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의 고객서 최악의 적으로...반전카드는?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국내 석유화학업계, 특히 롯데케미칼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기술 패권이란 명목하에 사실상 중국 석유화학업계의 성장을 방관했던 것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중국을 견제하며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위기의 롯데케미칼①] 중국 공세, 악영향 어디까지
[위기의 롯데케미칼②] 트럼프의 귀환, 희망이 될까
22일 한국화학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2018년 수출의 약 8.2%를 달성하며 세계 4위권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들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매각을 검토 중인 신세로 전락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한때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선두주자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 그리고 무리한 생산 설비로 인한 차입금 등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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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케미칼. [사진=연합뉴스] |
롯데케미칼은 국내 내수 시장 중심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을 겨냥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글로벌 롯데 사업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이 회사는 2013년 기준 전체 매출 12조 2734억원 중 무려 65% 해당하는 8조 495억원을 해외에서 번 전형적인 수출기업이었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석화 산업은 에틸렌의 원료인 나프타를 국내 정유사 또는 해외에서 구매한 뒤 NCC(나프타 분해 설비) 공장을 돌려 에틸렌을 생산, 판매하며 그 차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에틸렌을 기반으로 만드는 플라스틱 제품은 병뚜껑, 필름, 비닐, 전자 기기, 기저귀, 마스크 등으로 광범위하다.
중국이 2010년 석유화학 제품의 자급자족을 천명하며, 기초화학 제품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할 면서 위기가 닥쳤다.
중국 석유화학 산업의 부상은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03년만 해도 미국·일본·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이어 4위(590만톤)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2년 중국은 1630만톤으로 한국(840만톤·4위)을 훨씬 앞지르며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중국의 생산량이 무려 2017년까지 2690만톤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화학산업 시장 규모에서도 중국의 성장세는 무서웠다. 이미 2010년에 미국을 제치고 화학산업 시장 규모에서 세계 1위에 등극했다. 동시에 롯데케미칼 영업이익은 2010년 9039억원, 2011년 1조4701억원으로 정점을 찍고는 2012년부터 3717억원, 2013년 4874억원, 2014년 3509억원으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2015년 1조6111억원, 2016년 2조547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반전에 성공한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운명을 걸고 인수한 롯데첨단소재(옛 삼성SDI 케미칼사업부)의 영업이익이 2397억원, 말레이시아법인(LC TITAN)도 총 512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덕분이다. 여기에 에틸렌의 가격이 올랐다. 덕분에 납사-에틸렌 스프레드(원료-제품가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앞선 언급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예측대로 2017년 중국의 에틸렌 생산품질과 생산능력이 괄목할 정도로 올라왔지만, 이 같은 중국의 기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중국 경제 압박 정책에 위축됐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 2조 5443억원, 2017년에는 당시 롯데그룹의 전체 영업이익 4조8940억원 중 절반인 2조 9297억원, 2018년 1조 9674억원, 2019년 1조 1073억원을 벌어들이며 체질 개선에 성공하는 모습이었다.
롯데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었던 롯데케미칼은 공격적인 투자와 M&A를 통해 세계적인 석유화학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듯 했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코로나19 팬데믹 때 본격 시작된 중국발 공급 과잉에 직면하며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전통적으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해외매출 5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중국은 연간 1000만톤 수준이던 에틸렌 생산량을 2018년 2565만톤으로 늘렸고, 2023년에는 5174만톤에 이른다.
중국은 이러한 생산력에 저가의 노동력을 앞세워 가격경쟁력을 확보, 2024년 세계적인 석유화학제품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동시에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입해가던 석유화학제품은 2017년 1903만톤에서 2019년 1801만톤, 2021년 1728만톤, 2023년 1470만톤으로 감소했다.
또한 중동 등 경쟁국 석유화학사들이 롯데케미칼의 성공사례를 본받아 너도나도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본격젹인 공급과잉상태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2024년 초 기준 글로벌 생산 능력은 약 2억 2900만톤이지만 수요는 1억 8800만t인 상황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이미 자국 내 에틸렌 5000만t 이상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수출 물량을 쏟아냈다.
이는 기초화학 사업의 수익성을 크게 떨군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의 가격을 뺀 수치)는 2024년 10월 말 기준 185달러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이 수치가 300달러를 웃돌아야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1년 1조535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이듬해부터 실적이 빠르게 악화됐다. 2022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23년 영업손실 3332억원, 2024년 3분기만 4000억원대 적자를 낸다.
하지만 트럼프 2기에 따른 대중국 정책 변화는 롯데케미칼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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