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연체율 1%↑…충당금·CET1 흔드는 핵심 변수 부상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국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은행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체 연체율 상승에는 분기 말 연체채권 정리 시점에 따른 계절적 요인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경기 민감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가 장기 고점권에 진입하면서 취약 차주의 부실이 은행권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국내 은행 연체율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부실 증가와 기준금리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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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 연체율 이미지 [사진=챗GPT] |
금융감독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6년 5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67%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0.06%p,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3%p 상승한 수치다.
연체채권은 빠르게 쌓이고 있지만 정리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5월 한 달 동안 새로 발생한 연체는 3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4% 증가한 반면, 상각과 매각 등을 통한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1조5000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연체채권 잔액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증권사별 추정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화투자증권은 16조8000억원, 신한투자증권은 17조1000억원으로 각각 집계했다.
다만 연체율 상승을 곧바로 은행권 건전성 악화로 연결 짓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들은 통상 분기 말과 반기 말 대규모 상각과 매각을 통해 연체채권을 정리하는 만큼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가 다음 분기 말까지 다시 상승하는 계절적 흐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5월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0.67%로 전년 동월 대비 0.03%p 상승하는 데 그쳐, 지난해 월평균 상승폭인 0.09%p를 크게 밑돌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체율의 계절성을 감안해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올해 들어 3~4bp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연체가 증가한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지만, 연체채권 정리율이 최근 8년간 5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표면적인 연체율 상승에는 상각·매각 등 연체채권 정리 규모 감소의 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공통적으로 은행권 건전성의 최대 변수로 중소기업 연체율을 꼽고 있다. 전체 연체율의 상승 속도는 둔화되고 있지만 경기 민감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연체는 여전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말 전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00%로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법인 중소기업만 보면 연체율은 1.11%까지 치솟았다.
이는 법인 중소기업 연체율이 관련 통계를 분리 산출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중소기업 연체율은 2015년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5년은 메르스 사태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유통·관광 등 내수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던 시기다. 당시에도 중소기업 연체율은 1%를 웃돌며 경기 둔화를 상징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졌다.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 연체율이 1%를 넘는 구간 자체를 의미 있는 경기 신호로 해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5년 메르스 사태, 그리고 현재까지 중소기업 연체율이 1%를 넘었던 시기는 모두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국면과 맞물려 있었다”며 “중소기업 연체율 1%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경기 체력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은행 건전성 지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국내 은행 기업여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으로, 연체가 장기화되면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충당금이 늘어나면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자본 여력이 줄어들면서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체채권이 고정이하여신(NPL)으로 전이될 경우 부실채권 상각과 매각 비용까지 확대돼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을 동시에 훼손할 수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까지 이어질 경우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국내은행 연체율의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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