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노마디안 미국 베타 공개 예정…유럽은 공공·금융 수요 겨냥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한컴(HANCOM)이 ‘한글과컴퓨터’라는 익숙한 이름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서 소프트웨어로 쌓아온 기술력과 고객 기반에 AI를 접목하고, 직무별 AI 팀이 업무를 수행하는 플랫폼 '노마디안(Nomadian)'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명 변경에 이어 AI 매출도 늘면서 사업 전환은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오피스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 위에 AI 플랫폼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안착시키고,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김연수 한컴 대표의 다음 주요 경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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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 한컴사옥 전경. [사진=한컴] |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컴은 지난 7월 사명과 종목명 변경을 완료했다.
이는 1989년 창립 이후 약 36년 만으로, '아래아한글'로 대한민국 IT 역사를 써온 한컴이 상징적인 이름을 내려놓은 것은 국내 문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AI와 글로벌 시장까지 사업의 무대를 확장하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됐다.
한컴이 추진하는 AI 전략의 강점은 기존 고객 기반이다. 새로운 시장에서 고객을 처음부터 확보하는 방식과 함께, 한컴오피스를 사용해온 기업과 공공기관에 AI 제품을 공급하는 경로를 활용할 수 있다.
문서 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을 기업 내부 정보 검색과 업무 지원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 업무 환경을 바탕으로 AI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고, 한컴은 고객당 매출 확대와 장기적인 거래 관계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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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컴이 8월 공시한 6월 반기보고서. [사진=전자공시] |
◆ 상반기 AI 제품 매출 135억원…별도 영업이익률 31.44%
실적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AI 제품 매출은 약 13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 89억원을 넘어섰다. AI 제품 매출 비중은 1분기 11.4%에서 2분기 15.7%로 상승했다. 기업 간 거래(B2B) 고객 가운데 AI 패키지를 도입한 비중도 같은 기간 4.2%에서 6.2%로 높아졌다.
이는 기존 고객의 AI 도입이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아직 AI 제품을 도입하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여지도 남아 있다.
기존 사업의 수익 기반도 유지하고 있다. 한컴이 지난 8월 공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컴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하며 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9.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1.4%를 나타냈다.
향후에는 AI 제품 도입이 지속적인 이용과 추가 구매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초기 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고객의 실제 업무 활용도를 높이고, 매출 확대를 이익 성장으로 이어가는 것이 다음 단계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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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컴 노마디안 광고 이미지. [사진=한컴] |
◆ 문서서 플랫폼으로…다음 승부처는 글로벌 확장
한컴이 제시한 중장기 방향은 ‘소버린 에이전틱 OS’다. 기업과 기관이 데이터를 통제하면서 여러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실행·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데이터 보안과 독립적인 운영 환경을 중시하는 공공·금융 등의 수요를 겨냥한 전략이다.
문서 작성 도구에서 출발한 사업을 기업의 다양한 업무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대한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경영 방향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제품과의 연계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이 도입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활용 사례를 확보해야 한다.
사업 확장을 위한 재원도 마련했다. 한컴은 지난 6월 한컴인스페이스 지분 26.08%를 매각해 현금 319억원을 확보했다. 회사는 확보한 재원을 에이전틱 OS 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현지 고객 발굴 등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는 AI 워크포스 플랫폼 노마디안을 앞세워 1인 창업가 시장을 공략한다. 한컴에 따르면 오는 12월 미국에서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2027년 정식 구독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데이터 분석가와 콘텐츠 마케터 등 직무별 AI 팀을 구성하면, AI가 업무를 나눠 수행하는 방식이다. 별도 설치 없이 웹에서 이용하며, 이메일 발송이나 전자서명 등 주요 작업의 최종 승인권은 사람이 갖는다.
시장별 공급 방식도 달리한다. 미국에서는 웹 구독형 서비스로 접근성을 높이고, 유럽에서는 고객 인프라에 직접 설치하는 소버린 에이전틱 OS로 공공·금융 분야의 데이터 주권 수요에 대응한다. 폴란드 기업 세븐불스·알고마인과 협력해 현지 거대언어모델(LLM)에 에이전틱 OS를 결합하고, 폴란드에서 확보한 사업 사례를 바탕으로 독일어권을 거쳐 2027년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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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 |
◆ 김상철 사업 확장 기반 체제서…김연수, AI로 성장동력 재편 전환
그룹의 변화는 세대를 잇는 사업 전략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체제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면, 장녀인 김연수 대표는 축적한 기술과 고객 기반을 AI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연결하고 있다.
김 대표의 다음 과제는 국내에서 확보한 AI 공급 사례를 지속적인 수익으로 연결하고, 해외에서도 통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 고객의 AI 전환으로 국내 수익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에서는 노마디안의 구독형 서비스 안착 여부가, 유럽에서는 현지 파트너와의 실증이 유료 계약으로 이어지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해외 진출 계획이 실제 매출로 구체화되면 한컴의 AI 사업 경쟁력을 평가할 근거도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컴의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기준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고객이 수익성을 뒷받침하고 해외 구독 매출이 외형 성장을 이끄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전환만으로도 실적 개선 속도가 빠른데, 내년부터는 미국과 유럽 구독 매출이 더해진다"며 "해외 성과가 숫자로 확인되는 시점부터 기업가치 산정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미국에서는 노마디안으로 누구나 AI 팀과 함께 창업하는 시대를 열고, 유럽에서는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에이전틱 OS로 새로운 AX 기준을 세우겠다"며 "국내에서 검증한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컴을 글로벌 에이전틱 OS 기업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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