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관점서 시장 확대"...회사, 주주 반응 주목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연매출 8조원 규모의 통합 법인 ‘HD건설기계’ 출범을 앞두고 주가 하락이라는 복병이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 주체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주가가 각각 주식매수청구가격에 미치지 못한다면 합병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HD현대건설기계의 매수청구 한도는 1500억원, HD현대인프라코어는 2500억원으로 설정돼 있는데, 이를 초과할 경우 합병은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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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HD현대건설기계 본사 전경 [사진=HD현대건설기계] |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HD현대인프라코어 주주는 최근 증권사로부터 합병 결의에 대한 찬반 의사를 미리 문의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인 반대 의사 표시 기간은 8월부터지만, 예탁결제원 등을 거쳐 회사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증권사를 통한 사전 접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이달 ‘자산 7조원, 연매출 8조원’ 규모의 통합 건설기계 법인 출범 계획을 밝혔다. 기존에는 HD현대가 최상위 지배회사로 있고, 중간 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양사를 각각 자회사로 두는 구조였으나, 이번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영업망, 연구개발(R&D) 등 유무형 인프라를 통합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주가가 매수청구가를 밑돌면 양사 주주는 이사회 결의에 반대 의사를 표할 경우 회사에 해당 가격으로 주식을 되팔 수 있다. 이때 매수청구 규모가 각각 1500억원, 2500억원을 초과할 경우 합병은 중단되거나 재검토될 수 있다. 현재 증권사를 통한 반대 의사 접수가 시작된 상황이라 주가 하락은 합병 계획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주주는 매수청구권 행사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사회 결의에 반대했다고 해도 모두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주주총회 과정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하지만 주가가 매수청구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한, 주주 입장에서는 유리한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 특히 신주를 받게 되는 HD현대인프라코어 주주의 경우 HD현대건설기계 주주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해 합병 참여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합병 비율에 따르면 HD현대인프라코어 주주는 보유 주식 수에 0.1621707을 곱한 만큼의 HD현대건설기계 신주를 받게 된다. 예컨대 HD현대인프라코어 주식을 1000주 보유한 경우, 162주의 신주를 받게 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가져올 시너지에 대해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생산 거점 공유를 통한 비용 절감, 제품 라인업 확장, 전동화 및 스마트 장비 등 신기술 공동 대응 가능성 등이 대표적이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오히려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회사 측은 통합 법인의 2030년 매출 목표로 총 14조8000억원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건설장비 10조3000억원, 엔진 2조5000억원, 애프터마켓(AM) 1조4000억원이다. 특히 장비 납품 이후 유지·보수·보완 관련 서비스를 의미하는 AM 사업은 통합 시너지가 가장 크게 발휘될 분야로 꼽히며, 회사는 해당 부문의 2030년 매출이 현재 대비 13.8%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주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통합 법인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합병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인 시장 파이 확대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시장에서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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