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등급 BB받으면 퇴직연금 판매 못하게 될 수도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락하면서 자금조달 리스크가 붉어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까지 밀리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지난달 25일 저축은행 3곳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했다. 고려저축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하향했고 예가람저축은행의 장기 등급과 다올저축은행의 기업신용등급(ICR)은 ‘BBB+’에서 ‘BBB’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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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올해 초 나이스신용평가는 순손실 발생, 고정이하여신비율 7% 이상,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1% 미만,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율 100% 이상 등 4개 지표를 주요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태광금융 계열사인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은 이 가운데 BIS 자기자본비율 외 세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저축은행은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390억원으로 전년 40억원에서 급증했다.
앞서 지난달 4일에는 한국기업평가가 바로저축은행의 ICR 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 직전인 ‘BBB-’로 하향했다. JT친애저축은행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BBB-’를 받았다. 이전 ‘BBB’에서 낮아진 것이다.
저축은행 신용등급 강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부동산 PF에 따른 건전성 악화가 꼽힌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PF 부실 관련해서 저축은행들의 수익성이나 건전성이 몇 년 전에 비해 꽤 낮아졌다"면서 "1월에 제시한 지표 기준에 부합하는 저축은행들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으로 떨어지면 퇴직연금 자금을 유치할 수 없어 자금 조달 창구가 줄어든다. 저축은행 퇴직연금 잔액은 2023년 기준 30조5000억원으로 전체 예금(90조1600억원)의 약 34%를 차지한다.
퇴직연금을 끌어오지 못하면 예금 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이자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페퍼저축은행은 신용등급 ‘BBB’에서 ‘BBB-’로 조정되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적극적인 부실자산 정리에도 보수적인 건전성 분류 기준을 적용하면서 고정이하 자산이 크게 늘었다. 향후 경상적인 수익창출력의 회복 수준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경기 둔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업환경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수익성 저하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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