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 맛집 100여곳 탐방·450회 소스 배합…전용면도 300회 이상 실험
출시 초기 공급 부족 겪었지만 현재 안정화…연내 매출 100억원 목표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여러분들도 맛있게 드시고 계시죠?”
7일 오전 서울 명동 삼양식품 사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이날 공개된 프리미엄 짜장라면 ‘짜르르’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김 부회장은 “소비자들에게 진정한 짜장면의 맛을 라면으로 재현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삼양식품 사옥에는 미디어 관계자 70여명이 모였다. 지난 7월 출시한 짜르르의 개발 과정과 기술을 소개하고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맛볼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무엇보다 이날 현장에서 강조된 것은 ‘우지’였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삼양1963’을 통해 36년 만에 다시 선보인 우지 유탕 기술을 이번에는 짜장라면에 적용했다. 단순히 면을 우지로 튀기는 데 그치지 않고 소스와 면, 후레이크, 조리법까지 우지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품 전체를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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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혜영 삼양식품 상품본부 본부장이 삼양식품 '짜르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
◆ “짜장라면 시장, 오래됐지만 정체”…삼양식품이 ‘짜르르’ 꺼낸 이유
채혜영 삼양식품 상품본부장은 이날 짜르르를 소개하면서 “짜장라면 시장의 기준을 다시 세워보자는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짜장라면 시장은 1970년 처음 등장한 이후 6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장수 카테고리다. 하지만 국물라면과 비교하면 신제품 경쟁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제한적이라는 게 삼양식품의 판단이다.
삼양식품은 시장 규모와 소비자 반응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회를 찾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비곡물 라면 시장은 약 7000억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짜장라면이 약 40%를 차지한다.
시장 자체가 크지만 새로운 제품이 시장의 변화를 이끌 만큼 다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양식품 입장에서는 ‘짜짜로니’라는 기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짜장라면 시장 재공략의 배경이 됐다.
소비자 목소리에서도 제품 개발 방향을 찾았다. 소비자들이 짜장라면에 대해 가장 많이 지적한 부분은 ‘맛’이었다. “예전 맛이 아니다”, “예전보다 싱거워졌다”는 의견과 함께 제품별로 너무 짜거나 너무 달다는 불만이 나왔다.
감칠맛이 부족하거나 면의 식감이 아쉽다는 반응, 후레이크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삼양식품은 이 같은 소비자 불만을 하나씩 제품 설계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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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훈 삼양식품 연구소장이 짜르르 개발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
◆ 짜장 맛집 100여곳 직접 찾아갔다…450회 배합 실험
이병훈 삼양식품 연구소장은 이날 개발 과정을 설명하며 “맛있는 짜장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네 가지였다. 기름에 볶아야 깊어지는 춘장의 향, 고기와 채소가 익으면서 만들어내는 감칠맛과 단맛, 소스와 면의 결합, 그리고 쫄깃한 면 식감이다.
삼양식품은 이 네 가지 요소를 구현하기 위해 책상 위에서만 연구하지 않았다. 전국의 짜장 맛집 100여곳을 직접 찾아갔다.
각 매장의 짜장 맛을 먹어보고 춘장을 얼마나 볶는지, 볶음 향은 어떤지, 소스의 농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분석했다. 맛집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짜장의 조리 방식을 제품 개발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이후 연구실에서 1년6개월 동안 450회가 넘는 소스 배합 실험을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액상소스였다. 분말 형태로는 볶은 춘장과 채소, 소고기 등 원물에서 나오는 풍미를 충분히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액상소스에는 볶은 춘장의 구수함을 기본으로 양파와 소고기의 풍미를 더했다. 여기에 갓 볶아낸 짜장 특유의 볶음 향을 살렸다.
특히 소스의 향을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숯불과 짚불, 연탄 등 불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구운 향과 훈연 향까지 비교했다. 짜장소스에서 느껴지는 ‘불향’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였다.
◆ 우지로 튀긴 면…“면 자체가 짜장의 풍미를 좌우”
짜르르 개발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면이었다.
삼양식품은 면에 우지 유탕 방식을 적용했다. 우지는 가열할수록 특유의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살아나는 특성이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연구진은 기존 라면에 사용되는 팜유와 우지의 향미 차이를 분석하고, 우지에서 발생하는 소고기 특유의 구수한 향과 로스티드 풍미 등이 짜장소스와 만났을 때 시너지를 낸다고 판단했다.
면을 끓이는 과정에서도 우지의 풍미가 면수로 우러나도록 설계했다.
여기서 짜르르만의 조리법이 등장한다. 일반적인 비빔면처럼 면을 삶은 뒤 물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량의 면수를 남겨 소스와 함께 졸인다.
