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행자 변경·평가 기준 논란까지…청주시 행정 논란
[메가경제=정호 기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위치한 현도일반산업단지(이하 현도산단) 내 청주시의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건설을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30년간 '청정 구역'으로 관리돼 온 식품 제조 구역 내 폐기물 선별장 설치를 둘러싸고 해충·악취 유입 등 품질 저하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청주시의 폐기물 선별장 건립 강행을 두고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 근로자 건강권, 소비자 인식 훼손 등 복합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와 기업, 지역 주민 등은 브랜드 가치 훼손과 지역경제 영향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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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장 옆 폐기장 선별장 부지.[사진=독자 제공] |
청주시는 해당 부지가 과거 매립지 용도였다는 점과 환경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 최신 설비 도입 등을 근거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업 측과 지역 주민들은 소비자 신뢰와 외부 오염 요인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선별장 예정지는 공장과 성인 걸음 기준 약 5분 내외 거리다. 식품 제조시설은 공정 특성상 외부 오염원 차단이 필수적인데, 대규모 폐기물 처리시설과 차량 이동이 상시 이뤄질 경우 해충, 악취, 비산먼지, 바이오에어로졸 등의 유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식품위생법상 식품 제조시설은 오염물질 발생시설로부터 식품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시행규칙 역시 축산폐수·화학물질 등 오염원으로부터 위해를 미치지 않는 수준의 물리적 거리 확보를 규정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HACCP 인증' 유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료 관리부터 생산·보관·유통까지 전 과정에 걸쳐 엄격한 위생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외부 변수 증가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공단 관계자는 "지자체가 법 집행의 주체이면서도 식품 안전의 근간이 되는 환경 기준은 ‘공익’이라는 이유로 간과하고 있다"며 "하루 약 200대의 폐기물 차량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공장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안심 먹거리 생산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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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폐기물 매립장.[사진=독자 제공] |
서성철 서경대학교 나노화학생명공학과 교수는 "폐기물 선별시설은 운영 과정에서 분진, 악취, 미생물, 바이오에어로졸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사업 추진 전 환경영향에 대한 정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 오염 여부와 관계없이 '폐기물 처리시설 인근 생산 제품'이라는 인식만으로도 심리적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소비 심리 변화가 구매 기피로 이어질 경우 매출 감소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근로자와 지역 주민의 건강권 문제도 쟁점이다. 공장 근로자들은 소음과 악취, 분진, 매연 등에 장시간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하이트진로 기숙사가 시설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근무 환경을 넘어 주거 환경 침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 절차 논란 확산…사업시행자 변경·평가 기준 '도마 위'
청주시의 폐기물 선별장 건립 과정에서는 행정 절차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충청북도가 현도산단 사업시행자를 하이트진로·오비맥주에서 청주시장으로 변경한 것을 두고, 이미 준공돼 정상 운영 중인 산업단지에서 사업시행자를 변경한 데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시행자 변경은 개발사업이 장기간 착수되지 않았거나 기간 내 완료가 어려운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현도산단은 30년 전 준공돼 정상 운영 중인 만큼, 이번 변경이 법 적용 요건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사실상 박탈하는 과정에서 청문 절차가 생략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입주 기업과 주민들은 후보지 평가 과정에서도 민원, 운영 비용 등 핵심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민원성’ 항목에는 100점 만점 중 5점만 반영된 반면, 경제성 항목은 공사비 중심으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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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기물 선별장 부지.[사진=독자 제공] |
폐기물 선별장은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을 다시 소각장으로 이송해야 하는 구조다. 청주시가 검토한 다른 후보지들은 소각시설로부터 2km 이내에 위치한 반면, 현도산단은 약 21km 떨어져 있어 운영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특정 부지를 염두에 둔 평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환경 영향 검토가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비판도 나온다. 청주시는 기존 매립지 대비 영향이 적다는 입장이지만, 기업과 전문가 측은 대기질·악취·소음 등에 대한 별도 분석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특정 산업군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예상된다면 입지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시설 필요성은 인정"…입지 재검토 요구
기업과 주민들은 폐기물 선별장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식품 제조공장이 밀집한 산업단지 내부 입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사가 일부 진행됐다는 이유로 수용을 강요하기보다, 산업단지 특성과 지역경제 영향을 고려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현도산단과 청주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두 기업은 연간 700억원 규모의 고용 인건비와 800~1000명에 이르는 직접 고용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입주협의회 관계자는 "식품 제조공장과 폐기물 처리시설이 공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일방적인 공사 강행은 산업단지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30년 넘게 운영된 공장이 이전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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