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애플카 유리할까?...미래 종속 우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현대차·기아가 지난 주말 '애플카' 생산 교섭 중단 관련 외신보도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애플과의 협상을 부인하는 입장을 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8일 오전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8일과 19일 각각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언론 보도로 제기된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한 현대차와 기아의 해명이다.
당시 현대차·기아는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상기 내용과 관련하여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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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대차·기아 측 해명에도 애플과의 협상설을 사실무근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애플이 애플카 개발을 공식화한 이후 올해 들어 국내외 언론보도에서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구체적인 협상 내용과 진행 단계가 전해져온 터라 양측에서 관련 논의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라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이 이미 오래 전부터 애플카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완성차 시장에서 높은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를 유력한 생산 파트너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은 꽤 오래전부터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일련의 흐름을 감안해 이번 협의 중단 소식을 완전한 협상 결렬이리기보다는 양측이 막판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유의 비밀주의로 협력업체들에게 철저한 정보 보안을 요구하기로 악명 높은 애플이 현대차·기아 측 입을 빌려 협상 관련 내용이 새어나간 것을 빌미로 추가 조건을 제시하며 압박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현대차·기아의 입장 표명을 문제 삼아 애플카 생산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현대차·기아가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협상 테이블에서 애플 측에 유리한 보도도 외신을 통해 흘러나왔다.
앞서 지난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협력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애플카 생산 관련 일본 완성차업체 6개 기업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 또한 현대차·기아 외에도 대안이 될 수 있는 완성차 업체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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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서울=연합뉴스] |
올해부터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하는 현대차·기아로서도 애플과 저자세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테슬라에 맞서 반(反) 테슬라 진영의 부상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가진 완성차 업체가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사실상 몇 개 안 된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현대차·기아가 정의선 시대를 맞아 단순 제조업체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대전환의 길목에 서있는 가운데 애플의 단순 하청업체로 종속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안고 이 같은 전략을 채택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을 이루는 원년이 돼야 한다며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높은 상황이다. 이날 현대차·기아 측 공시 후 증시에서는 현대차·기아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오전 11시 기준 기아차는 주가가 13% 이상 크게 하락 중이며,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도 각각 6%, 8% 정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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