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진출 속도 내다 물류비 '부메랑'…원화 강세·운송비 급증에 이익률 '뚝'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고성장을 이어가던 에이피알의 주가가 일주일 새 25% 넘게 급락하면서 수익성 둔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화 강세와 유럽 물류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3일 하루에만 주가가 19.6% 폭락한 가운데 국내 주요 증권사 5곳이 일제히 3분기 영업이익의 시장 컨센서스 하회를 예상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시장 확대가 가파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외형 성장에 걸맞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 회복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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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화강세와 물류비 부담 등으로 에이피알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사진=AI] |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9.6% 하락한 28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7만9000원까지 밀리며 낙폭이 20%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7일 종가인 37만9000원과 비교하면 4거래일 만에 25.3% 하락한 수준이다. 장중 저점 기준 하락률은 26.4%에 달한다. 52주 최고가인 47만5000원과 비교하면 40% 이상 떨어졌다.
주가는 이달 8일부터 약세를 보이며 12일 35만2000원까지 내려앉았다. 이어 13일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된 가운데 낙폭이 급격히 확대됐다.
이날 다올투자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상상인증권·SK증권 등 5개 증권사는 에이피알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에이피알의 3분기 영업이익을 1877억원으로 추정했다. 시장 예상치인 1975억원보다 약 5% 낮은 수준이다. 이에 목표주가를 기존 56만원에서 5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KB증권은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14.1%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목표주가는 53만원을 유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매출액을 7882억원, 영업이익을 1781억원으로 추정했다. 매출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지만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보다 약 200억원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상인증권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3.0% 증가한 7836억원, 영업이익은 75.4% 늘어난 1686억원으로 추정했다. 매출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지만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14.6% 하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증권은 매출액 7748억원, 영업이익 1802억원을 예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87% 증가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1973억원을 약 9% 밑돈다.
다만 증권사별 영업이익 전망을 단순 비교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상상인증권은 IFRS 18 적용 기준을 사용한 반면, SK증권은 전년 실적과의 비교를 위해 IFRS 18 적용 전 기준을 제시했다. 나머지 증권사들의 추정치 역시 회계기준을 통일해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춘 것은 에이피알의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라기보다 매출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에이피알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성장하고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매출 증가율에 비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낮고, 시장이 기대했던 이익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투자심리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장 큰 부담은 원화 강세와 유럽 사업 확장에 따른 물류비 증가다. 상상인증권은 에이피알의 3분기 북미 매출액을 3667억원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프로모션 부재로 전 분기 대비 감소하겠지만, 오프라인 유통망 성장으로 감소폭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매출액은 1718억원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지 물류비가 수익성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4개국의 내륙 운송비는 미국 대비 평균 40~50%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기존 항공운송비에 현지 운송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해외 매출 확대가 곧바로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다.
상상인증권은 원화 강세와 유럽 물류비 증가를 반영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IFRS 18 적용 기준 21.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SK증권도 북미 온라인 판매 감소와 유럽 시장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를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SK증권은 3분기 미국 온라인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0% 감소하는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32%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유럽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운반비와 판매수수료 부담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SK증권은 기존 3분기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증권가의 수익성 우려는 목표주가 조정으로도 이어졌다. SK증권은 동종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 하락과 이익 추정치 하향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56만원에서 48만원으로 낮췄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56만원에서 50만원으로 하향했다.
SK증권과 상상인증권의 목표주가를 13일 종가인 28만3000원과 비교하면 상승여력은 각각 69.6%, 97.9%에 달한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권사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 사이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셈이다.
다만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를 크게 웃돈다고 해서 주가 반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실적이 증권사 예상치를 추가로 밑돌 경우 기업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단기 수익성 부담에도 에이피알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상상인증권은 미국 타깃·월마트·얼타뷰티의 오프라인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주요 유통업체의 재주문 주기도 1~2주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4분기에는 기존 유통 채널의 성장에 연말 프로모션과 코스트코·CVS 신규 입점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매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SK증권은 현재의 수익성 부담이 유럽 시장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에이피알은 과거 미국 온라인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던 2024년에도 수익성 부담을 경험했지만, 사업 안정화 이후 영업이익률이 2024년 17%에서 2025년 24%로 개선된 바 있다.
유럽 역시 온라인 시장을 선점한 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오프라인 유통 비중을 확대하면 비용 부담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유럽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북미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 효과가 실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결국 에이피알의 향후 주가 흐름은 매출 성장세를 얼마나 이어가느냐보다 늘어난 매출을 실제 이익으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외형을 빠르게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원화 강세와 물류비·판매수수료 부담이 지속된다면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매출 성장에 집중했던 에이피알이 이제는 이익률 방어 능력까지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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