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코핀은행, 국민은행 1조원 유상증자로 정상화 추진

금융·보험 / 황동현 / 2023-05-18 16:46:16
코로나19로 실적 급락, 안정화까지 진통 불가피
국민은행 네 번째 자금수혈, 2025년 흑자전환 목표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부코핀은행)의 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민은행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수혈을 결정하면서 정상화에 청신호가 커졌다. 하지만 우량고객 확보, 디지털 비즈니스 인프라구축 등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안정화에 이르기까지 상당기간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12조 루피아(약 1조 810억원) 규모 부코핀은행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이르면 이달 중 자본 확충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부코핀은행 본점 전경. [사진=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KB국민은행은 앞서 2018년 7월 부코핀은행 대주주인 보소와그룹으로부터 지분 22%를 인수하며 2대 주주가 됐고, 이어 2020년 두 차례의 유상증자(총 2966억원)를 통해 지분율을 67%까지 확대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KB국민은행이 처음 지분 인수 후 6년째 접어들지만 부코핀은행의 적자폭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상태다. 부코핀은행 인수 2년 차까지는 영업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영업수익은 2018년 1488억원으로 나타났고 이듬해인 2019년에는 7212억원으로 최근 5년 새 최대 수익을 냈고 순손실 역시 2018년 -88억원, 2019년 -56억원으로 줄어들면서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둔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도네이사 현지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부실여신이 증가해 적자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순손실액은 336억원으로 전년도 동기대비(89억원) 3.7배가량 늘었다. 영업수익은 1192억원으로 전년도(979억원)보다 22% 늘었지만 부실채권 정리와 보수적 충당금 적립 등의 영향으로 순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부코핀은행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70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20년 434억원이던 순손실 규모는 2021년 2725억원으로 확대됐고, 지난해에는 연말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은 탓에 순손실액은 8021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해까지 잔여 부실자산 정리를 이어갈 예정으로 당분간 적자폭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코핀은행은 인수 당시 부실 은행이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현재 부실 자산을 정리하고 우량 자산을 확대해 나가는 단계로 2025년에는 흑자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을 3단계에 걸쳐 정상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첫 단계로 우량 자산 집중 확대를 통한 성장 기반을 재건하는 것으로 올해까지 잔여 부실자산을 정리할 계획이다. 그리고 차세대은행시스템도 도입을 추진한다. 이후엔 소매금융과 소상공인·중소기업 사업을 선별적으로 확장하고 최종적으로 대기업 영업과 함께 사업 전 부분 안정적 성장을 통한 ’유니버셜 뱅크'를 완성시킨다는 계획이다.

 

부코핀은행은 1970년에 설립된 이후 50년의 역사를 가진 은행으로 인도네시아 전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115개 상업은행 중 자산 규모 순위 19위 은행이다. 최근 부코핀은행은 현지 에너지 기업인 인디카 에너지 그룹과 인도네시아 전기차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인디카 그룹은 인도네시아 거래소 상장사인 인디카 에너지를 중심으로 물류, 캐피탈 등 13개의 자회사로 구성된 대형 그룹이다.

 

▲ 11일 이우열 KB부코핀은행장(사진 왼쪽)과 아르샷 라싯 인디카 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협약서에 서명 후 기념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업무협약으로 부코핀은행은 ▲전기차 운영에 필요한 장비 도입 또는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금융지원 ▲전기차 충전소 설치 등 전기차 운행 관련 금융지원 ▲전기차 보급 및 배터리 재활용 등 인디카 그룹의 전기차 비즈니스 관련 다양한 금융지원 마련에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한편,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부코핀은행의 신용등급을 ‘AAA’,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날 밝혔다.


피치는 "필요시 부코핀은행에 대한 국민은행의 특별 지원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 이번 평가에 반영됐다"며 "인도네시아 시장이 국민은행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부코핀은행에 대한 지원도 점차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부코핀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다른 중형은행과 비교했을 때 취약하고 안정성이 떨어진다"며"최근 2년에 비해 지난해 말 더 큰 순손실과 광범위한 대출 축소를 기록했다. 자산건전성이 소폭 개선되긴 했지만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57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 적립은 향후 추가 부실 여신을 흡수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성장기반 재건을 통해 2025년부터는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코핀은행의 현지 10대 은행 도약을 목표로 디지털 경쟁력 강화 등에 집중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낼지 주목되고 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황동현 황동현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