=정호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둘러싼 지속적인 품질 논란으로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논란은 카탈로그와 다른 차량 출고, 반복 결함, 서비스센터 대응 문제 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23일 복수의 제보에 따르면 '벤츠'라는 고급 승용차 이미지를 믿고 차량을 구매했지만, 품질 문제와 사후 서비스 전반의 책임 구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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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츠 차량을 둘러싼 품질 논란으로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
차주들은 "단순히 차를 고쳐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브랜드를 믿고 거금을 들여 구매한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서비스 행태가 문제"라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카탈로그 오류·반복 결함…출고서부터 품질 문제 '지적'
A씨는 최근 약 1억원에 달하는 'EQE SUV'를 구매했지만, 출고된 차량이 카탈로그와 다른 사실을 확인했다.
카탈로그에는 사륜구동과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적용된 것으로 안내됐지만, 실제 차량은 후륜구동이었고 해당 옵션도 빠져 있었다. 신규 트림으로 출시된 차량인 만큼 소비자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사실상 카탈로그가 전부였다.
A씨는 이와 관련해 벤츠코리아 고객센터(CR)에 접수했지만 명확한 해결 방안이나 공식적인 설명을 받지도 못했다. 자동차 판매가 온라인·직판 중심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공식 정보의 신뢰성이 흔들릴 경우 소비자 피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제조사가 제공한 정보를 공식 자료로 믿고 계약했는데 실제 차량과 다르다면 계약 자체가 왜곡된 것"이라며 "책임이 딜러사로 전가되는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안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결함과 사후 대응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B씨는 벤츠 E클래스(신형 W214)를 구매했지만 출고 두 달 만에 핸들 마감 불량, 소음, 전기 오류 등 10건의 결함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핸들 가죽 실밥 돌출은 동일 부위에서 두 차례 수리를 받았음에도 재발했다. 수리 과정에서 서비스센터는 "고객이 만져서 발생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전류 경고, 음성인식 오류, 주행 중 소음 등 문제 역시 '정상 범위'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개선되지 않는 문제에 B씨는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현재 국토교통부 '레몬법’ 절차를 진행 중이다.
| ▲ 카탈로그 내 벤츠 사양. |
◆ 결함은 제조사가 만들고, 입증은 소비자가 한다
결함이 반복돼도 해결은 지연되고, 책임마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가 직접 결함을 입증하고 해결을 요구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카탈로그와 다른 사양의 차량이 출고된 경우에도 제조사와 판매 주체 간 책임 범위는 명확하지 않다. 반복 결함에도 '정상' 판단이 내려지는 기준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서비스센터마다 진단 결과가 엇갈리면서 소비자는 어떤 기준을 신뢰해야 할지 혼선이 생기고 있다.
특히 B씨는 서비스센터마다 상이한 대응으로 인해 여러 차례 직접 확인에 나서야 했다. 일부 센터에서는 소음을 인정했지만, 다른 센터에서는 '정상'으로 판단했다. 원인 설명 없이 임의로 방음 처리를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
B씨는 "고객 동의 없이 수리가 진행되고, 정비 내역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동일 증상임에도 어떤 기준을 신뢰해야 하는지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벤츠는 출고 전 본닛 교체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사례도 드러난 바 있다. 차량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소비자는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단순 결함을 넘어 소비자 알 권리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브랜드 신뢰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 벤츠 공정성 문제 시험대
앞서 벤츠는 전기차 중국산 배터리 탑재 미고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으며 소비자 신뢰 측면에서 시험대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논란 역시 제조사가 책임을 계속 외면할 경우 소비자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함과 정보 미고지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책임 주체와 판단 기준이 불명확한 구조 자체가 문제로 지목된다. 결국 소비자 보호를 위한 '레몬법' 역시 제조사의 면피성 대응 속에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계적 결함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카탈로그와 사후 서비스 등 복합 결함이 증가하고 있다"며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레몬법 역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몬법 같은 경우는 입증해야 할 자료가 방대하기에 중도 포기하는 차주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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