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20m 이상 대심도 도로도 대상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서울 지하철 역사와 지하상가, 대심도 자동차 전용 지하도로 등 대규모 지하공간의 화재에 대비해 내부 구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3차원 디지털 지도 구축이 추진된다. 최근 4년간 서울 대규모 지하공간에서 79건의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복잡한 내부 구조와 제한된 진입로 때문에 초기 대응이 어려운 지하시설의 특성을 반영해 소방대와 시설 관계자가 정보를 공유하는 별도 안전관리 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서울특별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는 박칠성 위원장(더불어민주당·구로4)을 비롯한 위원 12명 전원이 ‘서울특별시 대규모 지하공간의 화재 예방 및 대응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고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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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서울시의회 제공] |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대규모 지하공간의 화재 예방과 대응체계를 별도 조례로 규정하는 것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다.
조례안은 대규모 지하공간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역사와 지하상가, 지하 20m 이상의 대심도 자동차 전용 지하도로로 정의했다.
서울의 지하공간은 지하철과 상가를 넘어 자동차 전용도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상공간 부족을 해결하고 도시를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지상 건축물과 다른 위험요인이 발생한다.
지하시설은 출입구가 제한되고 통로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와 유독가스가 대피경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소방대도 화재 지점까지 접근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여러 층과 시설이 서로 연결된 대규모 지하공간일수록 화재 위치와 진입로, 피난경로 등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 초기 대응의 관건이다.
실제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지역 대규모 지하공간에서는 최근 4년간 7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연평균 약 20건이다.
조례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3차원 디지털 지도 제작이다. 평면도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지하공간의 층별·입체적 연결 구조를 디지털화해 화재 발생 시 소방대가 현장 구조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조례안은 지도만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하공간의 소유자와 관리자·점유자 등 관계인, 화재 대응 유관기관이 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정보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려면 단순한 건축물 형태를 넘어 출입구와 계단, 피난통로, 소방시설 등 화재 대응에 필요한 정보가 얼마나 상세하게 담기는지가 중요하다. 화재 발생 시 현장 소방대가 해당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지도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미 도시 공간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지도 기술을 행정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전역의 3차원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S-MAP이다.
올해 2월에는 청량리 일대 전통시장 9곳, 약 17만㎡를 대상으로 상점 약 2200곳과 건물 600여 동, 주요 시설물 1800여 개를 현장조사하고 3차원 정밀측량해 시장 내부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입체주소를 구축했다. 해당 정보는 S-MAP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실제 도시공간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반 3차원 지도 서비스도 개발해 왔다.
이에 따라 향후 조례가 통과되면 새로 제작할 지하공간 화재 대응 지도를 기존 S-MAP 등 서울시 공간정보 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다만 이번 조례안에는 구체적인 연계 방식이나 구축 대상, 사업비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조례 적용 대상에는 지하역사와 지하상가뿐 아니라 지하 20m 이상의 대심도 자동차 전용 지하도로도 포함된다.
대심도 도로는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과 이용자가 긴 터널 내부에 동시에 머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지하건축물과 위험 구조가 다르다. 차량 정체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용자 대피와 소방차량 진입, 연기 배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조례가 통과되면 서울시장은 대규모 지하공간의 화재 예방·대응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계획에는 용도별·위치별 시설 현황과 소방시설 설치·관리 상태, 화재 예방·대응 방안뿐 아니라 관련 홍보·교육과 시설 관계자 및 화재 대응기관·단체가 참여하는 훈련 계획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시설 소유자와 관리자·점유자에게는 관계 법령에 따라 소방시설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하고 화재 예방과 피해 경감을 위해 노력하도록 했다. 서울시장에게도 관련 정책을 마련·시행하고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여한다.
조례안은 실제 사고에 대비한 합동 교육·훈련 근거도 마련했다. 시설 관계자와 화재 대응 기관·단체가 참여해 초기 대응부터 소방대 진입과 진압까지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하역사와 지하상가, 대심도 도로는 이용 형태와 내부 구조가 서로 다른 만큼 일률적인 훈련보다는 시설별 위험 특성을 반영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조례안은 제339회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심의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서울시장에게 이송된 뒤 최종 확정되면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박 위원장은 “관내 대규모 지하공간에서 최근 4년간 총 79건, 매년 20건 안팎의 화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조례가 시행되면 서울 대규모 지하공간에 대한 화재안전관리 체계가 새롭게 정립돼 이용 시민을 만일의 대형 화재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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