면수를 버리지 않으면 우지의 풍미와 면에서 나온 맛 성분이 그대로 소스에 더해진다. 삼양식품은 이 조리법 자체를 제품 설계의 일부로 봤다.
면 식감 역시 별도로 연구했다. 전국 짜장 맛집 100여곳에서 면의 굵기와 찰기, 소스가 배어드는 정도를 비교했고 300회가 넘는 배합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보다 두껍고 치밀한 면을 적용했다. 진한 소스를 충분히 머금으면서도 쉽게 퍼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쫄깃한 식감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 후레이크의 핵심은 ‘고기’
후레이크는 짜르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요소다.
일반적인 짜장라면 후레이크보다 많은 5g을 넣었으며, 실제 소고기 성분을 활용한 큼직한 소고기 다이스와 조미 콩단백 후레이크를 함께 적용했다.
소스에서만 고기 풍미를 내는 것이 아니라 씹는 순간에도 고기의 식감과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품명 역시 차별화 요소다. ‘짜르르’는 물기나 기름기, 윤기 등이 흘러 반지르르한 모양을 뜻하는 ‘자르르’에서 따왔다. 짜장라면과 결합해 우지의 윤기와 제품의 특성을 이름에 담았다.
◆ 출시 100일 만에 1000만개…초기엔 공급 부족까지
시장 반응은 삼양식품의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짜르르는 지난 7월 출시 직후 온라인 사전예약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전 채널로 유통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 관심과 유통업체의 초도 발주가 몰리면서 한때 공급량이 부족했다.
삼양식품은 현재 수요 예측과 공급량을 조정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량도 빠르게 늘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 10월 5일 기준 짜르르는 누적 100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 출시 이후 약 100일 만이다.
◆ 출시 두 달 만에 짜장라면 시장점유율 2위까지 올라섰다.
당초 삼양식품이 올해 짜르르를 통해 설정한 목표는 매출 100억원 이상이었다. 회사는 현재 판매 추세라면 연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소비자 반응이 이어졌다. 출시 이후 메가 인플루언서들의 자발적인 리뷰와 먹방 콘텐츠가 잇따랐고, 소비자들은 우지 특유의 고소함과 진한 고기 풍미, 쫄깃한 면 식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 짜짜로니와의 판매 잠식 여부도 관심사였다.
삼양식품은 오히려 기존 제품 매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짜르르 출시 이후 올해 짜짜로니의 누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5% 증가했다는 것이다.
삼양식품은 짜르르를 기존 짜짜로니를 대체하는 제품이 아니라 프리미엄 라인업을 추가하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가격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삼양라면과 짜짜로니 등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제품을 유지하면서 짜르르를 통해 프리미엄 수요까지 흡수하는 구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저가 제품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까지 함께 가져가면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과 가격대에 맞춰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맛본 '짜르르'는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섞여있었다. 평소 간짜장을 좋아하는 기자는 뻑뻑한 짜장맛을 즐긴다. 하지만 이날 맛본 짜르르는 쫄깃쫄깃한 부드러운 면발이 인상적이었다. 단무지, 파김치, 김치 등 어떤것을 선택해도 무난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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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심영범 기자] |
◆ ‘삼양1963→짜르르’…우지 라면 유니버스 본격 확대
삼양식품이 짜르르에 거는 기대는 단순히 하나의 신제품 판매량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출시한 삼양1963과 이번 짜르르를 연결해 ‘우지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우지를 삼양식품의 차별화된 제품 자산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삼양1963은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량 2000만개, 누적 매출 278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삼양1963을 통해 우지 유탕 기술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짜장라면으로 제품 영역을 넓혔다.
앞으로는 플레이버와 제형을 다양화해 우지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진출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다만 우지 사용에 대한 국가별 규제가 다른 만큼 수출 가능 국가부터 공략한다.
삼양식품은 현재 삼양1963을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H마트, 일본에서는 세븐일레븐 등 현지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향후 국가별 규제와 연구개발 여건을 고려해 수출 지역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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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수 회장이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
김정수 부회장 “빨리 내서 진정한 짜장면 맛 보여주고 싶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에는 김정수 부회장이 현장을 직접 찾았다.
김 부회장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들에게 짜장면의 맛을 라면으로 제대로 구현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계속 먹어보면서 업그레이드했다. 정말 빨리 내서 소비자 여러분께 진정한 짜장면의 이 맛을 라면으로 재현해드리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삼양식품은 짜르르의 초기 흥행을 발판으로 우지 라면을 하나의 제품이 아닌 장기적인 제품군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짜르르는 오랜 기간 축적해온 라면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우지의 풍미를 짜장라면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한 제품”이라며 “소스부터 면, 후레이크, 조리법까지 세심하게 설계한 만큼 짜르르만의 차별화된 맛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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