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법 해석에 규제산업 한계 절감 뒷말도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주택담보대출 등 거래조건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작년말까지 은행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8일 이들 4개 시중은행 앞으로 검찰의 공소장 성격인 담합 행위와 관련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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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거래조건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자료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
일단 공정위는 이들 4대 은행에서 LTV(담보인정비율)를 포함한 담보대출 관련 정보를 공유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자칫하면 2021년말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업계에서 이뤄진 정보교환을 담합혐의로 공정위가 제재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우선 공정위는 1개월간 이들 은행으로부터 이의신청을 접수하며 3개월이후 최종 심의를 진행할 방침인데 제재 관련 심의를 거친 뒤 이르면 오는 4월쯤 최종 결론을 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당초 공정위 현장조사 목적인 은행들의 대출금리·수수료 담합혐의는 포함되지 않았고 정보교환만으로 제재가 가능하냐는 회의론과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공정위가 미리 4대 은행을 표적으로 삼아 고객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대출해 부당 이득을 취한 것처럼 못 박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은행들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기 직전까지 은행권 담보대출에 대한 공정위 조사계획 자체가 없었다.
윤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조사대상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곳이 포함됐다. 지난해 6월 들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추가 현장조사가 실시됐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조사에서 이들 은행의 금리·한도 등 대출 담합 행위는 적발되지 않았다.
제재대상 은행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LTV 적용에 대해 다른 은행과 정보를 교류했을 뿐 실질적인 담보대출 금리나 한도에 영향이 없었다며 불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는 과징금을 거둬들이려는 표적 조사 아니었냐는 소리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2012년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이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를 담합한 혐의로 제재하려고 4년간 입증하려다가 무혐의로 종결된 전례를 들어 공정위의 무리한 행태를 비판한다. 당시 공정위는 소위 ‘묵시적 담합’을 내세워 혐의를 주장했으나 증거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사안도 조사과정에서 결정적 물증이 나오지 않자 무리한 법 해석을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지시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는데 정작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성과가 없다는 비난에 직면하자 무리수를 뒀다는 논리다.
통상 상거래에서 다수 거래자의 교차 견적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은행도 담보대출을 진행하며 참고용으로 다른 은행의 거래조건 등을 알아보는 일은 관행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를 대출 고객에게 불이익을 주고 부당이익을 취하기 위해 담합하는 정보교류로 간주한 공정위의 이번 제재 수순에 은행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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