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럽과 FTA 체결국, 중국과 가까워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옥죄어오는 미국, 유럽과의 무역 전쟁에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교두보로 한국 시장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BYD를 비롯한 중국 자완성차 업체들이 한국을 생산기지로 유럽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우회 수출을 시도하는 형국이다.
6일 자동차 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는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BYD관계자는 “2025년 초 브랜드 공식 출범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YD는 이르면 이 달(1월) 승용차 부문의 한국 시장 진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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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D [사진=연합뉴스] |
당초 BYD는 동급 한국차와 비교해 500만~1000만 원 이상 저렴한 전기차로 라인업을 구성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류쉐량(Liu Xueliang·劉学亮)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는 중국 선전시 핑산구 BYD 본사에서 가진 한국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으로 승부하지 않겠다”는 다소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 다른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도 한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중국 지리홀딩스, 지커, 립모터도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한국 생산기지화는 ‘유럽 수출’을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중국업체들이 보유한 연간 생산능력은 5000만대에 이른다. 반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대수는 연 2400만~2500만대에 불과하다. 중국 자동차업체로서는 해외 시장을 통해 2500만~2600만대에 이르는 물량을 소화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한 입장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지난해 3009만대를 생산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자동차 수출 대수는 491만 대로 주로 동남아시아, 러시아,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에서 팔렸다. 결국 중국 자동차업체들로선 생존을 위해서는 미국 시장 못지않은 프리미엄 시장인 ‘유럽’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유럽이 탄소중립이란 목표를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무역장벽을 두지 않은 시기를 활용해,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EU의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9%에서 2023년 21.7%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독일 내 공장 폐쇄한 것은 중국 전기차 업체의 유럽내 위상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았다.
결국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인상된 관세는 10월 30일부터 적용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전 최고경영자(CEO)자리“중국 제조사들은 유럽에 공장을 설립해 관세 장벽을 우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유럽에 공장을 짓거나 현지 업체와 합작사를 세우는 식으로 고율 관세를 피해나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비야디(BYD)는 헝가리에 공장을 짓기로 했고, 체리자동차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영국 등에 공장 건설이나 합작사 설립을 검토 중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한국 생산기지화도 이같은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은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과 FTA를 맺고 있어 여러 규제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내수시장도 작지 않다.
중국과 가까운 지정학적 위치도 매력적이다. FTA 혜택을 받으려면 국산화율이 관건이다. 물품이 2개국이 이상에 걸쳐 생산되더라도 현지 국산화율만 맞추면 현지 제품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렇기에 중국에서 대다수 부품을 가져다가 한국에서 조립만해도 유럽에 팔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이 FTA 체결 국가들과의 무역 장벽이 낮고,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다는 점에 주목해 한국을 생산 기지로 활용하려 든다”면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한국 시장 진출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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