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우유·메로나·불닭까지…끝없는 식품업계 ‘미투’ 전쟁

유통·MICE / 심영범 기자 / 2026-02-12 11:02:07
상표 식별력·디자인 독창성 따라 판결 엇갈려…해외선 낮은 배상액 ‘한계’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에도 제도적 보호 미흡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식품업계에서 인기 상품을 모방한 이른바 ‘미투(Me-too) 제품’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와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특허법원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남양유업의 ‘아침에우유’ 표장과 포장용기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최근 특허법원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남양유업의 ‘아침에우유’ 표장과 포장용기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진=특허법원]

 

서울우유 측은 남양유업이 ‘아침에우유’라는 표장을 사용하고, 녹색·흰색 조합 및 붉은색 원형 로고 등 기존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했다며 자사 상품 표지를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아침에’ 시리즈가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구축된 성과물이며, 포장 디자인 역시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품 표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침에’ 시리즈 표장이 식음료 업계에서 사용되는 일반적 표현에 가깝고, 특정 사업자의 성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장 디자인 역시 장기간 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돼 소비자에게 특정 출처를 연상시킬 정도로 개별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식품업계에서의 미투 논란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왔다.

 

빙그레는 지난해 서주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부정경쟁행위 관련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빙그레는 서주와 메로나 디자인을 두고 갈등해왔다. 지난 2023년 법원에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4년 9월 소송을 1심에서 패소했고, 이후 항소했다. 

 

메로나는 1992년 출시됐다. 서주는 2014년부터 메론바를 판매해왔다. 빙그레는 메론바 포장에 대해 ▲양 끝은 짙은 초록색, 중앙은 옅은 색을 배치한 점 ▲좌우에 멜론 이미지를 배치한 구성 ▲사각형 형태의 글씨체 등에서 메로나와 유사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포장 사용 중지 및 폐기를 요구했다.

 

앞서 빙그레는 2017년 1월 '바나나맛 우유의 디자인과 색상 등을 베겼다'며 다이식품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외관형태, 디자인 등이 독특하고 이를1974년 출시 이래 일관되게 사용해 온 점,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자사 제품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점 등을 비춰 볼 때 출처표시기능과 아울러 주지, 저명성을 획득했음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초코파이’ 상표권 분쟁도 있었다. 오리온은 1974년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이 인기를 끌자 경쟁사들이 유사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1990년대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초코파이’가 이미 보통명사화돼 상표로서 식별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오리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롯데제과는 2016년 오리온이 리뉴얼해 출시한 ‘더 자일리톨’ 제품 용기가 자사 ‘자일리톨’ 껌 제품과 유사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양사는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으며,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K푸드 모방한 '미투' 제품 문제도 제기됐다. 연간 1조원 이상 해외 매출을 올린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대표적인 모방 대상이다. 중국 현지 기업들이 한글 브랜드를 부착한 유사 제품을 생산·유통해 논란이 됐으며, CJ제일제당 ‘다시다’, 대상 ‘미원’, 오뚜기 ‘당면’ 등도 모방 사례에 포함됐다.

 

현행 지식재산권 제도하에서 보호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상표법은 브랜드명과 로고, 제품명 등 식별표지에 대한 권리를 중심으로 보호하고 있어, 동일·유사 제품이라 하더라도 명칭을 변경할 경우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

 

특허법 역시 독창적인 제조 공정이나 기능성 조성물 등 기술적 창작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일반적인 맛이나 조합, 제품 형태 등은 특허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제품 콘셉트나 아이디어 차원의 차별성은 법적 보호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1년 국내 식품업체 4곳은 한국식품산업협회와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중국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배상액은 10만~20만 위안(약 1800만~37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해외 현지 법원에서 피해 규모와 브랜드 가치 훼손을 충분히 입증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의 식별력 확보와 디자인의 차별화, 사전 권리 보호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브랜드 자산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지식재산권 관리 역량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기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면 이를 따라가려는 시도가 반복되지만, 소비자가 유사성을 인지할 경우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결 결과와 별개로 기업이 독창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제품명과 포장, 콘셉트 전반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모방 전략은 소비자에게 ‘아류’라는 인식을 남겨 장기적으로 기업 브랜드 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특허 및 지식재산권 관련 법 체계에서 식품 분야 보호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거나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적 장치가 강화될 경우 유사 제품 출시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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