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재선거 요구 확산…장영신 전 의원 선거무효 판례 재조명

정치 / 심영범 기자 / 2026-06-08 11:13:43
2001년 대법원, 조직적 불법 선거운동 인정하며 선거무효 판결
6·3 지방선거, 선거법 위반 넘어 '선거 결과 영향' 입증돼야 재선거 가능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재선거 실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장영신 전 애경그룹 회장의 국회의원 당선 이후 선거무효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애경그룹 회장 장영신 전 국회의원은 기업인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해 국회에 입성했지만, 선거무효 판결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의원직을 상실한 인물로 기록된다.

 

▲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사진=애경그룹]

 

장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4월 실시된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서울 구로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재계 여성 경영인 출신 정치인으로 주목받으며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불거지면서 법적 공방에 휘말렸다. 경쟁 후보였던 이승철 후보 등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대법원 제2부는 2001년 7월 장 전 의원의 선거 과정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불법 선거운동이 이뤄졌다고 판단하며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장 전 의원은 같은 날 의원직을 상실했다.

 

재판부는 장 전 의원이 당시 회장으로 재직하던 애경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선거운동에 동원된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동원 인원 규모와 선거운동 횟수, 유권자 접촉 범위, 입당 권유 활동, 향응 제공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선거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계열사 직원들의 위장전입과 선거 당일 불법 선거운동 행위까지 인정되면서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위법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선거무효 결정을 내렸다.

 

장 전 의원 사례는 선거법 위반 사실만으로는 선거무효가 인정되지 않고, 위반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판례로 꼽힌다. 현재도 선거 관련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선거무효 판단 기준을 설명하는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 규정 위반 사실만으로 선거 무효를 인정하지 않고, 해당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재선거를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재선거로 이어질 수 있는 절차는 선거소청, 선거소송, 당선인 사퇴 등 크게 세 가지다. 지방선거의 경우 유권자나 후보자는 선거일로부터 14일 이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효력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선거소청을 신청할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소청 접수 후 6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하며, 소청이 인용될 경우 결정 통지일로부터 30일 이내 재선거가 실시된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 또는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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