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세월 품은 스피커 한 곳에…시대별 음향 기술 발전 조명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바닷속 소라고둥을 연상케하는 나선형 스피커부터 80여 년 전 만들어진 낡은 라디오, 주황색 격자무늬가 돋보이는 스피커까지, 시대도 생김새도 제각각인 음향기기들이 한 공간에 모였다.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오직 음악이 가진 본연의 소리를 청취자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JBL의 창립 80주년과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의 60주년을 맞아 소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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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 마련한 JBL 80주년 기념 전시회. [사진=메가경제] |
21일 찾은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은 단순히 최신 오디오 제품을 선보이는 전시장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음향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오는 24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사운드 레전드(Sound Legends)' 전시는 총 3개 층으로 구성됐다. 1층에서는 최신 제품과 사운드 기술을, 2층에서는 JBL이 걸어온 80년 역사를, 3층에서는 영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의 기술 철학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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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BL 80주년 기념 전시회에 전시된 '노틸러스' 사운드 이미지. [사진=메가경제] |
◆ '소라고둥' 닮은 스피커의 비밀…'진짜 소리' 향한 60년 집념
전시 순서는 3층에서부터 2층, 1층 순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찾은 3층에서는 일반적인 스피커와 전혀 다른 형태를 지닌 제품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다 생물인 소라고둥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나선형 구조가 특징인 바워스앤윌킨스의 '노틸러스(Nautilus)'다.
1993년 공개된 노틸러스는 단순히 외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형태만 독특하게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다. 도슨트에 따르면 스피커 내부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소리의 반사를 줄이고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3층 소개를 맡은 도슨트는 "현장에서는 이러한 독특한 구조가 바워스앤윌킨스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트루 사운드(True Sound)' 철학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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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슨트가 창립자 존 바워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메가경제] |
그 철학의 출발점에는 창립자 존 바워스가 있었다. 음악 애호가였던 존 바워스는 기존 스피커가 음악에 담긴 감정과 아티스트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직접 스피커를 개조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구현하는 데 몰두했다.
1966년 설립된 바워스앤윌킨스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1969년 첫 공장을 열며 제조 역량을 확보했고, 이후 독특한 계단형 디자인의 'DM6'와 약 3년간의 연구개발 성과를 집약한 '801' 등 상징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801 시리즈는 바워스앤윌킨스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인 녹음 스튜디오인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도 바워스앤윌킨스의 스피커가 사용되며 전문 음향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는 것이 도슨트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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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BL 80주년 기념 3층에 전시된 JBL 주요 모델 이미지. [사진=메가경제] |
이 같은 기술력은 최신 플래그십 제품인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5'까지 이어졌다. 현장에 전시된 805 D5 등 주요 모델에는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와 진동 제어 기술 등이 적용됐다. 스피커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리의 왜곡을 줄이고 음악의 세밀한 표현을 재현하기 위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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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이 'Px8 S2'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메가경제] |
스피커뿐 아니라 헤드폰으로 확장된 기술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된 프리미엄 무선 헤드폰 'Px8 S2'는 고급 소재와 음향 기술을 결합해 이동 중에도 수준 높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헤드폰에 이어 이어폰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제품의 가격은 64만8000원으로 고가의 제품이지만, Px8 S2의 기술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에 기존 제품 대비 더 수준 높은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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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의 전통이 담긴 공간. [사진=메가경제] |
◆ 낡은 라디오서 콘서트장까지…80년 소리 역사 발자취 한눈에
2층에는 JBL이 음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발전시켜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JBL의 창립자 제임스 B. 랜싱이 초기 음향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시기를 보여주는 '잭슨-벨 라디오(Jackson-Bell Radio)'가 자리했다.
1920년대 제작된 이 라디오는 오늘날의 무선 스피커와 비교하면 투박한 외관을 지녔지만, 소리를 재생하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던 시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라디오를 지나자 거대한 목재 가구를 연상시키는 스피커가 등장했다. 1957년 출시된 JBL의 대표작 '파라곤(Paragon)'이다.
좌우 스피커가 하나의 대형 캐비닛에 담긴 파라곤은 중앙의 독특한 곡면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소리를 반사하는 음향 설계와 가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결합돼 단순한 음향기기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이어 스튜디오용 모니터 스피커 '4320'과 '4350' 등도 전시됐다. 음악 제작 현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소리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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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BL의 역사적 일대기를 알 수 있는 공간. [사진=메가경제] |
JBL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공간도 펼쳐졌다. 1946년 제임스 B. 랜싱이 설립한 이후 영화관과 녹음실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1960년대에는 대중음악 문화와 함께 존재감을 높였고, 1970년대에는 록 공연이 대규모 스타디움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라이브 음향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다.
1980년대에는 전문 녹음실, 1990년대에는 자동차와 공공장소, 2000년대에는 대규모 콘서트와 영화 산업으로 활용 영역을 넓혔다.
2010년대 이후 블루투스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JBL의 사운드는 더욱 일상적인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거대한 공연장뿐 아니라 손바닥만 한 휴대용 스피커에서도 JBL의 기술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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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JBL 프리미엄 스피커 '서밋 K2' 제품 이미지. [사진=메가경제] |
현장에서는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JBL의 프리미엄 스피커 '서밋 K2(Summit K2)'도 소개됐다. JBL의 전통적인 고급 스피커 설계 철학에 최신 음향 기술을 결합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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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100 클래식 80' 제품 이미지. [사진=메가경제] |
◆ 800대 한정판부터 휴대용 스피커까지…과거부터 현재로 이어져
1층에서는 JBL의 80년 역사가 오늘날의 제품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800대 한정으로 제작된 'L100 클래식 80'이다. JBL을 상징하는 격자무늬 그릴과 복고풍 디자인이 특징으로, 과거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음향 기술을 접목했다.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브랜드의 정체성을 오늘날의 제품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한쪽에는 JBL의 대표적인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인 '플립(FLIP)' 시리즈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초기 제품부터 최신 모델까지 나란히 배치돼 세대별 디자인과 기술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었다.
'서울 바이 데이(Seoul by Day)' 공간에서는 서울의 낮을 배경으로 JBL의 헤드폰과 오픈이어 이어폰 등을 소개했다. 대형 스피커 중심이었던 음향 기술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웨어러블 제품으로 확장됐다는 점을 강조한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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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BL 프로페셔널' 사운드가 전시된 공간. [사진=메가경제] |
공연장과 음악 페스티벌에서 활용되는 전문 음향 시스템을 소개하는 'JBL 프로페셔널' 공간도 마련됐다. 국내 아티스트와 협업한 전시에서는 JBL이 쌓아온 80년의 사운드 유산을 한국적인 조형 언어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두 브랜드의 창립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하만 인수를 발표하고 2017년 3월 약 80억 달러에 인수를 완료했다. 이후 하만의 글로벌 매출은 2017년 7조1000억원에서 2025년 15조8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하만을 통해 바워스앤윌킨스와 데논, 마란츠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추가 인수하며 오디오 사업의 외연을 넓혔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하만과 바워스앤윌킨스가 보유한 음향 기술을 스마트폰과 TV, 사운드바 등에 접목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손영권 삼성전자 고문(하만 이사회 의장)은 "JBL이 80년간 쌓아온 사운드의 역사와 바워스앤윌킨스의 60년 유산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며 "삼성전자는 하만과 함께 전 세계 고객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최상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오디오 기술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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