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상위 국내 100대 기업의 4배↑…기부 톱10 기업 총합 1조 안돼
“김 의장의 통큰 기부, 대기업 총수 사회환원 문화 확산 기대감 커져”
[메가경제=최낙형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기부금 규모는 국내 대기업 총수가 기부한 금액 중 역대 최대 수준으로, 국내 최대 기부 기업인 삼성전자가 낸 기부액(2019년 기준)의 17.5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김 의장의 기부 선언이 대기업들의 사회환원 문화 확산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김범수 의장은 8일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식화했는데, 이 기부액 규모는 주식평가액으로 환산하면 5조498억원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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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카카오 제공] |
9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의 분석에 따르면 김 의장의 주식재산가치는 8일 종가 기준으로 10조997억원으로 평가됐다. 김 의장은 카카오 주식을 1217만631주를 직접 보유하고 있는데, 1주당 종가 45만7000원으로 계산하면 주식가치만 5조56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여기에 김 의장은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카카오 지분 992만9467주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주식에 대한 주식가치도 4조5377억원으로 계산됐다. 비상장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여서 이 회사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은 사실상 김 의장 소유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이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재산의 절반은 주식평가액으로만 5조498억원으로, 5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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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국CXO연구소 제공] |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김 의장의 기부금은 국내 대기업집단(그룹) 총수가 개인 재산을 자발적으로 사회에 기부한 금액 중 역대 최대 수준이다. 또 기부를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사회 공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CXO연구소가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매출(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1000대 상장사 중 순이익이 높은 상위 100곳에서 낸 기부금을 조사한 결과 총 1조15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상위 10대 기업의 기부금은 7398억원으로, 100대 기업 기부금의 64%를 차지했다. 순익 기준 100대기업 기부금과 비교하면 김 의장은 이보다 4배 이상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셈이다.
또 김 의장의 기부액은 국내 최대 기부 기업인 삼성전자보다 무려 17.5배나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기준 국내 순익 100대 기업 중 가장 많은 기부를 한 회사는 삼성전자로, 2878억원 상당이었다. 이어 KT(870억원), 삼성생명(662억원), 네이버(505억원) 순으로 5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기부금 상위 10대 기업의 총 기부금은 7398억원 가량으로 1조원이 넘지 않았다. 100억원 이상을 기부한 회사도 100곳 중 25곳밖에 되지 않았다.
산술적으로만 놓고 보면 김 의장은 국내 최고 기부 기업인 삼성전자보다 무려 17.5배 넘게 기부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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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국CXO연구소 제공] |
해외에서는 유명 기업가가 거액의 재산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지만 국내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거대한 규모의 개인 재산 기부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현재 가치로 138조원에 달하는 재산의 90%를 기부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15년 동안 44조원의 주식을 내놓은 투자가 워런 버핏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김 의장처럼 성공한 기업가가 구체적인 비율까지 언급하며 개인 재산의 사회환원 계획을 밝힌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김 이사장의 재산 절반 기부 약속은 성공한 기업가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사회공헌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문화 확산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소장은 “외국에는 이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이 상당 액수를 기부를 해 사회적 존경을 받아오고 있는데, 김 의장도 이러한 외국의 사례 등을 모델삼아 상당 액수의 기부에 동참했다”며 “국내에도 사회적 존경과 깨끗한 부자가 되려는 청부(淸富) 문화를 확산시키는 불꽃을 피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 소장은 “김 의장의 기부를 시작으로 다른 기업 총수와 CEO 등에게도 기부 문화가 확산될 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의장은 전날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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