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규모 마일리지 두고 “민감한 정보” 선긋기…소비자 알권리 외면 논란
출입문 오조작·반려동물 사고에 조종사 갈등까지…아시아나 통합 앞두고 경영 부담 가중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올해의 경영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국내에서 마주한 현실은 정반대다. 아시아나항공 통합이라는 대형 딜을 성사시킨 외형적 성과 뒤로 4조원 규모 마일리지 정보 공개 논란, 반복된 안전사고, 반려동물 운송 사고, 11년 만의 조종사노조 노동쟁의까지 경영 리스크가 겹겹이 쌓였다.
오는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소비자와 임직원이 체감하는 문제들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리더십이 글로벌 평가와 국내 현실 사이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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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뉴스] |
◆ ‘4조원 마일리지’ 공개 요구에 “민감한 정보”…소비자보다 기업 논리?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미사용 마일리지에 해당하는 이연수익은 대한항공 3조1000억원, 아시아나항공 9400억원으로 양사를 합쳐 약 4조원 규모다.
전 의원은 소비자가 얼마나 마일리지를 사용했고 얼마나 소멸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최정호 대한항공 부사장은 “글로벌 항공사 모두 마일리지 사용·소멸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마일리지의 적립이나 사용, 소멸은 외국 항공사와 경쟁하는 부분으로 상당히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이해를 구한다”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입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마일리지를 재산권으로 볼 수 있다고 답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기업의 영업정보 보호와 소비자의 재산권 보호가 충돌하는 사안인 만큼 최고경영진이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에 전달된 메시지는 ‘공개할 수 없다’는 데 가까웠다.
◆ 이틀 연속 출입문 사고…안전관리 체계 제대로 작동했나
안전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4년 9월 대한항공에서는 이틀 연속 여객기 출입문 오조작 사고가 발생했다.
첫날 인천발 오키나와행 A220 여객기에서는 객실사무장이 출입문을 다시 열면서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졌다. 조사 과정에서 해당 승무원은 도착한 것으로 착각했고 기종을 혼동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에는 김포발 제주행 A321 여객기에서도 객실사무장이 출입문을 조작하면서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졌다.
대한항공이 기장 보고, 출입문 모드 확인, 지상직원과의 상호 확인, 승무원 간 교차 확인 등 여러 단계의 안전 절차를 마련해 놓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개인 실수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틀 연속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어야 하는지 되묻게 된다. 국토부는 올해 3월 대한항공에 두 사고를 합쳐 2억6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 반려동물 사상 사고 27건 모두 대한항공…운송 시스템도 도마
반려동물 운송 과정에서도 대한항공의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11개 항공사에서 발생한 반려동물 탑승·운송 관련 사상 사고는 27건으로 집계됐는데, 모두 대한항공에서 발생했다.
사망 사고가 10건, 케이지 손상이 17건이었다. 대한항공은 같은 기간 약 26만건의 반려동물을 운송해 운송 규모 자체가 가장 컸다.
물론 운송량이 많은 만큼 사고 건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2위와 3위 항공사의 운송 건수를 합친 규모보다 대한항공의 운송 건수가 적은 상황에서도 다른 항공사에서는 사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별도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은 온도와 환기 공조 기능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국토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사고가 반복됐다면 단순히 설비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운송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앞서 지난 9월에도 대한항공 항공편 화물칸에 위탁된 반려견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중국인 A씨는 지난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골든리트리버 ‘버블’이 광저우에서 인천으로 이동한 대한항공 항공편 화물칸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A씨는 항공기에서 내린 뒤 사체를 인계받기까지 약 2시간이 걸렸다며 CCTV와 운송·하역·인계 기록 등의 공개를 요청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대한항공은 사고 이후 SNS를 통해 “반려견은 인천 도착 후 케이지 안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반려동물 운송에 필요한 기내 환경은 이상 없이 조성됐으며 다른 반려동물의 건강상 문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 11년 만의 조정신청…통합 앞두고 노사 갈등까지
조종사 노사관계도 조 회장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요인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취하했다. 일단 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갈등의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노조의 조정신청은 2015년 이후 11년 만이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조종사 서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양측은 당장 서열 문제를 교섭에서 다루지 않기로 했지만, 통합 과정에서 다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외형상 통합을 추진하는 것과 실제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조 회장이 그룹 차원의 통합을 성공시키려면 주주와 소비자뿐 아니라 수천 명의 임직원에게도 통합의 원칙과 기준을 설득해야 한다.
한편, 경찰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용 자사주 출연’ 의혹을 수사 중이다. 과거 기아그룹 배임 사건 판례를 근거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한진칼을 압수수색했으며, 영장에는 조 회장과 류경표 한진칼 대표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진칼이 이사회 의결 당시 약 663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복지기금에 출연해 0.66%의 의결권을 확보한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직원이 25명인 한진칼이 이 같은 규모의 자사주를 출연한 배경과 경영권 방어 목적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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