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부사장직급 줄이고 자산관리부문도 축소해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주요 금융그룹들이 고위직 임원수를 줄이고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조직 슬림화를 본격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이달 안으로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첫 정기인사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허인·이동철 부회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부회장직 폐지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 |
▲KB금융그룹(왼쪽)과 신한금융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
신한금융그룹 역시 올 연말 인사를 앞두고 진옥동 회장 체제 다지기와 비즈니스 모델 재구축을 위한 조직개편이 준비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다른 금융그룹들도 연체율 상승, 잇따른 악재로 고위직 임원수를 줄이고 비대면 금융 트렌드 확산에 따른 조직 재정비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KB금융그룹에서는 올 연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CEO 인사와 함께 지주사 경영진의 물갈이 인사가 예고된 상황이다. 양종희 회장과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던 허인·이동철 부회장이 모두 사의를 밝혀 후임 인선이 필요하나 일각에선 아예 부회장직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 대한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중징계 때문에 발생한 계열사와 지주사 주요 부문의 공백도 KB금융그룹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 와중에 주요 계열사 대표와 금융지주 부문장을 겸직해온 기존 관행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KB금융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직을 폐지하고 지주사 부문장이 계열사 CEO까지 겸직하는 구조를 벗어나 양종희 회장체제에서 새로운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성과가 낮거나 금융사고로 리스크가 증가한 부문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회장의 취임 2년차를 앞두고 실시될 이번 연말 정기인사가 고위직 임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해지고 있다는 관측에 따라 그룹 안팎에서 각종 설도 난무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 임기 동안 무려 17명까지 늘어난 부행장급 임원수를 한자리로 줄일 것이라는 후문도 주목된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지주사 직속 자산관리그룹의 기능과 역할을 축소해 부문으로 격하시킨 뒤 신한은행으로 편입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신한금융그룹은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어 경영 비효율성이 낮기는 하지만 국내외 금융환경의 변화로 조직개편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이는 앞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지주사 주도로 설립했던 투자금융 계열사 신한AI를 과감히 청산한 것이 급격한 조직개편 분위기를 조장한 면도 있다. 특히 진 회장이 속도가 떨어지더라도 인내하고 고객 중심의 정도경영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온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도 위기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부분 금융사들 입장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조직정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고위 임원들이 많은 상당수 금융그룹에서 고질화된 역피라미드 조직구조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